개인적으로 크로캅이 뛰어난 선수이고 변화해가는 선수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는 없기에, UFC 의 첫승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2월달에 첫 경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요즈음 들어서는 예전만큼 격투기를
즐겨보지 않다 보니 잊고 있었는데, UFC 경기 했다는 소리에 인터넷 뒤적거려
경기를 보았다. 뭐 상대가 누구인지 간에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Pride FC와 UFC는 일단 다르다고 본다. 질적인 면에서...
크로캅이 있는 Heavyweight 급에서는 무난히 크로캅이 챔피언을 할 수는 있으나,
경기 룰이나 UFC 의 옥타곤이라는 변수가 조금은 조심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도 챔피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시간의 문제라 생각된다.
사실 Pride FC와 UFC 의 선수들만 비교해도, 헤비급에서는 Pride FC의 선수층이
두텁다. 그리고 미들급에서도 Pride FC는 두터운 편이다. 물론 미들급 현 챔피언인
반달레이 실바는 사실 전적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Pride FC에서 키운
측면이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정상급 선수인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크로캅에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최고급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나 발언에서 나오는 부분 때문이다.
프라이드에서 당시 헤비급에서 이름 있었던 히스 헤링과 대전할 때,
K-1 과 프라이드 동시 석권이라는 얘기에 히스 헤링이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물론 히스헤링의 대참패로 끝나고 말긴 했지만...
"K-1 부터 우승하고 와라." 사실 K-1 에서 크로캅은 준우승까지만 했었다.
이에 반해 마크 헌트는 우승까지 했었던 선수다.
크로캅이 K-1 에서 유독 한 명에게는 약했는데 그게 K-1 노익장 어네스트 후스트다.
내 기억으로는 3번 싸워 3번 다 진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자기가 어느 정도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 그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크로캅이 왜 K-1 에서 나왔을까? 더 쎈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파이트 머니를 더 받기 위해서? 시대의 흐름이 MMA 라서?
개인적으로 K-1 에서 우승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본다.
마크 헌트가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게임을 즐기는 선수니까.
그러나 크로캅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크로캅이 정말 그렇다면 왜 케빈 랜들맨한테 졌을 때는 재대결을 했고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한테 졌을 때는 재대결을 하지 않았을까?
왜 마크 헌트한테 지고서 재대결을 하지 않았을까?
왜 유독 크로캅만 표적이 되었을까?
난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그의 행동이나 그의 말투나 대전을 가만히 보면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말과 행동이 같아야 믿음이 가지
말과 행동이 다르면 믿음이 가겠는가?
최고가 되기 위해서 Pride FC 에 왔다면 정말 최고가 되었는가?
최고급이라고는 해도 최고라고 떴떴이 말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의 얘기는 이 때 저 때 다르다.
그리고 경기 전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과
경기 전에 민감한 것 신경질 적인 것등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좀 거만하게 느껴진다.
그의 경기 스타일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하이킥 작렬에 환호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 나름대로 크로캅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듯이
나에게도 크로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있는 것이다.
크로캅은 노게이라랑 싸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쉽지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노게이라 또한 크로캅과는 상대하기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게이라는 일관된 말과 행동을 보인다.
크로캅 외에 첫 패배를 프라이드에서 안겨준 조쉬 바넷에게
자기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만약 조쉬 바넷이
재대결을 원하면 분명 노게이라는 응할 것이다.
그리고 노게이라는 크로캅에게 두 번이나 패했지만
또 도전할 것이다. 왜냐면 그는 강해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강해지기 위해서는 꼭 꺾어야 할 존재가 거기에 있으니까.
그에 비해서 크로캅은 성격이 좀 다르다.
크로캅이 UFC 이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대결로 파이트 머니는 3억 좀 넘게 받았다고 하는데
그럼 일본에서 Pride FC 에서 있을 때는 그렇게 못 받았을까?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파이트 머니 때문에 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얘기다.
왜냐면 프라이드에서 그렇게 섭섭하게 대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최홍만이 K-1 에서 대우를 받는 정도를 못 받았을까?
프라이드에서는 헤비급 챔피언인 크로캅 보다도
흥행성이 좋은 미들급 챔피언 실바나 크로캅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었던 것으로 안다.
물론 최근 DSE 측이 재정적으로 약간 어려운 시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파이트 머니도 원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두터운 선수층 속에서 자기가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노게이라도 있고, 조금은 대전하기 어려운 마크 헌트도 있다.
거기다가 UFC 최연소 챔피언 출신 조쉬 바넷(비록 3번을 크로캅한테 졌어도)도
계속해서 덤빌 기세다. 거기에 왕좌에 있는 크로캅.
한 번 더 지면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르기에 다음 한 번의 승부가 부담된다.
결국 자신없다는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크로캅가 대전을 피한다고 비아냥 거리는 것을 보면
대전을 피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챔피언 측에서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해줘야 내가 싸울 만 하지 않냐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말할 때마다 크로캅 크로캅. 싸우게 해달라 하는데
그럼 크로캅한테 진 노게이라한테 넌 졌지 않냐?
그럼 노게이라 이기고 와라. 크로캅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소리다.
몇 번 강하지 않은 사람과 싸워서 이겼다고 자기랑 싸우자고 한다면
존심 상하는 일 아닐까? 크로캅 현 챔피언의 입장을 생각해 봐라.
만약 크로캅이 챔피언이었다면 그렇게 얘기했을 법 하다.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느 경기 단체나 두터운 선수층이 있으면 오래 가게 마련이다.
K-1 에는 비록 마크 헌트나 크로캅이 나왔지만 텃새들이 있다.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레이 세포등 많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K-1 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것이다.
Pride FC 도 마찬가지다. 미들급만 해도 실바, 쇼군, 아로나, 오브레임등
많은 선수들이 있다.
헤비급과 미들급 중에서 지금까지 UFC 강자들이 와서
여기서 쓰러지지 않은 적이 있는가? 없다.
그 잘 나가는(현재도 잘 나가는) 아이스맨 척 리델도 Pride 에서 깨졌다.
누구한테? 퀸튼 잭슨한테... 그 퀸튼 잭슨은 이제 UFC 로 갔지만...
그럼 퀸튼 잭슨이 최고의 선수였을까? 실바한테 깨진 것을 차지하고라도
최고급의 선수이긴 하지만 최고의 선수라고 한 명을 꼽으라면 잭슨을 꼽기는 힘들다.
물론 타격 위주의 스타일의 선수들끼리 싸울 때는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기에
1번의 경기로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전적상 그리 잘 지지 않는
척 리델(MMA 통산 전적 23전 20승 3패)이 프라이드에서 불과 몇 경기에 1패했다.
이거는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보면 프라이드에서 최고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나가서
잘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나간 사람이 프라이드에서 잘 나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물론 크로캅나 노게이라도 RINGS 출신이긴 하지만...
프라이드는 현재까지는 최고의 무대다. 헤비급이든 미들급이든...
그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진정한 최고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캅은 단순히 돈 때문에라기 보다는
UFC 에서는 우승할 수 있을 듯 하고, 돈도 잘 챙겨주고 상대가 별로 없을 듯 해서
그랬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나중에 UFC 챔피언 되고 나면
권투와 같이 UFC 와 Pride 통합 타이틀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 크로캅와 크로캅이 붙게 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옥타곤인가? 사각의 링인가? 라는 문제와
심판 구성이 UFC 측과 Pride 측 몇 명인가와
룰이 UFC 룰인가 Pride 룰인가 등의 문제들이 제기되는데
그 때 크로캅은 분명히 UFC 측의 자본력을 앞세워서 자기 유리하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것들은 크로캅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지만
딱 한 가지. 옥타곤과 사각의 링은 싸우는 데 있어서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크로캅이 UFC 가서 챔피언이 될 꺼라 생각하고 그가 최고급의 선수라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60억 분의 1은 크로캅지 크로캅이 될 수는 없다.
언젠가 크로캅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크로캅이 안 되는 이유는 너무 성급하다라는 거다.
정확하게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맥락은 너무 다혈질이라는 거다.
산과 함께 자연과 함께 운동을 하는 크로캅와
자신의 Gym 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불러 트레이닝 하는 크로캅을 보면
마치 록키 IV 를 보는 듯 하다.
프라이드가 생긴 시초가 되었던 다카다 노부히코(현 DSE 총괄본부장)과
전설의 파이터(비공식 기록 400전 무패) 힉슨 그레이스의 대결을 보면
힉슨은 자연 속에서 운동하고 다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확실히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이들은 순리대로 물 흐르듯이 여유를 가지고
운동을 즐기고 경기에는 전략적인 사고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