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다소 느슨한 윤회 사상, 지루하진 않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나의 3,171번째 영화. 워쇼스키 형제 아니지 워쇼스키 남매(알겠지만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해서 라나 워쇼스키가 되어 형제가 남매가 되어 버렸다)라고 해서 항상 괜찮은 작품을 내는 건 아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아틀라스> 나름 기대했다. 원래 워쇼스키 남매(!)가 동양 사상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감독이라는 걸 알고 있는 바 <매트릭스> 이후의 영화 <닌자 어쌔신>, <스피드 레이서>, <브이 포 벤데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걸 뭔가 있겠거니 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나름 집중해서 봤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일장일단이 있었고 원작에 충실해서 그런 지는 몰라도 원작의 스토리가 그리 탄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그래서 개인 평점 그리 높게 못 주겠다. 7점 정도.


정통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일침?

2346년을 배경으로 한 배두나가 맡은 역인 손미의 대사에서 윤회 사상에 대해서 잘 나온다. 천국과 지옥이 없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손미가 답한다. 문이 하나가 있다고 믿을 뿐이라고. 한 개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면서 말이다. 나는 이걸 정통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부정이라고 본다. 사실 윤회 사상을 불교와 결부시키는데 이는 불교의 기본 골격이기 때문이고 여타의 종교에 비해서 불교가 대중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지 실상 윤회 사상은 정통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종교에서 수용하고 있는 바다.(기독교도 종파가 무수히 많은데 그거까지 일일이 따지고 들지는 못하겠고.)

그리고 이런 대사가 나온다. 실패할 걸 알면서 왜 그랬냐는 질문에 손미가 대답한다. 자신이 얘기하지 않으면 진실은 숨겨졌을 거라고. 그러자 다시 묻는다. 아무도 이 진실을 믿지 않는다면? 그러자 손미가 대답한다. 누군가는 이미 믿고 있다고. ㅋㅋ 나는 이거 보면서 뭐랄까 이런 느낌이 들었다. 기독교인들은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 뭐 그런.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듯한 느낌이었단 말이지. 이 몇 마디 주고 받는 대사만큼은 개인적으로 좋았던 면 중에 하나다. 왜? 기독교인들은 들으려 하지 않잖아~ ㅋㅋ


원작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기교가 난무하더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문학동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권으로 되어 있던데 소설을 읽지 않는 나는 영화화한다고 해서 소설을 보고 그러지는 않으니 당연히 읽지 않았고. 근데 궁금한 게 생겼다. 원작 소설에서는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느지 말이다. 즉 구성이 어떤지 말이다. 그래서 목차를 봤더니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다가 2권에서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그렇지가 않거든. 6개의 다른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초반에 보면 좀 복잡한 듯 보이게 구성했더란 말이다.

이게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른다. 이거 뭐지? 하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 뭐 그런 걸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책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 영화는 영화라는 장르에 맞게 좀 더 임팩트 있게 구성해보자는 생각에서 그런 거 같다. 근데 임팩트가 있기는 커녕 왜 난 기교라는 생각이 들지?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책과 같이 구성해도 충분할 수도 있는데 이 얘기 하다가 저 얘기 넘어가고 저 얘기 하다가 다른 얘기 하고, 그러다 다시 이 얘기로 넘어오고. 그렇다고 관객들이 나중에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거든. 그래서 난 기교라고 보는 거고. 기법? 몰라~ 난 그런 거. 스토리에만 집중할 뿐. 이런 점에서는 그닥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 그려.


원작의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아무리 구성을 원작과 달리 했다고 하더라도 원작의 스토리의 메인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난 <클라우드 아틀라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윤회 사상의 겉만 보여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거다. 윤회하면 생각나는 것. 인과응보.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고,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나온 6개의 다른 시공간의 캐릭터들의 인과관계가 잘 보이지 않더라는 거다. 이걸 아주 치밀하게 설정해서 스토리로 만든 거라면 아마 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영화적 재미는 차지하고라도 매우 의미 있는 영화라고 점수 높게 줬을 거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A4 용지에 끄적거리면서 인과관계를 설정해보려고 했었다. 왜 이게 내게는 중요했냐면,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윤회사상을 밑바탕으로 깔았다며~? 그럼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그런 인과관계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배? 그런데 그 연결고리가 아주 느슨하더라는 거다. 조밀하지 못하고 느슨해서 원작의 스토리가 그리 탄탄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다. 나같으면 그런 거 다 고려해서 스토리 만들겠다. 사실 내가 탈고한 원고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는디. ^^;(소설 아니다. 사고력에 대한 책이다. ^^;)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톰 행크스 중심으로만 본다. 1849년 배경에서는 변호사(짐 스터게스 분)에게 약물을 먹여서 점점 죽게 만들어 그 변호사가 가진 금을 취하려고 하는 의사(?)로 나온다. 1936년에는 여관주인으로 나오는데 비중이 적다. 1974년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음모를 알고 있는 과학자로 나오는데 할리 베리와 사랑하는가 싶더니만 첫만남 이후로 죽는다. 2012년에는 건달이자 작가로 나와서 초반에 비평가 한 명 빌딩에서 던져버리고 감옥간다. 2144년에는 영화 속의 인물로 나와서 비중이 적고, 2346년에는 계곡에 사는 원주민으로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다.

자 어떤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을까? 한 사람만 두고 그렇게 보기는 애매하다 싶어 모든 캐릭터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살펴봤다. 찾기 힘들다. 6개의 다른 시공간의 에피소드들간의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을 뿐이다. 이렇다고 한다면 등장 캐릭터를 분장까지 해가면서 같은 배우를 쓰게 한 게 이해가 안 되더란 말이다. 괜히 헷갈리게 만들고 말이지. 그렇게 해서 의미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래서 여기서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하는 거다.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은 볼 만

아무래도 영화라는 장르가 비쥬얼한 면이 강하다 보니 그렇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특히 나쁘다는 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6개의 에피소드가 뒤죽박죽 섞여서 전개되다 보니 3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는 않았고.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특수분장. 캐릭터를 보면 어떤 배우가 분장했네 하고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한데 어떤 경우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장을 했다는 거다. 이거 <클라우드 아틀라스> 영화 끝나고 각 배우마다 어떤 캐릭터를 맡았는지 나오니까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기둘리~ 그 중에 하나만 샘플로 올린다. 스포? ^^;

 

위와 아래 모두 배두나다. 헐~ 아래 사진이 배두나라고 믿기나? 배두나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동양인으로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근데 다른 건 다 눈에 띄어. 배두나네. 딱 알아보겠더란 말이지. 근데 아래 사진은 배두나인 줄 정말 몰랐다. 멕시코 여자로 분장한 건데 정말 다른 사람같아 보인다.


아무리 2346년의 서울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분위기는 아니더라

2346년 배경의 서울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촬영을 하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분위기가 안 나. 아무리 2346년의 미래라고 하지만 마치 <토탈 리콜>에서 배경에 한글이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단 말이지. 딱 그 느낌이었다고. 단지 한글이 좀 더 많았을 뿐. 근데 한글이 영 어색해. 또한 한국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소품들도 많았던 거 같고. 왜 미쿡 영화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할 때 그냥 간판들에다가 한글 좀 넣으면 그게 한국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는 겐가? 분장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어도 이런 부분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 ^^;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