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TV를 보면 스페인의 축제 중에 성난 황소를 풀어놓고 황소가 달려오면 도망가는 축제를 볼 수 있다.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왜 저걸 축제라고 하지? 왜 하필 축제를 저렇게 위험하게 하지? 그게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도 좋지 않은 것은 버려야 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근데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전통 민속놀이가 있었다. 나도 알고나서는 정말일까 싶어서 이리 저리 검색해봤을 정도.
마을 단위로 패를 나누어 돌을 던지는 민속놀이, 석전
석전(石戰)은 말 그대로 돌로 싸우는 걸 말한다. 다른 말로는 편을 나누어 싸운다는 의미에서 편전(便戰)이라고도 한다. 보통 정월 대보름날 마을 대항으로 행해진 전통 민속놀이였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단오날에도 행해졌단다. 참여자가 많을 경우에는 한쪽이 1,000명 정도가 되고, 9,000명이 참여한 기록도 있다고 하니 꽤나 큰 규모의 전통 민속놀이라 하겠다. 패싸움이라고 해도 이 정도 패싸움은 보기 드물 듯. 볼 만 했겠다.
돌에 맞아 터지고 때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돌을 던진다 하여 우리가 떠올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짱돌을 손에 쥐고 상대를 향해 던지는, 예전에 대학생들 데모할 때 경찰한테 돌 던지는 그런 모습과는 조금 다르단 얘기다. 왼쪽 그림과 같이 도구를 이용해서 던지는데, 그렇다면 상대편과 거리가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삽화가 아니니 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돌을 이용해서 싸움을 하기도 했나 보다. 아. 다윗과 골리앗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걸로 이기는 모양이다. 그렇게 싸우면서 피가 터지고 때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헐~ 놀자고 하는 놀이에 사람이 죽는다면 그게 놀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이걸 왜 하냐고~ 전통이니까?
석전을 한 이유
석전에서 승리한 마을에는 풍년이 든다고 믿었단다. 오~ 마이 가뜨~ 언제부터 이런 민속놀이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오래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에는 풍년이 들게 하기 위해 이런 과격한 민속놀이를 했다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했던 것이고,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생각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람이 죽기도 한다는데 계속 해왔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뭐 예전에는 석전부대라 하여 돌을 던지는 부대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거 때문에 이런 놀이가 생긴 건 아니라고 본다. 돌을 잘 던지는 사람을 뽑는 경연 대회를 열면 되지, 마을 대항 민속놀이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얘기가 마을 대항 민속놀이다 보니 어느 마을에 용맹하고 힘쎈 사내들이 많은지를 겨루기 위해서 비롯된 거라는 거다. 경쟁을 하면 또 사람이라는 게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이게 가장 설득력 있다 본다. 여튼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의 투우 축제와 같이 과격한 전통 민속놀이가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남자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한 부모
근데 더 놀라웠던 건 남자 아이들의 참여를 부모들이 독려했다는 것. 이 석전에는 여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니 부모가 독려했다는 건 아빠는 당연히 참여를 했다는 거 아니겠냐고.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남자는 강인해야 한다면서 독려했단다. 갑자기 스파르타가 떠오르는 이유가 뭐지?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스파르타인 못지 않아~ 재수학원이나 기수학원 같은 거 보면 그런 거 많잖아. 스파르타식. ㅋㅋ
근데 갑자기 떠오르는 한 가지. 내 초등학교 시절에 가을 운동회를 하면 항상 있던 경기 중에 박 터뜨리기가 있는데(왜 콩주머니 주워서 청군이면 백군의 박을, 백군이면 청군의 박을 터뜨리는 경기 있잖아) 이것도 석전과 같은 그런 거에서 유래된 건다? 상대한테 던지면 다치니까 그걸 박으로 바꾸고 돌이 아니라 콩주머니로 바꿔서 말이다.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