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들이 발행한 보증서의 등급이 재감정 때는 많이 달라져
세상을 살다보면 참 재미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내가 블로그에 다이아몬드 관련해서 연재를 해볼까 생각한 즈음에 우연치않게 케이블 TV에서 <당신의 다이아몬드는 안녕하십니까?>란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예전 같으면 관심 밖의 일이니 그냥 넘어갔을 법한데 다이아몬드 연재를 생각한 즈음이다 보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고, 눈여겨 보니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다이아몬드 업계에 이런 업체들이 있다는 게 실로 놀라웠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냐고 베루체의 이창우 부장님께 여쭤보기도 했었는데 있단다. 헐~
재감정하면 등급이 달라진다고? 일부 그럴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다이아몬드 등급을 결정할 때 캐럿(Carat)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감정하기 때문에 동일한 다이아몬드라고 하더라도 감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해당 감정소 또는 단체에서 정해진 등급 기준에 맞도록 엄격하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있어야 재감정할 때도 등급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법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보증서를 발급할 때는 저 사람이 등급을 매겼는데 재감정할 때는 다른 사람이 감정해서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전문가야? 할 지 몰라도 등급도 범위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생긴다. 컷 등급이야 컴퓨터로 계산해서 하는 거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투명도(Clarity)와 같은 경우는 사람이 하는 건데 이걸 VVS2 등급으로 해야할 지 바로 아랫 단계인 VS1 등급으로 해야할 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는 거다. VVS2 등급으로 하면 VVS2 등급에서도 최하급이 되는 것이고 VS1 등급으로 하면 VS1 등급에서도 최상급이 되는 거다. 그래서 등급이 같아도 다이아몬드가 다 같지는 않은 법인지라 같은 등급이라도 좋은 Quality의 다이아몬드를 골라서 추천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매 시에는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네들이 발행한 보증서의 감정과 재감정 결과 차이가 크다?
<당신의 다이아몬드는 안녕하십니까?> 프로그램에서 나왔듯이 같은 감정소에서 동일한 다이아몬드를 평가하는데, 때에 따라 등급 차이가 "크게" 차이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것도 자기네들이 이 다이아몬드는 무슨 등급입니다 해서 보증서를 발행해놓고 나중에 재감정할 때는 이 등급 안 나옵니다 하는 그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냐고? 이건 감정사의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결과라고 본다. 즉 내가 등급을 결정할 때는 등급을 이왕이면 높이려고 한다. 그래야 가격이 올라가고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데서 감정한 다이아몬드를 재감정해달라고 하면 등급을 낮추려고 한다. 그래야 가격이 내려가고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결국 이런 감정소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믿을 수가 없는 거고. 이런 감정소는 '신뢰'를 얻기 보다는 돈 버는 데에 급급하기 때문에 아무리 자체적인 등급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등급 기준이 세밀하지 못하고 등급 결정 또한 주먹구구식일 수 있다. 왜? 등급 기준을 세밀하게 한다고 돈 버는 거 아니잖아? 그지? 그러니까 그냥 대충 등급 결정하되, 가급적이면 높은 등급으로 해야 자기네들한테 이익이 나니까 그러는 거다. 실력 여부를 떠나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고 이러니 믿을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공신력이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 등급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그에 맞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있어 신뢰를 준다는 의미가 되겠다.
실제 등급보다 높은 등급의 보증서 발행하는 뒷거래도 있더라
그리고 <당신의 다이아몬드는 안녕하십니까?>에서 보면 등급이 높을수록 다이아몬드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 등급보다 높은 등급의 보증서를 발행하는 뒷거래도 있어서 보증서에 기입된 등급을 믿기 힘든 사례도 있었다. 만약 내가 산 다이아몬드의 보증서가 그런 보증서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없다. 그렇게 뒷거래로 발행된 보증서가 아니라고 믿을 수 밖에. 그래서 더더욱 공신력 있는 보증서인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듯이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신뢰'가 중요한데 푼돈 벌려고 신뢰를 잃어서는 더 큰 것을 잃기 때문에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나 감정소는 그런 뒷거래를 상상조차 못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프로그램에 나왔던 감정소는 국내의 감정소인데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PD에게 물어봐? ^^;
해외 보증서가 좋아? 아니면 국내 보증서가 좋아?
질문을 좀 바꿔보자. 미국이 좋아? 한국이 좋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마찬가지다.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공신력만 놓고 본다면 해외 보증서가 좋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왜냐면 해외 보증서는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보증서를 인정해주지만 국내 보증서는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만 인정해준다는 얘기다. 고로 만약 국내 보증서로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다가 외국에서 팔려면 재감정을 받아야 한다. 보증서의 적힌 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재감정해서 그에 맞는 시세로 매입을 해준다는 얘기다. 재감정 비용은 별도다. ^^;
이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단체 중에 AGL(보석감별단체협의회)란 단체가 있다. 여기서도 보증서를 발급하는데, 이 보증서로 구매한 다이아몬드를 국내에서 팔게 되면 보증서에 적힌 등급 그대로 인정해주느냐? 재감정해서 새로 등급을 매긴다. 그럼 AGL이라는 단체가 공신력이 없는 단체냐? 일본에서는 공신력 있는 단체다. 결국 무슨 말이냐 하면 공신력이라는 것도 지역에 따라 또 보증서를 발행하는 단체의 마케팅에 영향을 받는 면이 다분히 있다는 얘기다.
즉 컴퓨터로 정확하게 측정하여 이 단체가 등급 기준이 더 엄격하고 감정 또한 깐깐하게 하기 때문에 더 공신력이 있다라고 하기보다는(분명 이런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해당 지역에 형성된 업계 통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거다. 만약에 내가 감정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나서 세계에서 공신력 있는 단체의 등급 기준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등급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맞게 엄격하게 등급을 결정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공신력이 생길까? 나는 이런데 남들은 인정을 안 해준다. 인정하게 만들려면 그만큼 나는 다르다는 걸 알려야하는 마케팅이 필요한 거고. 또 그렇게 해서 업계에서 인정을 해줘야 공신력이 생기는 거고.
그럼 국내에선 어디서 발행한 보증서가 공신력 있나?
국내에서 널리 유통되는 보증서라고 하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국내에서 발행하는 보증서고, 다른 하나는 외국에서 발행하는 보증서다. 국내감정소라고 해서 판매상에서 자체 발행하는 보증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제3의 기관인 별도의 감정소에서 발행하는 보증서라는 얘기다. 그 중에서 국내에서 널리 유통되는 보증서로 국내 보증서 2개랑 해외 보증서 1개만 언급한다. 이것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즉 여기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신력이 없다 그런 거 아니라는 얘기다. 많다보니까 내용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국내에서 널리 유통되는 것만 골라서 소개하는 거다. 아무리 공신력이 있다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영향을 받는 면도 다분히 있으니까.
국내 보증서: 우신
아마 결혼 예물 때문에 예물샵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알 거다. 국내 보증서는 우신 꺼를 많이 쓴다고. 그만큼 널리 유통되는 보증서이기도 하고 국내 보증서로는 가장 공신력이 있다. 근데 지난 포스팅의 덧글에 대한 답글로 살짝 언급했던 건데, 위의 사진 보면 감정한 다이아몬드가 패키징 되어 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직접 확인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같은 등급이라 해도 투명도가 좋은 게 있고 안 좋은 게 있는데 이걸 확인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패키징 되어 있으니까. 이거 뜯으면? 사야지~ 사고 나서 뜯으면 아무 소리 안 해~ ^^; 개봉 후에는 반품 불가~
물론 감정된 다이아몬드의 보증서가 있고, 감정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가가 감정한 거니 도난이나 분실의 염려를 줄이기 위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는데 직접 확인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해외 보증서인 GIA는 다이아몬드가 패키징 되어 있지 않아 다이아몬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등급이라도 좋은 다이아몬드를 골라줄 수도 있다는 얘기. 그럼 보증서에 맞는 다이아몬드인지 어떻게 확인해? 다 방법이 있으요~ 레이저로 각인을 새기기 때문에 확인 가능한데 이건 나중에 얘기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GIA가 전세계 감정을 이끄는 곳이다 보니까 우신도 최근에는 패키징 하지 않고 다이아몬드를 제공하면서 레이저 각인을 새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우신보석감정원 홈페이지 보니까 그렇더라는.
국내 보증서: 현대
그 다음으로 공신력 있다고 하는 보증서가 현대 보증서다. 보통 국내 보증서라고 하면 여러 감정서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우신과 현대 정도까지만 널리 사용하는 듯. 그 외의 보증서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는 거고 그만큼 널리 유통되는 보증서는 아니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골든 듀와 같은 데서도 감정서를 발급하는데 자체 발급한다. 이런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거고.
즉 그렇게 자체 발행한 감정서의 다이아몬드는 국내에서라도 팔려면 재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적어도 우신이나 현대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다는 얘기. 그러면 세계적인 브랜드인 티파니, 까르띠에, 쇼메 이런 거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하는 때가 있을 듯. ^^; 너무 한꺼번에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고~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글로 적는 나도 얼마나 힘들겠냐고. ^^;
해외 보증서: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이번에는 해외 보증서 중에 공신력 있는 보증서로 GIA에서 발행한 보증서다. GIA는 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의 약어로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미국보석학회 정도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회(교수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학술 모임 같은)와 대등하다고 생각할 순 없고, 단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단체라는 거. 왜 그런고 하니, 다이아몬드 등급 기준을 최초로 정립한 곳이 GIA거덩~ 게다가 감정소가 세계 곳곳에 있어서 국내에서도 GIA 보증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신력으로만 따진다면 GIA > 우신 > 현대
그 외에도 보증서를 발급하는 단체가 많다. 미국에 있는 AGS(American Gem Society, 미국보석협회), 세계 최고 수준의 연마공들이 모여 있고 국제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있는 벨기에의 HRD(Diamond High Coucel)나 IGI(Internaional Gemological Institute) 등도 언급하고 싶었으나 너무 길어질 듯 하여 담 기회로 미룬다.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보증서라고 하더라도 유럽의 보증서보다는 미국의 보증서를 주로 다루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보증서가 공신력이 없는 게 아닌데 국내에서는 유럽 보증서보다는 미국 보증서를 많이 취급하더라는 거. 위의 공신력 순위는 최근의 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같은 등급이라 하더라도 어디에서 보증서를 발급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의 시세는 금과 같이 중량에 따른 시세가 아니라 보증서를 발급하는 단체가 어디냐에 따라 시세도 제각각이다. 같은 등급이라 하더라도 공신력이 큰 단체에서 발행하는 다이아몬드가 더 비싸다는 얘기다. 기사에도 잘 나와 있듯이.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얘기할 때, GIA 다이아몬드, 우신 다이아몬드, 현대 다이아몬드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저마다 다이아몬드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거.
+ '다이아몬드 세계' 연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할 예정이다.
+ 다이아몬드에 대해 궁금하면? 덧글을 달거나 방명록에 물어보시길, 글로 정리해서 답해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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