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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한 여자로서 정치가로서의 삶 <살아있는 역사> (전 2권)

살아있는 역사 1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살아있는 역사 2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3년 12월 16일 읽고나서 정리한 것을 기존 홈페이지에서 옮기고 글을 약간 다듬고 추가하여 정리한다.

왜 내가 이 책을 읽었을까? 정치를 알고 싶어서 그랬을까? 정치에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치를 알고 싶어서 읽은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읽었을까? 그냥~ 단지 읽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이유의 전부다.

역시 미국인들은 말을 멋지게 만들기는 한다. Living History 라. 손자병법을 미국에서는 'the Art of War' 라고 한다. '전쟁의 미학'정도라고 직역할 수 있겠다. 살아있는 역사라... 역사를 좋아하는 내가 살아있는 역사라는 말에 현혹되어 읽게 된 동기가 된 것이 동기의 전부다.

읽는 동안 한 인간이 정치계에 있으면서 느꼈던 점을 진솔하게 적었다고는 느껴지나 역으로 그도 결국 정치인이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할 지가 사실 의문인 책이다. 허나, 믿고 싶다는 쪽으로 기운 것은 저자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적어도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진솔함이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들이 남자들의 외도를 알게 되면 배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누구나 그러하지만 내 인생의 지난 날들의 경험을 통해서 한 여인의 배신감이 가져오는 내적인 감정들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쓴 자신의 감정이 적어도 진솔하지 않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이 책은 에세이이기 때문에 사실 감상 정도만 적을 뿐 이 책이 어떠한 정보나 내가 따로 적어둘 정도로 멋진 말들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인용은 없을 것 같다.

1.
政治란... 난 사실 지금껏 정치의 정이라는 글자가 "바를 정"으로만 알았다. 정말 나의 무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이다. 바를 정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한자의 그 깊이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기 위하여 벌이는 여러 가지 활동을 칭한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이는 내가 정자를 바를 정으로 해석해서 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런 무식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벌이는 여러 가지 활동이라는 뜻은 결국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은 제시하지 않은 채 두리 뭉실하게 활동으로 매우 위험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수천년 수만년의 역사에서 정치라고 부를 만한 활동이 생겨난 이래 결국 정치라는 것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예전에도 정치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권력을 얻기 위해서 똑같은 짓을 자행해왔기에 한자로도 그렇게 표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나의 무식에 놀랐고 한자의 뜻에 놀랐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이라...

(Mar 08, 2007 추가)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보면 정치라는 조직에 대해서 이렇게 명시한 부분이 나온다. 기업체가 시속 100마일이면, 정부 관료조직은 25마일, UN과 같은 세계적인 관리기구는 5마일, 그리고 경제 부국의 정치조직은 3마일. 그만큼 시대에 맞게끔 변화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역설한 것이다.

2.
미국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 결국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 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 말이 많다.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민초이긴 하다. 아무리 대통령이 싫다 해도 바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결국 민초는 뒤에서만 쑥떡거린다.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때는 그래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찍어주던지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을 찍어주는 게 선거가 아니던가? 그리고 또 뒤에서 자신이 뽑은 사람 욕한다.

결국 정치판이라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정치판이라는 것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듯 하다. 달라지지 않는다고 좋게 바뀌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졌다가도 나빠지고 나빠졌다가도 다시 좋아지기를 반복하겠지... 물이 고이면 썪는 법이다. 이래서 세상이 변해도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가 보다.

이 책에서 보이는 미국의 정치도 똑같으면 똑같았고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보인다. 없는 말 만들어 내고 야당이 여당을 비판하고 여당이 야당 비판하고. 비판이라 하여도 적절한 비판이라면 몰라도 흑백논리식의 비판은 곤란한 것이다. 적어도 미국과 같이 다인종 국가로 자본주의의 오랜 역사가 몸에 배어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딜 가나 정치는 같은가 보다.

정치에서는 목표는 하나다. 우리 당에서 대통령이 나와서 우리 당이 국가 경영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라는 것이다.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졌으면 졌다고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승부사요 그게 더 멋진 일일진대 상대를 깎아내리는 행위는 마치 패자의 푸념이요 변명 밖에 안 되는 소리 같다. 이미 결정된 것에서는 더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그런 마음을 갖고 야당을 대해야 하고 야당도 이런 생각을 갖고 여당이나 대통령을 대해야 하는데 어느 한 쪽에서 먼저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면 일이 그르치기 때문에 결국 누가 먼저냐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이다. 서로 노력해야 하는 법이다.

미국의 정치는 여론 정치라고 할 만큼 여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서 비춰지는 것은 여론을 만드는 매스컴은 결국 돈을 따라가게 되고 결국 어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왜곡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느꼈다. 결국 정치는 여론에 의해서 좌우되고 그 여론을 좌우하는 것은 돈이었다. 결국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치에 뜻이 있어서 나라는 바로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이란 말인가???

3.
이런 생각들 속에 결국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또한 뉴욕 상원의원으로 있는 지금 자신의 관점이 맞다라고 피력하는 일개 여론 조성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이 왜 맞는가에 더 포인트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대해서 믿음을 반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그런가 부다 하고 읽고 넘어간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는 누구든지 옳다. 누가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말을 할까에 사실 승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서,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적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을 읽는 사람은 비판을 해야 하고 비판할 것이 없다고 맹신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것은 아마 책을 쓴 저자도 알고 있을 듯 하다.

4.
책에는 많은 사진들이 나와 있다. 바이킹 모습을 한 빌 클린턴의 옛날 대학 시절 모습이나 아주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모습도 많이 있다. 이 또한 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적고 있는 것이다라고 얘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된다면 참 우스운 짓거리가 아닐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해서의 나의 의견은 모르겠다. 그냥 그런게 있나 부다 하고 마는 정도다.

그런 사진들 속에서 느낀 아주 위대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이다.

"힐러리의 다리는 박세리의 다리와 맞먹는다. 코끼리 다리다."

5.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한국의 정치나 미국의 정치나 정치하는 것들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제대로 뜻을 갖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허나 믿지 못하겠다고 해야 그들을 정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 나라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짓거리가 잘못된 것이 있다 할지라도 잘 한 짓거리 또한 왜 없겠는가? 현 여당이라고 잘못한 거를 덮어두고 잘한 거만 부추킬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못한 짓거리만 들춰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스타일로 보았을 때 요즈음 이회창이 전형적인 리더 스타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난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 말아먹는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에 하나였지만 선거에서 패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서 그가 하는 행동은 역시 리더로서 행해야할 당연한 처사이고 그게 리더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걸음걸이 부터 이미 거만이 물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는 아웃사이더지 리더는 아닌 듯 하다. 그가 잘 한 일도 있다. 이회창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점들도 분명 있지만 난 스타일이나 작은 행동 하나를 보면서 그 사람이 리더로서의 요건이 되는지를 보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현 대통령은 리더로서는 꽝이다. 아마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많은 비난의 화살이 있을 지 몰라도 이건 한 개인의 Favorate 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적어도 나도 거만해 봤고 나도 조그마한 회사의 리더도 해봤지만 리더의 조건에 노무현은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있는 게 없다. 리더는 리더다워야 된다. 리더 답지 않은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리더답지 않은 사람이 돌발 행동하는 것들 중에는 조금은 괜찮은 짓거리가 있어서 다행일 뿐이다. 그러나 난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은 정말 맘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