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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소원: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성폭력 처벌에 대한 문제 의식을 심어준 영화


나의 3,323번째 영화.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주변에서 영화 본 사람들을 통해 감동적이다, 괜찮다, 추천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굳이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는 않았다. 포스터 보고서(난 위의 포스터만 봤다) 예고편조차 보지 않았으니 말 다했지. 그 이유가 우선은 영화 포스터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 이걸 보면 딸이 아픈데, 그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부모들이 노력하는 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가족애와 함께 딸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잘 배합되어 감동을 주고 말이다. 영화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잖아~

게다가 <소원>이라고 하는 제목은 딸의 소원이라고 하기 보다는 딸의 이름이 소원이라고. 나름 영화를 본 후에 생각해보면 여러 의미에서 딸의 이름을 소원이라고 지은 거라 보지만 영화 스토리를 차지하고라도 이런 어줍잖은 의미 부여는 좀 안 했으면 싶다. 꼭 보면 문학쪽 관련 사람들이 이런 거에 신경을 써~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괜찮으면 상관이 없다만, 괜히 사람 헷갈리게만 만들어. 내가 이 영화 마케팅에 관여했다면 이렇게 안 했다. 스토리의 힘이 있으니 그래도 흥행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좀 더 흥행할 수 있었다 본다. 몇 가지만 바꿨어도 말이다.

여튼 그래서 나는 영화관에서 안 봤던 거다. 포스터와 제목 그리고 문구를 보고 나는 가족 휴먼 드라마이고 감동적인 건 알겠는데, 영화관에서 볼 정도는 아니라고 봤던 게지. 그래서 예고편조차도 보지 않았던 거고. 거기에는 사실 설경구가 주연으로 나와서 한 몫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설경구의 연기 패턴이 정형화되기 시작해서 설경구가 나오면 그닥 보고 싶지가 않더라고. 최근에는 김윤석도 그렇더만. 캐릭터에 자신의 맞춰야지 자신에게 캐릭터를 맞추면 되나. 쩝. 그래서 최근에야 영화를 봤는데 자식 가진 부모라고 한다면 참 가슴 아픈 스토리다.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특히 딸 가진 부모라면 영화 꼭 보길 권한다. ㅠㅠ


포스터 보고 떠올랐던 영화 <7번방의 선물>


<소원>의 포스터를 보고 떠올랐던 영화는 <7번방의 선물>이었다. 물론 포스터만 보면 <7번방의 선물>은 코믹스럽겠다는 느낌이 들고, <소원>은 코믹스럽지는 않고 잔잔하겠다는 느낌은 들지만 말이다. 가족, 감동이란 두 키워드로 연상되는 최근의 한국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었기에. 사실 나는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코믹스러운 영화보다도 <소원>같은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코믹스러워도 고급스럽게 코믹스러운 영화가 좋다. 예를 들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이 말이다. 난 그런 류의 코믹을 좋아한다. 한국 영화는 다소 어거지 코믹이 좀 많은 거 같다. 뭐랄까? 개그 프로그램 같은 느낌? 간혹 조연급 배우들 중에서 참 찰지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런 연기자들 덕분에 코믹이 가미되는 건 그래도 봐줄 만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내게 <7번방의 선물>은 8점이고, <소원>은 9점이다. 이것만 봐도 알겠지만 나는 코미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포스터 보고 연상되었던 영화 <로렌조 오일>


앞서 얘기했듯이 <소원>의 포스터를 보고 나는 딸의 소원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이야기로 봤기 때문에 연상되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로렌조 오일>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난 <소원>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줄 몰랐다. 영화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좀 다르다.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고, 다소 각색이 들어가긴 해도 실제 사건을 충실히 다루고 있으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유의깊게 봐야할 건 오히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왜냐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거든. 게다가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거라면 이런 각색에 감독의 시선이 개입되어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대로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여튼 이 영화를 떠올렸던 건 자식을 위한 부모의 사랑이 이런 결과를 낼 수도 있구나 하는 점에서 다소 놀랐기 때문이다. 불치병을 얻은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부모들이 노력한다고 하면 어떨까? 어떻게 해서든 살리기 위해서 방법을 수소문해보고 가능하다는 치료를 다 해보겠지. 당연할 거다. 근데 이 부모들은 치료제를 만들어낸다. 그럼 그 부모들이 의사일까? 아니다.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인데,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의학 공부를 하면서 결국에는 치료제를 만들어낸다. 대단하지 않은가? 이 감동적인 스토리는 실화다.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영화 속 주인공인 로렌조는 30살에 사망했단다. 그래도 6살에 2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사망 선고를 받고 나서도 오래 산 거다. 부모 덕분에 말이다.



<소원>은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나는 <소원>도 <로렌조 오일>과 같은(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자식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뭐 그런) 내용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는. <소원>은 2008년 한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5~6년이 지난 지금에 이런 영화가 개봉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끈 점은 영화라는 대중 매체의 바람직한 순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조두순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사람들이 찾아보게 되고, 새로이 알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라 보기에 적정한 시점에서 영화가 개봉된 게 아닌가 싶다. 더욱더 바람직한 건 이 사건의 범인인 조두순은 고작 12년의 형량 밖에 받지 못했다는 데에 대한 문제 의식을 심어준 점이다.

뉴스로만 사건을 접한 이들은(나도 마찬가지고. 뭐 나는 뉴스조차도 잘 보지 않지만) 사실 어떤 뉴스를 접할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데에만 관심을 두지 그 사건의 이후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느 누구라도 그 처리 과정을 보면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겠지만 뉴스에 판결이 어떻게 되었다고 나온다 한들 그런가 부다 하고 식사 시간에 또는 술자리에서 하는 많은 얘기 거리 중에 하나의 소재가 될 뿐이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면 얘기가 다르다. 나만 해도 이게 실화를 모티브로 하거나 기반으로 한 영화는 실화를 꼭 찾아보게 되니 말이다.

영화라는 대중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서도 대중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면 그 영화는 매우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과 같이 1인 미디어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한 파급력이 커질 수 밖에 없고 말이다. 비록 영화 감독이기에 영화 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해서 뭐 없나 싶어서 보다가 이거 괜찮겠다 해서 발견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서 돈을 벌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관점에서 접근을 했기에 이 부분이 눈에 띄었을 수도 있겠고, 바람직한 얘기를 하면서 돈을 버는 거기 때문에 더 흥행해서 더 많이 돈 벌어 또 이런 영화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조두순 얘는 진짜 인간이 아니다


이리 저리 찾다보니 조두순 사건의 범행 과정은 정말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도 수준이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힘들고, 내가 경악한 내용은 항문 내에 사정을 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정액 때문) 뚫어뻥을 사용함으로써 탈장이 되었고, 노출된 장기를 변기물에 헹구고 이를 뚫어뻥 뒤쪽 막대기를 이용하여 항문에 다시 밀어넣었다는 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탈장이 되고, 대장이 훼손되어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이거 보고 경악했다. 진짜 조두순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야. 자식 가진 부모로서 정말 나영의 부모의 가슴은 찢어질 듯 하다. 아~ 상상도 하기 싫다. 내가 만약 그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 가슴 찢어진다.



술 먹었다고 봐주는 게 어디쓰요?

재판 결과가 나온 후에 소원이 아빠가 다니는 공장의 공장장이 하는 말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다.

술 먹었다고 봐주는 게 어디쓰요? 그럼 술 먹고 운전하는 것도 봐줘야지!
술 먹고 운전하는 건 잘못이고, 술 먹고 아를 저리 만들어났는데 그건 말이 되고?


처음에는 무기징역 받았다가 1심 판결에서 징역 12년 형을 선고 받았는데, 1심 판결을 선고한 담당 판사가 누구인지 이미 인터넷에 잘 나와 있다. 보통 이런 경우에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니네 자식들이 그랬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감정에 휘둘려서 판결을 하면 법이 왜 필요하냐고. 그냥 꼴리는대로 하면 그만이지. 그러나 그네들이 모르는 게 있다. 법은 왜 존재하는가? 라는 점이다. 법이라는 건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조두순 사건은 그것이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조두순 사건에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게 되면 제2, 제3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술을 먹어 변별력이 없는 상태라서 그 점은 정상 참작한다고 한다면, 앞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예방적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느냐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그네들이 법은 많이 알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판단이 그닥 세련되지 못하다는 거(나는 이런 이들을 헛똑똑, 학교 때 공부만 디립다 파는 그런 애들 취급한다)는 지적해주고 싶다.


배우들

1) 소원 역 이레


그래도 자연스럽네. 연기가. 나는 아역이라 하더라도 연기가 어설프면 정말 싫다. 뭐랄까? 어떤 생각이 드냐면 애 연기자 되어 돈 벌려고 별로 잘 하지도 못 하는 연기 시키는 부모가 떠오르고, 애는 애대로 뭐 지가 연기자라고 깝쭉대는 그런 게 떠오른다. 그래서 연기 못 하는 아역 배우들 싫어한다. 내가 싫어하는 몇몇의 아역 배우들이 있다. 일단 걔 나온다고 하면 안 본다. 연기자 같지도 않은 게 연기자래. 짜증. <소원>에서 주인공 역인 이레는 적어도 <소원>이라는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럽더라고. 연기가. 아직 어린 걸 감안하면 이 정도면 충분해~

2) 소원 아빠 역 설경구


설경구 <소원>에서는 괜찮았다. 연기 잘 했다고 평하고 싶을 정도로. 그만큼 캐릭터가 그리 개성 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위의 사진 표정 보면 알겠지만 설경구는 화내는 표정이 어떤 영화에서든 저런 표정이다. 사람마다 화내는 표정 또한 제각각일 건데 그런 거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듯. 나같으면 신경 쓰겠다. 이 캐릭터는 화를 내도 이런 식으로 표정을 짓는 게 어울리는 캐릭터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화내야 하는 연기라고 하니 그냥 화내는 연기를 하는 그런 연기자는 뭐랄까? 그냥 연기만 잘 하는 머리 나쁜 연기자?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진정한 연기자는 캐릭터에 나를 맞추는 거지 나에게 캐릭터를 맞추는 게 아니라고. 응?

3) 공장장 역 김상호


약방의 감초 역할로 참 많이 나오는 조연급 배우인데 다소 코믹스런 연기도 곧잘 하는 배우다. 조연급 배우라 하더라도 <소원>에서 맡은 캐릭터가 참 멋지더라고.

4) 공장장 부인 역 라미란


캬~ 떴네 떴어. 최근에 보니까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더니만.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구나. 주연급 배우라고 해도 서브 주연급 정도겠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길 지나가다가 보면 이제 쌩 까지나 않을까? ㅋㅋ 여튼 앞으로 스크린으로 많이 보겠구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