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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무궁화호 열차카페: 말로만 듣다가 처음 이용해봤다


요즈음 엑스포 때문에 여수 가는 이들도 많을 듯 싶은데 나는 여수에 일 때문에 내려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엑스포 2시간 정도 구경하고 올라왔다. 물론 여수엑스포역에서 KTX가 없는 건 아니나(KTX는 서울역이 아니라 용산역에서 타야한다) KTX편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그래서 무궁화호를 타고 올라왔는데 서울역에는 늦게 도착해도 일산 오는 버스가 꽤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다.


정말 느려서 이제는 타고 싶지 않은 무궁화호

 


KTX를 맨 처음 탔을 때는 좁은 자리 때문에 다시는 안 탄다고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KTX가 편하다. 물론 좁은 자리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충분히 참을 만한 것이 그만큼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니까. 최근에 여수엑스포역에서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무궁화호 타고 왔는데 헐~ 너어~무 느리다. 완행 열차였는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역도 많더라는...

내려갈 때도 무궁화호를 타고 갔지만 그 때는 밤새고 내려간 거라 무궁화호 좌석 뒤로 제껴서 내도록 잠만 자면서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는 잠도 안 오고 담배도 못 피우고(버스를 타면 두어번 쉬니까 휴게소에서 담배라도 피울 수 있지)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간만에 책이나 읽으면서 올라왔다는... 요즈음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지만 너어~무 느리니 속 터지더라는...


처음 가본 열차카페

 

저녁을 사먹지 않고 열차를 탄 거라 배고팠다. 그래서 무궁화호 탈 때 봤던 열차카페에 가서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처음 가봤다. 물론 예전에도 무궁화호 탈 때도(그 때는 여수에서 서울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데 들려서 그리 느리다는 걸 느끼지 못했었는데) 열차카페가 있긴 있었지만 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기 들고 갔다가 찍지를 못했다는...


근데 이번에는 널럴하다. 나 외에 한 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자 자리를 뜬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쁨? 응? ^^; 보통 여기에는 입석으로 탄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거린다. 여기서 자리 차지하고 있다고 누가 뭐라기를 하나? 고로 열차카페 있는 무궁화호다 하면 입석으로 끊어서 타고 여기서 있으면 된다. ^^;


자리만 있는 건 아니고 매점도 있고, 자판기도 있고, 노래방 시설과 오락기까지 구비되어 있다. 비록 나는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매점에 파는 먹거리 종류가 많지 않다는 거. 그게 좀 흠이다.


열차카페에서 사 먹은 도시락


열차카페에 뭐 밥 될 만한 게 있나 싶었는데 먹을 만한 거는 한 종류의 도시락 밖에 없었다. 제육볶음이던가? 그랬던 걸로 안다.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러니 바로 바로 적어주든지 기록을 해둬야 돼. 가격도 기억이 안 난다. T.T 6,000원이던가? 몰라 몰라~


물티슈, 젓가락, 다 먹고 나서 담을 비닐 봉지도 같이 준다. 그러고 보니 숟가락은 없었던 듯 싶네.


반찬이다. 뭐 나야 반찬 가짓수가 많은 거보다 하나라도 먹을 만한 게 있느냐가 중요한데 생각보다 맛있다. 아니면 내가 배가 고파서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희한한 게 혼자서 다니다 보면 오히려 맛있는 거 비싼 거 더 챙겨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더 아끼게 되더라는... 사실 엑스포 관람하면서 이것 저것 사먹을 수 있었는데 왜 그리 비싸니? 아들이랑 같이 갔다면 사 먹을 지 몰라도 혼자서는 못 사먹겠더라고! 

 

기차에서 파는 도시락은 맛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원래 역전에 음식점들 맛 없는 거처럼. 뜨내기 손님 상대로 하는 거인지라. 그런데 괜찮다. 먹을 만했다. 양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을 뿐.


밥 먹고 나서 이렇게 비닐 봉지에 싸서 매점 직원한테 주면 된다.



그리고 시킨 스타벅스 커피. 희한한 게 열차 탈 때는 이것만 마시게 되는 듯. 내가 좋아하는 레쓰비는 왜 없냐고? 그렇다고 해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달달한 거 찾아보니 비싼 이거 마시게 되더라는 거. 양도 참 많다.


혼자 하는 여행의 색다른 맛



물론 혼자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단지 일 때문에 내려갔다가 사람들과 헤어지고 언제 여수 내려오겠냐는 생각에 엑스포 가서 혼자서 이리 저리 둘러보고 했었는데(이것도 사진 많이 찍어뒀는데 올려야지) 혼자 하는 여행도 나름의 맛이 있더라는... 누구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 내가 구경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근데 신기한 게 혼자서 하면 내가 먹고 싶은 거 맘껏 먹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더라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돈을 안 쓰게 되더라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면 이거 먹자 저거 먹자 그러면 그래 하고 마는데 혼자 있으니까 비싸다 싸다를 따지게 되더라는... 그래서 오히려 돈이 덜 든다는 장점도 있다. 종종 혼자 하는 여행도 괜찮을 듯 싶다. 나름의 재미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