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469번째 영화. 최근 <설계>를 보고서 <설계>에 나오는 이기영이란 배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생각나서 뒤적거리다가 유투브에서 <테러리스트> 풀영상 올라와 있길래 다시 보고 적는다. 찾아보니 1,469번째 영화로 기록되어 있고(사실 이건 스크랩북 정리하면서 DB화 시킨 거기 때문에 그 당시에 본 영화들 가나다순으로 순번이 매겨져서 그렇다. <테러리스트>는 ㅌ자로 시작하니까) 평점은 10점 만점이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듯. 1995년도작이니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본 영화로, 내게는 두 가지 추억을 남긴 영화다.
<테러리스트>가 내게 남긴 두 가지 추억
① 내 생애 처음으로 남자 둘이서 본 영화
② 영화 끝나고 박수 친 영화
그 때 누구랑 봤는지까지 기억난다. 같은 고등학교는 아닌데, 독서실에서 친해진 대동고등학교 녀석인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네. 마지막 봤을 때 그 녀석 형사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박수 칠 영화가 아니다. 특히 끝장면은 좀 안타깝다거나 슬프다고 해야할 장면이고. 그런데 난 박수를 친 이유가 너무 멋져서였거든. 근데 박수 치는 사람이 없더란 거지. 그래서 치다 말았지.
몇 번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 영화
<테러리스트>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유투브에 올라온 풀영상 보면서도 대사를 내가 읊조리고 있을 정도니. 마치 <친구>를 보면서 대사를 외우던 거와 비스무리? 그 때 최민수의 후까시 말투가 얼마나 멋지던지. 여튼 19년이 지난 지금 봐도 재밌다. 신세대들이 봐도 재밌을 정도? 그래서 추천한다. 최근 나오는 어지간한 한국 영화보다 나아~ 물론 최민수의 후까시를 지적할 순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최민수 팬이었던 나라서 이런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 후까시 최민수 아니면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테러리스트>에서 보이는 그 후까시 연기 직접 봐바. 어울려. 최민수 아니면 소화 못해.
원작은 이현세 만화 '카론의 새벽'
<테러리스트>의 원작은 이현세 만화 '카론의 새벽'이다. 3권으로 이뤄진 성인만화인데, 재밌다. 안 봤으면 추천. 그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스토리는 탄탄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얼마나 비주얼하게 잘 그려내느냐가 관건. 요즈음에도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 많은데 원작을 잘 살려낸 영화 많지 않잖아? 근데 <테러리스트>는 잘 만들었어. 당시에 대박 쳤더랬지. 그게 고작 30만명 정도 수준. 지금과는 달랐던 시대였다. ^^;
명장면
명장면이 많이 있는데, 이미지가 없고, 영상 캡쳐하려니 귀찮아서 그냥 유투브에 올려진 풀영상 올린다. <테러리스트>란 오래 된 영화를 지금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건, 뜸들이지 않는 전개와 화끈한 액션 그리고 많은 멋진 장면과 그 장면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중의 하나가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염정아의 가슴 노출 씬. 내가 기억하기로 배우 염정아의 가슴 노출되는 유일한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테러리스트>라는 영화를 위해 공들인 배우들이 많다는 거다.
최민수의 연기를 보고 후까시 엄청 잡는다고 할 지는 몰라도, 표정을 보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 많이 들어. 게다가 최민수 이 영화 찍으면서 갈비뼈 몇 개 부러진 걸로 안다. 마지막 장면에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때 말이다. 대역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예를 들어 개장수 킬러랑 1:1 대결할 때 몇도 돌려차기지? 그런 거는 최민수가 못 하지~ 그럼 누가 대역했느냐? 바로 정두홍~홍~홍~)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소화하려고 하는 정열을 가진 배우다. 내가 사실 최민수 팬이었거든. 내 나우누리 아이디가 최민수였다니까?
한국 느와르
한국 느와르하면 떠올리기 쉬운 영화가 <신세계>다. 그러나 그 전에 나는 두 영화를 꼽는다.(이는 장르로 구분하는 느와르가 아니라 이런 영화 정도 되야 느와르지 하는 내 기준에서 말이다.) 최민수 주연의 <테러리스트>와 박중훈 주연의 <게임의 법칙> 둘 다 내겐 10점 만점의 영화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한 번 보길 권한다. 물론 내가 괜찮다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다는 보장은 없지만. 느와르라는 건 이런 거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