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름대로는 기대를 하고 봤다. 2002 로스트 메모리즈 라는 장동건 주연의 영화가 흥행은 못했지만 괜찮았던 것과 같은 기대감이다. 한국 영화 중에서 특히나 SF 류는 인기가 없는 것이 워낙에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드는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기에는 우리 나라의 SF 영화는 사실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선택한 영화였다. 감독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지만 감독은 나름대로 브레이드 러너와 같은 SF 의 고전물들을 많이 좋아했던 감독 같다. 내용도 그러하거니와 설정 자체도 그렇기 때문이다. 아마 브레이드 러너를 본 사람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사이보그와 인간의 사랑. 그러나 여기 내츄럴 시티에서는 사이보그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설정이 메인 테마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이 메인 테마는 아닌 듯 싶다. 그런 설정이나 내용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한국 영화의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용이 그렇게 앞뒤가 맞지 않게 전개된다던지 하는 식의 영화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 SF 영화에서 많이 보였던 특수 효과들의 덜떨어짐도 발견하기 힘들다. 나름대로는 참 많은 부분들을 신경을 썼고 우리 나라 SF 도 이 정도의 Quality 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영화하면 조폭이 등장하는 코믹이나 액션이 흥행하기에 그런 영화에만 돈이 몰린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헐리우드에서 자금 투자 되는 정도의 자금 투자면 우리 나라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재밌고 정말 내용이 괜찮아서 별 네 개를 주었다기 보다는 한국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줘서 별 네 개를 줬다.
물론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렇기에 아마도 다음에 이런 영화가 다시 나오기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그게 사실 안타까울 뿐이다.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를 빌릴 때가 토요일이었는데 다른 비디오는 다 빌려갔는데 최근에 나온 내츄럴 시티는 4편다 대여 가능한 상태로 있었으니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영화보는 수준이 현재 SBS 에서나 하는 '천국의 계단'인가 하는 3류 얼토 당토 않은 멜로드라마 수준 밖에 안되는 듯 하다.
이 영화를 보고 안 보고의 차이에 따라 그런 급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들이 보는 3류 코믹 영화를 보곤 한다. 그리고 영화에 단순 즐길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진지한 영화보다는 재밌고 코믹한 영화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그런 유저들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정말 저급 영화들과 그런 영화들을 통해서 한 번 떠보자는 연예인들 그리고 한 번 일확천금을 벌어보자는 투자사들로 인해 악순환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는 흥행할 지 몰라도 외국에서는 안 먹힌다는 사실. 결국 경쟁력 없는 영화 헐리우드식의 정말 세계를 무대로 할 만한 영화는 나오기 힘든 악순환의 구조만 반복되는 듯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화에 투자하면 돈이 된다는 분위기로 인해 간간히 좋은 영화들에 돈이 투자되고 그것들이 좋은 결실을 맺게 되는 경우도 예전보다는 많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요즈음의 영화판을 보면 참 어처구니 없고 3류들이 가득한 것만 같다.
적어도 내츄럴 시티가 그런 류의 영화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흥행 실패라는 결과로 인해 감독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지언정 알만한 사람들은 이 영화가 한국의 SF 영화 기법이나 기술의 현상태를 보여줬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더욱더 탄탄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등장한다면 헐리우드 영화와 겨룰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싶다.
왜 꼭 헐리우드에 가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우리 나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되면 헐리우드가 아니라 외국에서 오히려 우리 나라 충무로에 오는 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자금 규모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꼭 영화는 자금 규모나 돈을 많이 써야만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다가 '내사랑 싸가지','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가지고 판권을 팔까? 말도 안 된다. 이런 삼류 영화들은 결국 우리 나라에서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영화일 뿐이다. 이런 영화에 돈이 투자되는 것은 결국 잠깐 나왔을 때 좀 더 벌어보자는 그런 졸부들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들이 판을 친다면 그것은 그 사회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옳은 말 바른 말을 하면 왕따 당하고 무시 당하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는 논리인 것이다.
내가 재밌는 영화 내가 본다는데 니가 무슨 참견이냐? 이런 논리는 마치 국가 경제를 이끄는 주체인 정부가 재정 적자를 봤다고 또 외국에서 차관을 도입해서 수십조의 빚을 졌다고 나라 망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미시적인 관점일 뿐이다. 그런 미시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울 따름이고 그런 이들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얘기는 안 하는게 상책일 뿐이다.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 속에서 의식있는 영화인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명계남을 굉장히 싫어한다. 이유는 명계남은 나름대로는 연기자라고 하지만 연기자가 아니다. 내가 볼 때 그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다. 연기를 잘 해야 연기자지. 그리고 연기도 못 하는 게 이리 저리 소리만 지르고 지가 잘 난 줄 아는 그런 류의 인간들이 있는 이상 한국 영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제발 주제를 알고 사라져라. 무슨 문화부 장관이냐. 니 눈에는 국가 경영이라는 것이 단순히 인맥과 니 뜻대로 될 줄 아느냐... 제발 공부 좀 하고 시야를 넓혀라.
내츄럴 시티 영화를 얘기하면서 감상평을 적기 보다는 다른 얘기들이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츄럴 시티가 왜 의미가 있는지를 얘기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내츄럴 시티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유지태의 연기가 조금은 돋보이는(갈수록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이게 연기자다. 물론 나중에 연기에 한계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설경구나 송강호 처럼) 영화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재미가 없다던지 지루하다던지 하지는 않다. 이게 지루하다면 브레이드 러너 또한 지루하다.
내가 영화 평론가나 영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에 의미 있는 영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든 안 보든 그것은 고르는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는 뭐라 할 것이 안 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나 영화판에 흐르는 분위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또 재도전해서 언젠가는 인정받는 감독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결국 이기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