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274번째 영화.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세상은 그를 혁명가, 위대한 창조자와 같은 멋진 수식 여구를 붙여서 표현하지만 <잡스>에서 보이는 그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비춰진다. 원래 천재성을 가진 이들이 좀 그런 면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말을 나는 몇 번이나 내뱉었다. "이거 개새끼네" 그에게 배울 점은 배워야 하되, 배우지 말아야할 점은 배우지 말자. 스티브 잡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도 이렇게 했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의 일에 대한 철학은 매우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업적은 위대하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상실한 그의 인간미는 결코 배워서는 안 될 것이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맞는 상황 논리를 오너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생긴다. 그런 걸 몰라서 내가 이런 얘기 하는 거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 방식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런 방식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왔기에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삶에 대한 가치의 문제다.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란 얘기다. 돈을 버는 행위는 잘못된 게 아니다. 돈을 벌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 물론 스티브 잡스가 돈만 벌려고 했던 건 아니다. 세상에 뭔가를 보여주자는 게 어쩌면 돈을 버는 것보다도 더 강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뭔가에 집중을 하게 되면 보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가 보지 못했던 부분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것들이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일례로 <잡스> 영화 속에서도 잘 나오지만 초기 멤버들 중에 스티브 워즈니악을 제외하고는 상장 전에 스톡 옵션을 나눠주지 않는다. <잡스>에서는 대학 시절 절친이었던 다니엘 코테케를 중심으로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신의 지분 1/3을 헐값에 넘기거나 선물했던 걸로 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진 두 천재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매력은 이렇게 다르다는 거. 천재기 때문에, 업적이 위대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 또한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본다.
혹자는 그렇게 인간미 없이 행동한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와 같이 위대한 업적을 세우지는 못한다고 반문할 지는 모르겠다. 또는 그렇게 행동했기에 위대한 업적을 역사에 남긴 게 아니냐고 할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그의 위대한 업적이나 천재성을 탓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인간미도 없다는 걸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보고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위대한 건 위대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아마 그런 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영화를 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스티브 잡스의 포장된 면만 보다가 스티브 잡스의 인간적인 면을 보면 그도 위대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재밌는 건 스티브 워즈니악이 <잡스>를 보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요지를 보면 <잡스>는 스티브 잡스를 많이 포장했다는 거. 나는 그렇게 안 보이던데 사실과 다른 면이라고 하는 게 마치 스티브 잡스가 다 제품을 만든 양 해서 그런가?
개인 평점은 7점 준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