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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 실화 좋아하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제작한 페이크 다큐


나의 3,108번째 영화. 뭐 실화라는 말 때문에 본 건 아닌데 실화라고 그런다. 어허~ 실화라니. <그레이브 인카운터>를 보고도 실화라고 한다면 그건 좀... 그렇게 믿는 사람 절대 남한테 돈 빌려주지 마라. 떼이기 쉽상이다. 뭐 나같은 놈도 여러 차례 떼이는데 뭐... T.T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페이크 다큐다. 실제 영상이라고 가정하고 바라봐도 너무나 허술하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신병원에서 귀신이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 실화라거나 지금은 운영되고 있지 않은 오래된 정신병원에서 귀신이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는 실화가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뇌수술(정확히 얘기하면 뇌엽절리술)을 한 일을 모티브로 만든 거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자세히 설명한다. 여튼 개인 평점 5점 준다. 보지 마라.


같은 페이크 다큐라도 다른 감흥


페이크 다큐의 시초인 <블레어 윗치>를 보면 처음이라는 신선함도 있었고, 귀신도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누가 그랬으며 이게 실화인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었다. 이후로 이러한 페이크 다큐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시리즈물로 유명한 게 바로 <파라노말 액티비티>다. 이 또한 실화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서 리뷰 적을 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이리 저리 설명해줬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할 듯. ^^;

페이크 다큐의 약발이 이제는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페이크 다큐의 메리트는 하나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다는 거. 게다가 촬영 장비도 그리 좋지 않아도 된다. 1인칭 시점에서 리얼하게 그려내야 하다 보니 오히려 허접한 촬영 장비로 자연스럽게 찍는 게 좋다. 그래서 <그레이브 인카운터> 같은 영화가 나오는 거다.

근데 웃긴 거는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초반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흉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듀서인지가 나와서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이고 그들의 동영상을 편집한 거라고. 대놓고 실화라고 하는 거다. 다른 페이크 다큐와 다르게 말이다. 근데 내용을 보다 보면 실화라고 하기에 너무 엉성하고 허접하다. 나보고 속으라고? 엉? 여튼 실화 아니다. 페이크 다큐다. 자 그럼 어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이런 페이크 다큐를 만든 걸까?


정신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뇌수술, 뇌엽절리술


<그레이브 인카운터> 거의 끝부분에 보면 지하의 수술실에서 뇌수술하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때 보면 뇌에다가 두 개의 구멍을 뚫어서 수술하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수술하는 걸 뇌엽절리술(lobotomy)이라고 하는데 이게 나쁜 수술이냐?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한 수술이지만 이 수술이 처음 시행된 1935년에는 뇌에 대해서 무지했던 시절인지라 부작용이 어떠할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대안이 없는 정신병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시행되었던 수술이었다.


그러다 월터 프리먼이란 의사에 의해 뼈에 구멍을 뚫어 하던 수술을 눈 뒤쪽으로 얼음송곳을 넣어 하는 경안와뇌엽절리술(transorbital lobotomy)로 대체되었는데, 난 개인적으로 이 수술이 더 끔찍하다. 왜냐면 마취도 하지 않고(왜 마취를 하지 않냐면 얼음송곳이 들어가는 부위에는 신경이 없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해서) 눈 위쪽으로 얼음송곳을 넣어 뇌까지 송곳을 넣는데 끔찍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뇌엽절리술에 적극적이었던 의사, 월터 프리먼


뇌엽절리술은 당시에 치료제도 없고 치료법도 없던 정신병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술이었기에 저변에 확대되었는데 이 뇌엽절리술에 꽂힌 의사 한 명이 있었다. 그게 바로 월터 프리먼(Walter Jackson Freeman II)이다. 그가 기존의 뇌엽절리술을 개선한 경안와뇌엽절리술을 최초로 시행했고 이에 사용되는 얼음송곳도 자신이 만들었다. 근데 문제는 신경의학자들에게 이 수술은 인정받지 못했다는 거.


영화 속 병원은 콜링우드 정신 병원이 아니라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


그러다 월터 프리먼은 그의 수술에 관심을 가진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고 그 병원의 지원을 받아 수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 사진이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에서 월터 프리먼이 경안와뇌엽절리술을 시행하는 사진이다. 이상하게 생각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뇌에 대해서 그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월터 프리먼은 나쁜 사람이라기 보다 자신의 수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본다. 다만 바람직하지 않았을 뿐이지. 몰랐으니까.

<그레이브 인카운터>에서는 콜링우드 정신 병원(Collingwood Psychiatric Hospital)이라고 나오지만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이 병원은 가상의 병원이고 실제 촬영한 곳은 정신 병원 맞단다. 단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라는... 근데 이게 서프라이즈에서 소개가 되었던 모양이다. 거기서는 월터 프리먼을 실험을 목적으로 정신병이 없는 일반인들을 납치해서 실험했다는 식으로 풀었던 모양인데, 글쎄... 이리 저리 찾아보니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동료가 와츠(James Winston Watts)인 건 맞는데, 그가 폭로했다고 하면 그게 기사화되고 이슈화가 되지 않았을까? 1967년 이후에 수술을 하지 않은 건 맞다. 월터 프리먼은 1967년 자신의 환자 중에서 오래 기간 관찰을 해왔고 이미 2번이나 같은 수술을 받았던 Helen Mortensen이란 환자에게 세번째 수술을 시도했고 뇌출혈로 사망한 후에는 더이상 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록되어 있지 와츠란 동료가 폭로해서 수술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는 못 봤다. 혹시라도 이러한 내용의 글이 있으면 알려주길. 국내 말고 외국 사이트에서 말이다. 신뢰성 있는 사이트에서 언급한 내용이 있다면 믿겠다.



만약 서프라이즈의 내용이 맞다고 하면 이해가 안 가는 동영상이 있다. 바로 위의 다큐다. 월터 프리먼에 대한 다큐인데 여기에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에는 월터 프리먼의 친아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자신의 아버지가 동료의 폭로에 살인마 의사로 알려졌다면 친아들이 인터뷰에 응했을까? 그러니 이해가 안 가는 거지. 고로 아직까지는 서프라이즈에 언급된 내용에도 의문이라는 얘기다. <그레이브 인카운터>와 서프라이즈 방송 때문에 실화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지금까지 얘기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페이크 다큐일 뿐이다. 그리고 서프라이즈에 나온 내용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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