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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설을 많이 읽는 이들 중에 이런 이들이 있더라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 똥오줌 못 가리는 이들이 있어서 몇 마디 하려고 끄적거린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소설을 좋아하면 그냥 창을 닫던지(괜한 반발심 일으키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내가 당신 뭐라하는 거 아니거든?) 열린 마음으로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지 잘 들어보기 바란다. 난 이유 없이 뭐라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다. 다만 좋은 말로 할테니 잘 들어라. 내가 공격적으로 얘기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으나 그냥 좋게 얘기한다.


소설에 인생이 담겨있다고?

나름 소설을 읽어보려고 노력했던 적은 있었다. 노력해보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렸느냐? 소설을 읽고 얻는 정도는 영화를 봐도 된다는 거였다. 혹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소설에서는 다양한 인생이 담겨있다. 거 참...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러니까 영화에는 다양한 인생이 안 담겨 있느냐고?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인생이 담겨있지 않은 게 무엇이 있을꼬? 왜 그럼 다양한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할까? 등장 인물이 있고 스토리가 있어서다. 그리고 등장 인물의 내면을 전지적인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럼 영화는 안 그렇냐고? 그래서 나는 소설을 보기 보다는 영화를 본다. 왜?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얻는 게 영화가 더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 (일반론적인 관점)

원래 소설은 작은 이야기다. 즉 스토리 때문에 보는 거다. 그게 핵심이고 그것이 읽히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표현 기법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건 양념이다. 그런 양념들과 배합이 되어 얼마나 독자로 하여금 감흥을 불러 일으키느냐는 거지. 공감대 말이다. 이건 뭐야? 영화와도 같잖아? 아닌가? 소설 왜 읽니? 재밌으니까. 영화 왜 보니? 재밌으니까. 뭐가 재밌는데? 스토리가.

그러나 둘은 다르다. 영화는 비쥬얼 즉 시각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이는 이미 감독의 상상력이 개입되어 나온 하나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설묘사된 글을 통해서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또 있다. 영화빠른 전환으로 인해 상상력이 개입될 틈을 주지 않고 시각에 의존해서 따라가게 만들지소설혼자 읽으면서 얼마든지 중간에 쉴 수도 있고 상상력을 개입할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둘은 다르다. 그건 표현 방식에서 오는 차이지 그 본질이 다르지는 않은 거다.

본질은 보지 못하고 현상만 보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다. 보면 똑같잖아. 표현의 차이로 인해 생길 수 밖에 없는 차이가 생긴 거지. 감독의 해석이 하나의 비쥬얼로 표현되니 당연할 수 밖에 없잖아. 그런데 소설을 읽는 이들은 이렇게 얘기를 한다. 인생이 담겨 있다느니 뭐 그런. 재밌어서 읽는다 그런 말 안 한다. 왜?


소설=책으로 착각하는 이들

우리 나라 사람들 참 책 안 읽는다. 그러다 보니 소설은 책이다라는 착각을 하는 거다. 즉 그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거는 소설을 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책 좋아해라는 거지. 그러면 뭔가 지네들이 똑똑하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우스운 거 아니겠냐고. 물리적으로 책이란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책을 읽는 목적이 재미로 읽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든지 지식을 얻기 위함이다. 나름 안 읽는 소설을 읽어보려고 노력 안 한 거 아니지만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한 거는 소설 읽는 시간에 차라리 좋은 영화 몇 편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소설은 읽지 않는 거고. 유일하게 읽는 거라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 소설 정도?

왜? 소설이니까 재밌잖아. 재밌으니까 읽히잖아. 그러다 보면 궁금하잖아. 실제 그랬을까? 뭐 그런. 그러니까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역사를 알게 되고. 영화도 마찬가지잖아. 실화면 정말 그래? 하고 궁금증이 생기듯이 말이다. 그래서 역사 소설은 읽어도 일반 소설은 안 읽는 거다.

근데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마치 자신은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한 척 하는 거 보면 솔직히 조난 짜증난다. 그런 티를 내지 말던가. 그냥 재밌으니까 읽는 거라고 하면 되는데 뭔 개소리냐고. 엉? 뭘 얼마나 알길래? 뭘 얼마나 이해하길래? 그냥 재밌다고 해라. 티내지 말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네들이 무식은 해도 용감하다 생각하진 않는다.

왜? 좀 더 나은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인데 그네들은 그런 용기는 못 가졌거든. 조난 겁쟁이거든. 끝까지 우기거든. 그러니까 내가 무시하는 거지. 자근자근. 하는 말마다 내가 당신 무식하다는 걸 증명해주잖아. 그냥 재밌으니까 본다고 하면 될 것을... 뭔 잡설이 많은지 모르겠다. 게다가 적어도 나는 내 경험상 소설은 책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물리적으로 책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그러니 똑똑한 척 하지 마라. 혼난디~


글간을 읽어라

아 한 가지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이 글을 읽고 당신 이 소설 읽어봤소? 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소설도 소설 나름이다. 어떤 소설이냐에 따라 작가가 뭘 좀 아는 경우도 있다. 그런 소설은 좀 다르다. 단지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지. 그러나 나는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대상이 소설 좀 읽었다고 자기는 책 좀 읽었네 척 하는 것들이다.

내가 비판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딴지 거는 거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기분이 나빴고(왜? 자신도 소설을 좋아하니까) 나름 반론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어떻게 해서든 논리를 만들려고 이성적으로 머리를 굴렸을 것이다. 뭔가 이건 아니지 하는 게 보이면 그걸 갖고 파고 들려고 했을 것이고. 근데 이걸 우짜냐. 글의 핵심을 놓쳐버려서.

결국 그건 텍스트를 보지 말고 글간을 읽어라고 누누히 얘기했던 독서의 가장 기본을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결국 소설을 많이 읽다 보면 그냥 스토리에 빠져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읽으니까 그런 거다. 결국 내 말이 맞잖아. 소설은 스토리에 심취해서 빠져들게 되어 있고 술술 읽혀지게 되어 있으니 글간을 읽을 필요가 없다. 독서라고 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소설은 속독이 가능하다고 하는 거다. 글 읽는 게 느린 나도 소설은 다른 거에 비해서 빨리 읽는다.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간을 읽을 필요가 없다. 결국 재미로 보는 거다. 그러니 소설 좋아하면 재미있잖아요 라고 웃으면서 얘기를 해라. 그러면 좋잖아. 괜히 소설 많이 읽고 책 많이 읽은 거처럼 아는 척 하지 말고.

고로 소설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은 그 자체로 족한 거다. 그걸 책을 많이 읽은 척, 똑똑한 척 착각해선 안 되는 거다. 알겠느뇨?

+
내가 이렇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도외시하고 기분이 나쁘다고(지 얘기 한 것도 아닌데) 초딩스런 덧글 달면(그것도 익명으로 말이다.) 그냥 지워버린다. 그리 알아라. 덧글이 적은 내 블로그에 덧글을 달면 반가워해줄 만도 하겠지만 나는 덧글 안 달려도 별 신경 안 쓴다. 그런가부다 하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