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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역사

화장실의 유래: 화장실이란 말은 화장을 하는 곳인데 왜 변소를 뜻하는 말이 되었을까?

화장-실(化粧室)「명사」
1. 화장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방.
2. ‘변소’를 달리 이르는 말.


화장실의 한문 표기를 보면 변할 화(化)에 단장할 장(粧)을 써서 여자들이 흔히 하는 화장을 하는 공간이란 뜻이다. 그런데 왜 화장실이란 말이 용변을 보는 변소라는 말로 사용되게 되었을까?


화장하는 곳이 변소를 이르게 된 유래


위 사진은 고양 화장실 전시관에 있는 안내 책자에 있는 화장실이란 이름의 유래다. 그대로 옮긴다.

한때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가발을 쓰기 전에 위생처리의 한 방법으로 가발에 파우더를 뿌렸고 귀족들의 침실 구석에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한 분장실(powder closet)이 있었다. 분장실에서는 가발에 분칠을 한 후에 손을 씻어야 했기에 물이 있어야 했고 당시에 계속 개발되던 의자형 수세 변기도 물이 있는 분장실에 두게 되었다. 이후 분장실은 분장(화장)도 하고 배설도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결국 화장실이란 말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근데 난 좀 이해가 안 간다. 그럴 듯 하게 보이지만 연결고리가 끊겼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럼 영국에서 변소를 화장실이라고 불렀다면 화장실이라고 하는 영어 표현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는 없다. 그래서 조사해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장실이란 뜻의 영어 표현을.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들

① W.C.

Water Closet의 약어수세식 화장실을 뜻한다. 지금에야 수세식 화장실이 일반화되었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데 W.C.라고 표기되어 있는 곳도 있으니 이는 잘못된 표현이 되겠다. 원래 closet은 벽장이란 뜻이다.

② Toilet

프랑스어인 망토(toile)에서 유래한 말로, 예전에 프랑스에는 망토와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이 뭐하는 사람이냐면 길가다 화장실이 급하면 이들에게 돈을 내고 망토 아에 들어가서 양동이에 용변을 봤다고 한다. 거기서 유래된 말인 Toilet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개의 화장실이 작은 칸으로 나뉘어진 화장실' 또는 '집 안의 화장실'이라고 되어 있는데 보통 집 안의 화장실은 요즈음에 Bathroom이라고 하니 여러 개의 화장실이 작은 칸으로 나뉘어진 화장실로 보는 게 맞겠다. 그러면 공중 화장실을 뜻하는 건가 싶었는데 공중 화장실은 public toilet이라고 해서 toilet 앞에 public을 붙여서 표현한다. 내가 볼 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장실 그 어디에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Toilet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덱스터님께서 예전에 toilet은 중류 계급 이하에서 사용하던 표현이라고 알려주셨다.

③ Lavatory

수세식 변기에 손을 씻는 시설까지 갖춘 화장실로 가장 비슷하다고 하면 washroom이 되겠다. washroom수세식 변기와 세면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니까.

④ Rest-room

쉰다는 의미의 Rest와 공간이란 의미의 room이 합쳐져서 쉴 수 있는 휴게 시설이 함께 있는 화장실이 되겠다. 호텔과 같이 격식을 갖춘 시설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⑤ Bathroom

수세식 변기 이외에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일반 가정집의 화장실이 되겠다. 단, 일반 가정집의 화장실이라고 해도 욕조가 있어야 Bathroom, 없으면 Washroom.

⑥ Privy

privacy라는 말에서 나온 표현으로 보안을 유지하기 좋은 공간이란 의미에서 Privy라고 하는데 옥 외에 있는 화장실을 뜻한다. 그래서 priv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허용된'이란 뜻이 있는 거다. 옥 외에 있는 화장실을 뜻하는 표현으로 outhouse, backhouse가 있다. outhouse는 주로 사용되는 뜻이 별채이고, backhouse는 뒤채다.

⑦ Latrine


야영지 등에서 특히 땅에 구덩이를 파서 만든 화장실로 위와 같은 화장실이 되겠다. ^^; 이런 걸 W.C.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니까 말이다.

⑧ Loo, John, Can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loo, the John, the Can이란 표현이 있다. 다 화장실을 뜻하는데 여기서 John은 사람 이름인데 이게 왜 화장실을 뜻하는 표현이 되었냐면 1596년 수세식 변기를 세계 최초로 만든 사람이 바로 영국의 존 해링턴 경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존 해링턴(John Harington) 경이 발명한 수세식 변기는 냄새가 역류하는 문제가 있었다. 존 해링턴은 16세기 영국의 법률가이자 번역가, 작가였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유명한 말 하나 소개한다.

Treason doth never prosper, What's the reason? For if it prosper, none dare call it treason.
반역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왜냐면, 성공하면 감히 그것을 반역이라 할 수 없으니까.


여기에 loo란 단어는 영국 상류층에서 쓰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덱스터님이 해주셨다. 단어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과 함께. 지금에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계급 사회였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갑자기 룰루 비데가 생각나네. 혹시나 싶어서 찾아보니 룰루(looloo)다. 오호~ 이거 나름 loo란 단어를 알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은. 나름 생각해서 네이밍을 했는데 그 속뜻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그냥 의성어를 영문으로 끄적거린 거 같은 그런 느낌이다.

⑨ public restroom(, toilet, comfort station), communal lavatory

이건 공중 화장실을 뜻하는 표현이다. public(대중의) 또는 communal(공동의)란 단어 뒤에 화장실을 뜻하는 표현인 restroom, toilet, lavatory가 붙거나 comfort station이란 다소 완곡한 표현이 붙어서 공중 화장실을 표현한다.

⑩ a men's room, men, the gents

남자 화장실을 뜻한다. 재밌는 건, 남녀용이 분리된 화장실이 최초로 등장한 건 1739년 프랑스 파리란다. 그 전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고. 반대로 여자 화장실은 a ladies' room, women, the ladies으로 표현한다.

⑪ portable toilet

간이 화장실이다. 공원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임시 화장실이 되겠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나왔던 매화틀도 portable toilet이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휴대용 변기니까. toilet이란 단어가 화장실 외에 변기를 지칭하기도 하니 말이다.


⑫ head, join

마지막이 되겠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쓰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박이나 군함의 화장실을 일컬을 때 head, join이라 표현한다고 한다.

자. 지금껏 처음 본 표현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그 어디를 봐도 화장을 하는 곳이란 뜻의 단어나 그런 유래를 가진 단어를 볼 수 없다. 그럼 도대체 화장실(化粧室)이란 말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냔 말이다. 정확한 유래는 못 찾았지만 화장실(化粧室)이란 말은 일본인이 만든 말이란 글귀를 봤다. 그럼 다시 고양 화장실 전시관 안내 책자의 글을 읽어보자.

한때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가발을 쓰기 전에 위생처리의 한 방법으로 가발에 파우더를 뿌렸고 귀족들의 침실 구석에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한 분장실(powder closet)이 있었다. 분장실에서는 가발에 분칠을 한 후에 손을 씻어야 했기에 물이 있어야 했고 당시에 계속 개발되던 의자형 수세 변기도 물이 있는 분장실에 두게 되었다. 이후 분장실은 분장(화장)도 하고 배설도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결국 화장실이란 말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장실의 유래라고 떡하니 올려 놓은 건데 어휘를 갖고 장난 친 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표현 중에서 화장을 하는 곳이란 뜻의 표현이나 유래는 없었다. 즉 서양에서 변소를 화장하는 곳이라고 인식해서 화장실이란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게 인식해서 변소를 화장실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면 화장실 즉 화장을 하는 장소(공간)란 뜻의 영어 표현을 써야지. 안 그래? 결국 화장실의 유래는 다음의 내용이 추가되어야할 거 같다. 일본인들이 영어로 변소란 뜻의 단어를 해석하다가 화장실이란 표현을 만든 거라는. 그렇게 해야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화장실을 뜻하는 우리나라 표현들

자 그럼 이제 우리나라 표현들을 살펴보자.

① 변소(便所): 편할 변(便)에 곳 소(所). 편안한 공간이란 뜻. ≒ 변방(便房). 소(所) 대신 방 방(房)
② 측간(厠間): 뒷간 측(厠)에 틈 간(間). 뒷간이란 뜻. ≒ 측실(厠室): 틈 간(間) 대신 방 실(室)
    단, 측실(厠室)은 변소란 뜻이 두번째 뜻이고 곁방이란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
③ 측청(廁圊): 뒷간 측(廁)에 뒷간 청(圊). 뒷간이란 뜻.
    근데 뒷간을 뜻하는 측이란 한자가 두 개다. 厠와 廁. 측간과 측청의 측이 다른 글자라는.
④ 정방(淨房): 깨끗할 정(淨)에 방 방(房). 깨끗이 비우는 방이란 뜻.
⑤ 회치장(灰治粧): 재 회(灰), 다스릴 치(治), 단장할 장(粧). 재로 단장해서 다스리는 곳이란 뜻.
    똥개 얘기에서 언급했듯이 똥은 조선시대에 농사를 위한 주요한 거름이었다.
    거름으로 쓰기 위해서 똥을 숙성시킨 뒤 재를 뿌려 똥재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회치장이란 말이 똥에 재를 뿌려 다스리는 공간이란 의미에서 변소로 사용된 듯.
    비슷한 의미에서 거름으로 쓸 재를 모아 두는 헛간인 잿간을 변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⑥ 혼측(溷廁): 뒷간 혼(溷)에 뒷간 측(廁). 뒷간이란 뜻.
⑦ 시뢰(豕牢): 돼지 시(豕)에 우리 뢰(牢). 돼지 우리란 뜻.
    회치장이나 잿간을 변소로 사용하듯이 돼지 우리도 매한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의 인분을 먹고 자라는 똥돼지. 아래쪽을 돼지 우리와 연결한 변소도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⑧ 해우소(解憂所): 풀 해(解), 근심 우(憂), 곳 소(所).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으로 절에서 쓰는 말.
⑨ 뒷간: 뒷쪽에 있는 방이란 뜻. 변소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영어로 outhouse와 딱 매치.
⑩ 정낭: 뒷간의 강원도, 경상남도 방언
⑪ 통시: 뒷간의 강원도, 경상남도 방언
    대변을 보면 '통'하는 소리가, 소변을 보면 '시'하는 소리가 난다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가
⑫ 통싯간: 뒷간의 경상남도, 충청남도, 황해도 방언

여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볼 때 가장 알흠다운 말은 多不有時다. 음독해봐바. 다불유시. W.C. ㅋㅋㅋ 어딘가에는 이렇게 적혀 있더라는 거. 근데 이렇게 적혀 있으면 얼핏 봤을 때 알아보기 쉽지 않을 듯 싶다. 급해서 화장실 가는데 문 앞에 이렇게 적혀 있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듯. 고양 화장실 전시관 안내 책자에서 화장실이란 이름의 유래를 보고서 이해가 안 되어 이리 저리 찾아보고 정리한 거다. 결론적으로 화장실이란 말은 서양에서 부르던 표현이 아니라 일본인이 지어낸 말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