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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재미있는 픽션으로 구성되어 재조명되는 광해군, 적절한 시기에 개봉한 듯


나의 3,128번째 영화. 마지막 타임 아니면 잘 보지 않는데 낮에 봤더니만 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사람 드럽게 많네. 역시 영화는 사람 많은 데서 보는 거 보다는 조용히 보는 게 좋아~ <광해, 왕이 된 남자> 볼 생각이 없었는데 평점이 장난이 아닌지라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해서 봤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렇게 우와~ 정말 재밌다 할 정도로 재미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 개봉 시기가 대선과 맞물려서 시사하는 바도 있고 하다 보니 평점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영화 보면서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요즈음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이고, 다른 하나는 광해에 대해서 다소 재조명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말길.


대선을 앞둔 시점에 개봉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라는 게 이렇다. 그래도 지금은 좀 다른 면이 있는게 국민의 의식 수준이 좀 높아지면 괜찮다고 본다. 왜? 투표로 대통령을 뽑잖아? 예전처럼 그냥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뽑을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좀 괜찮아지겠지 했다. 그런데 왠걸. 지난 대선 때 이 사람은 정말 안 된다 했는데 엄청난 지지를 받으면서 당선됐잖아. 아마 <영웅시대>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이미지가 좋게 형성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니까.

요즈음도 보면 어떻게 해서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서든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안달인 모양이다. 뭐 그거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애. 다만 옛날과 지금이 다른 건 투표에 의한 선출이기 때문에 투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되는데 그런 긁어 부스럼들이 또 희한하게 먹히는 사례가 많단 말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면 곤란하단 말씀. 이러한 사실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요즈음은 희한한 게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걸로 자꾸 따지고 드는 거 같은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왜 정치를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떤 마인드를 평소에 갖고 있었는지를 잘 읽어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정말 제대로 정치 해보겠다는 생각(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국정 운영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국정 운영을 하면서 국민들의 질타도 받겠지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거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한다. 어떤 실수를 한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유다. 그건 말 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정말 그 사람의 의도를 잘 읽어내야 하는 부분이다. 살다 보면 내가 먼 훗날에 어떻게 될 지 항상 생각하면서 '아, 나는 이래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매시, 매분, 매초를 살지 못한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씻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해버리는 경우도 있단 말이다. 그런 실수들은 가려서 볼 줄 알아야 한다.

공약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당선이 될 만한 공약을 내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떤 부분은 꼭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공약일까를 봐야 한다. 지키고 못 지키고는 또 그 다음 문제다. 당시에는 그렇게 공약을 내걸어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것보다는 저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꼭 반드시 기필코 지켜야만 한다는 건 또 아니라고 본다. 만약 대통령 당선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면 여러 눈치를 볼 것이다. 어디에 표가 많으니 여기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 이 공약을 만들고 하는 식으로 짜맞추기식 공약을 걸 거란 말이지.

이런 걸 전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만 많은 경우에 잔머리를 전략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런 거는 전략가라고 부르기 보다는 모사꾼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은 표현이라 본다. 우리는 누구라도 국가 운영이라는 거에 대해서 모른다. 한 회사 운영하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말들이 오고 가고 외부적인 변수들이 발생하는데 국가라고 하면 더욱더 그렇겠지. 그래서 국가 운영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해도 적어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런 국가 운영을 어느 누가 잘 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건 그 사람이 똑똑하고 지금까지의 경력이 국가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고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국가 운영에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인가만 보면 된다. 그 중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도덕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본다.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지난 대선인지 지지난 대선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이 없으면 세력이 없으니 정치 기반이 어쩌고 저쩌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왜냐? 당적을 두고 대통령 선출되면 느그 당이 다 헤쳐먹을꺼잖아. 안 그래? 패로 그냥 묻어가려고 그런다니까. 그래서 나는 뜻이 있으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새로 당을 만들던가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기록되지 않은 15일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 이르다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남겨진 기록이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말이다. 그리고 15일 동안 기록된 게 없다. 즉 숨겨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서 픽션으로 만든 영화다.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본 누구라도 이건 픽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의의가 있다고 한다면 광해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재조명한 부분이 다소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광해군은 죽어서도 묘호를 받지 못한 비운의 왕이잖아. 살아 생전에 어떤 지랄을 했든 인조반정으로 축출된 후에 18년 동안 더 살았으면 용서를 할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좀 누그러지잖아? 그런데 그 당시에는 얄짤 없었지. 그러니 묘호조차 받지도 못한 거거든.

묘호란 거는 쉽게 얘기해서 왕의 사후에 그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서 붙인 호칭으로 다른 왕들은 세종과 같이 종을 붙이거나 영조와 같이 조를 붙이는데 광해군은 그런 게 없단 얘기다. 이런 왕이 또 하나 있지. 연산군. 폭군으로 알려진. 근데 광해군은 좀 다른 면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 재조명이라고 포스팅 제목에 적어뒀고. 그래서 다소 의의가 있다 하는 거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광해군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좋을 수 있고 어떤 면에 있어서는 나쁠 수 있는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치우친 한 부분만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


영화 촬영 장소가 어디인고?

광해군이라고 하면 당연히 조선시대 왕이니 경복궁이 되어야 맞겠지만 실제로 경복궁에서 촬영을 했을 리는 없을 거 같고, 또 내가 경복궁을 꼼꼼하게 둘러봤던 기억을 되살려서 보면 실제로 왕이 잠을 자던 방은 영화나 사극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리 화려하지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거는 영화 보다가 '저기는 경복궁이 맞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는데 광해군이 중전의 손을 잡고 도망다니는 장면에서였다.


경복궁에 가보면 이런 담벼락이 있는 곳이 있다. 음. 내가 빨랑 빨랑 경복궁에 대해서 정리해서 올렸으면 링크만 걸면 되었을 것을. 쩝. 에고. 여기가 교태전이라고 해서 중전이 머무는 곳이다. 그래서 담벼락이 이쁘고 화려하다. 이 앞에 보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무슨 터가 있다. 즉 건물이 있었던 자리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건물이 없고 그 터만 남아 있는데 광해군이 중전의 손을 잡고 도망치면서 위 사진의 오른쪽 문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도망다닐 때 보다 보니 어라 저기 경복궁이네 했던 기억이 난다.


참 연기는 잘 한다만 인생은 그렇고 그런 배우


이병헌 하면 생각나는 게 우수에 찬 눈빛? 그런 연기가 참 일품인 배우라 생각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서 1인 2역을 하는데 정말 연기 잘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참 연기 잘 해. 연기자야. 배우 맞아. 인생도 그렇게 칭찬받을 일로만 가득했으면 얼마나 좋겠냐. 원래 연예 직종에 있다 보면 드러운 꼴 많이 봐서 그 속에서 성공의 반열에 들어가려면 수많은 드러운 꼴을 겪고 또 자신도 행하고 하면서 살아남은 거니까 원래 연예인들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남 잘 속이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감내하는 게 그러하다 보니 그렇게 인간이 변하는 거거든. 근데 칭찬은 고사하고 좀 아니다 싶은 짓을 하니 미운 털이 박힌 거지. 나는 연기는 잘 해도 호불호는 없었던 배우였는데 이젠 싫은 배우가 됐다. 인간이 먼저 되야 그 다음이 연기자거든. 연기자 이전에 인간이 되란 말이지.


진짜 내시 같았던 배우, 장광


조내관 역의 장광. 이 배우가 <도가니>에서 악덕한 교장 역을 맡았던 배우다. <도가니>에서는 그렇게 미워보이더니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정말 내시 같다는 느낌을 줬다는. 그만큼 맡은 배역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는 얘기겠거니. 이런 배우가 진정한 배우 아닐까 싶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조내관과 천민 출신의 가짜 광해와의 대화가 사뭇 재밌다. 우리도 궁금해할 만한 질답이 나오는데 뭐 예를 들면 이렇다. 내시는 정말 그게 없나? 그러면 앉아서 볼 일을 보나? 서서 볼 일을 보나? ㅋㅋ



허균 역도 참 잘 어울렸던 배우, 류승룡


난 이런 류승룡 같은 배우가 좋다. <최종병기 활>에서 쥬신타 역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때문에 알게 된 배우인데, 그 다음 영화인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매우 재미난 캐릭터를 매우 잘 소화했고, 이번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허균 역도 잘 소화한 거 보면 이 배우 정말 난 배우인 거 같다. 어떤 캐릭터도 어울리는 그런 배우.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맡았던 그 캐릭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SKT 광고도 찍었는데 영화관에서 본 광고라 나중에 이리 저리 뒤적거려서 찾아 포스팅하기도 했었다. 봐바. 정말 재밌다.



중전 역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던 배우, 한효주


난 한효주라는 배우를 모른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그것도 CGV를 제일 많이 이용하다 보니 항상 삼성 카메라 광고에서 봐서 얼굴을 알 뿐. 그 때의 이미지는 좋았었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보니 글쎄 그리 한효주란 배우의 이미지와는 그닥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더이다~ 그렇다고 역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거나 발연기를 했다는 건 아니지만 중전같아 보이지는 않더라는 얘기.


심은경, 얜 이제 이런 캐릭터로 굳히려나?


<써니>에서도 이렇게 다소 찐따같은 역을 맡더니만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그러네. 난 이런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 실제는 안 그렇겠지만 이런 찐따 역이 정말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아예 그런 캐릭터로 밀어부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아~ 난 넘흐 싫다고. 배우가 아니라 그런 캐릭터가 말이다.


가장 웃겼던 장면

가장 웃겼던 장면이다. 뭐 본 사람들만 알겠지. 궁금하면 보라고. ^^; 매화틀(왕이 변을 보는 변기)에 앉아서 수많은 시녀들 앞에서 변을 보는 장면인데 다 고개를 숙이고 있고 신하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고 변을 보다 보면 냄새도 나고 소리도 날텐데 을매나 쪽팔릴꼬. ㅋㅋ 근데 아무리 픽션이라고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왕이 이렇게 변을 봤나 보다. 다 보고 나면 궁녀가 명주 수건으로 닦아주고. 헐~ 로마 시대에 보면 목욕을 하고 알몸으로 나오면 시녀들이 와서 물기 닦아주고 옷도 입혀주는 거랑 매한가지자네. 근데 더 재밌는 건 그렇게 싼 똥은 전의감(왕의 주치의)에게 보내지고 전의감은 똥 냄새도 맡고 맛도 보면서 왕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는 거다. 헐~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