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을 뜨는 게 아니라 구강 카메라로 찍는다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를 방문하다 보면 본을 뜨는 경우가 있다. 일단 본을 뜬다고 하면 1도 충치 치료는 아니다. 적어도 2도 이상의 충치라는 얘기다. 게다가 1도 충치는 재료를 직접 채워넣으면 끝이기에 방문 당일 치료가 끝나지만 본을 뜨면 며칠이 지나야 치료가 끝난다. 본을 뜬다는 얘기는 거기에 맞게 치아를 제작해서(엄밀하게 말하면 치아의 수복물을 제작해서인데 편의상 치아라고 한다.) 붙인다는 뜻인데, 치아를 제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렇다. 2도 충치 치료에 언급된 재료들 중에 세렉을 제외한 모든 재료는 이러한 간접 수복 방식으로 치아를 제작한다. 그런데 세렉은 좀 다르다.
세렉 시스템은 구강 카메라를 이용하여 구강 내부를 촬영한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3차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어떻게 사진은 2차원인데 3차원으로 인식할까?
구강 카메라로 촬영하기 전에 조영제라는 걸 뿌린다. 2차원 평면으로 찍히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높낮이의 차이에 따라 명암 등은 다르게 나타나기에 3차원으로 좀 더 잘 인식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한 장만 찍는 게 아니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조합하여 3차원으로 인식한다. 구강 카메라는 구강 내에 있기 때문에 내가 어디를 찍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보면 된다.
이렇게 인식한 구강 내부를 확인해보면 이렇게 3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치료에 필요한 치아 디자인을 하고 이렇게 치아를 제작해라고 하면 로봇(밀링 머신)이 그에 맞도록 치아를 제작한다. 본 뜰 필요 없이 구강 내부를 촬영한 후에 바로 필요한 치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치아 제작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즉시
세렉이 아닌 경우, 본을 뜬 후에 이를 기공소에 보내면 기공사가 치아 모형을 만들고 고객이 선택한 재료로 필요한 치아 제작을 하게 된다. 이 기간 때문에 하루 만에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건데, 기공소가 치과 내부에 있으면 그나마 뜬 본을 기공소에 보내고 받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조금은 빨리 치료를 끝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일 치료는 힘들다. 그래서 첫방문 시에는 임시 치아를 붙여넣는 거다. 일단 제작된 치아가 도착하기 전까지 치아는 사용해야 하니까. 이런 임시 치아를 만드는 데에 사용하는 재료가 레진이고.
세렉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여기에 있다. 필요한 치아를 로봇이 바로 제작할 수 있는데 치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당일 방문 당일 치료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것만이 장점인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빠르다고 해서 다 능사는 아니지만 사실 헬스장 1년 등록하고 초반에 얼마 다니다가 안 가는 것처럼 치과 치료도 일단 가기가 싫으니까 잘 안 가게 되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당일 방문 당일 치료가 되면 1회 방문으로 모든 게 끝나니까 여러 모로 좋다는 건 확실하다는 얘기다.
강화 세라믹으로 치아 제작하는 과정
세렉에서 사용하는 재료도 세라믹이다. 그런데 강화 세라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2도 충치 치료에 언급된 재료 중에 세라믹이 있기 때문에 구분하기 위해서다. 세렉에 사용하는 세라믹과 같은 경우는 치아 제작 방식 자체가 다르다. 세라믹으로 치아를 제작할 때는 세라믹 재료를 덧붙여가면서 치아를 제작하지만 세렉 시스템을 이용할 때는 미리 압축해서 강도를 높인 세라믹 블록(위의 사진)을 깎아서 만든다.
사실 세렉 시스템에 사용되는 강화 세라믹도 종류가 많다. 그거까지 일일이 설명하면 너무 복잡한데, 같은 강화 세라믹이라고 해도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실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튼 기존 세라믹에 비해서 강도는 훨씬 높다는 거. 이렇게 얘기하니까 무조건 강도가 높아야 좋은 건가 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얘기하자면 그건 아니다. 얼마나 우리의 실제 치아와 유사하냐가 중요하다. 세라믹과 같은 경우는 강도면에서 충분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라고 이해하면 될 듯. 여튼 이런 세라믹 블록을 세렉 로봇(밀링 머신)에 끼워넣으면 된다.
세렉 로봇의 정중앙에 보면 세라믹 블록을 끼워놓을 수 있는 홈이 있다. 여기에 블록을 끼워넣고 세렉 로봇을 작동시키면 나머지는 알아서 로봇이 치아를 만든다.
치아를 만드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세렉 로봇에 제작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치아 제작이 완료되면 완성된 치아만 남을까? 그렇지 않더라~
치아 제작을 완료하고 나면 블록은 이렇게 중간에 아무 것도 없는 채 달려 있게 된다. 그럼 치아는?
아래 쪽에 보면 이렇게 완성된 치아가 떨어져 있다.
세렉 로봇(밀링 머신)도 버전에 따라 기능이 다르더라
1) CEREC MC XL
지금까지 사진으로 보여준 세렉 로봇(밀링 머신)은 CEREC MC XL 버전이다. 내가 오늘안치과에서 세렉 장비라고 처음 본 게 이거였고 내 왼쪽 위의 제1소구니(앞어금니) 크라운 치료도 이 장비로 했다. 그 당시에는 CEREC MC XL이 최신 버전이었는데, 보통 세렉 장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이 장비를 보유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가장 널리 보급된 세렉 장비다.
2) CEREC 3 (구버전)
이건 CEREC MC XL 이전 버전인 CEREC 3다. CEREC MC XL에 비해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것도 버전 3라는 거. 즉 그 이전에 이보다 더 허접한(물론 당시에서는 최신이겠지만 ^^;) 장비도 있었다는 얘기다. 즉 세렉 시스템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고객들에게 알려지긴 시작했지만 사실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전을 해온 시스템이라는 거다. 뉴스 기사 검색을 해보면 1998년 3월 30일자 한겨례 신문에 서울대병원에서 세렉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3) inLab MC XL (상위버전)
그리고 최근에 본 세렉 로봇이 inLab MC XL다. 사실 생긴 거는 CEREC MC XL하고 차이가 거의 없다. 색상의 차이 정도 밖에는. 그러나 비슷해보여도 inLab MC XL이 CEREC MC XL보다 기능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 할 수 있다. 왜냐면 inLab MC XL는 되는데, CEREC MC XL는 안 되는 게 있거든.
CEREC MC XL
inLab MC XL
두 개를 비교해보면 로봇 팔이 좀 다르다. 3도 충치 치료에 대해서 언급할 때 다루는 재료지만 지르코니아란 재료가 있다. 이 재료는 매우 단단한데(세렉에서 사용하는 강화 세라믹보다 더 단단하다) 지르코니아까지 깎을 수 있는 게 inLab MC XL이다.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여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세렉 시스템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과연 단점은 없을까?
자 이제 세렉 시스템이라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면, 이게 치과 의사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고객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봐야할 듯 하다. 더더군다나 병원쪽은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마케팅이 난무하는 영역이다 보니 세렉이라고 살펴보면 뭐 전부 다 장점만 언급이 되어 있는데 과연 장점 이외에 단점이 없는 무결점 시스템인가 하는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사실 나는 세렉 시스템에 대한 학계의 입장이 분분하다는 걸 알고 있다.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는 이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이들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가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오늘안치과의 강정호 원장님께 물어보면서 세렉 시스템의 장점 그리고 단점에 대해서 알아봤다. 오늘안치과의 경우에는 3년 넘게 세렉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시술의 다양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어서 세렉에 대해서 문의하기는 더없이 좋았기에. 과연 세렉 시스템은 단점이 없는 좋은 시스템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풍림화산의 프로모션
도움을 주신 분: 오늘안치과 강정호 원장
+ 치과 치료에 대한 더 읽을 거리 → 치아 손상 단계별로 보는 치과 치료의 이해
+ 위 사진은 환자의 동의를 얻어 오늘안치과에 임상 사례로 제공된 사진을 활용한 것입니다.
+ 치과 치료에 대해 궁금하면? 덧글을 달거나 방명록에 물어보시길, 글로 정리해서 답해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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