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만에 한 독서이기에 나름은 의미 있는 책을 선정하려고 했으나(아직까지도 내가 읽어야지 하는 책 리스트에서 삭제되지 않은 책이 많다) 간만에 하는 독서라 조금은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의 책을 골랐다. 책 제목은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지만 이건 국내 출판사(이 책 저자의 에이전시와 수입 계약을 체결한 출판사)에서 만든 제목이라 책 내용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라고 하면 마치 빅 브라더와 같은 존재가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가 식의 내용을 상상하기 쉽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번역서와 같은 경우는 원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제는 이렇다. Eyes Wide Open: How to Make Smart Decisions In a Confusing World.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지금과 같은 정보 홍수의 시대에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란 얘기다. 번역서 제목과 느낌이 많이 틀리다. 사실 제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매 부수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으니 이런 부분은 이해한다만, 나는 그래서 원제를 보지요~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이냐?
이 책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어지간한 정보는 검색을 통해서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정보를 어떻게 믿을 것이냐는 거다. 이런 내용은 블로그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 내 블로그는 영화 관련된 글만 올리곤 하는데, 가끔씩 구글에서 영문으로 검색해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서 적어두면, 다른 데서는 없는 내용인데 이거 어디서 알게 됐느냐? 뭐 그런 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출처를 밝혀야하는 게 맞겠지만, 내 블로그에 논문 쓰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냥 편하게 적다 보니 그런 거고. 그런 질문에 항상 하는 얘기는 네이버를 이용하지 마시고 구글에서 영문으로 검색해보란 거다. 검색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게 우리나라는 몇 개의 글만 보면 포털에 유통되는 글의 상당수는 다 본 것과 매한가지다.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그만큼 Copy & Paste 식의 글이 많다는 얘기다. 그게 잘못되었다? 아니다. 정보야 유통되어야 하니까.
근데 그렇게 해서는 곤란한 정보들도 있다. 출처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서는 어디에 적혀 있다고 그걸 그대로 정보로 인식하기 힘든. 이게 바로 정보 홍수 시대의 문제다. 물론 이런 걸 정치인들이 이용하기도 하지. 정보 홍수 시대로 비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전문가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얻기는 쉽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가 의미없다는 건 아니지만(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깊이와 너비를 두루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중요한 건 그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를 가릴 줄 아는 눈이 필요한 법이다. 전문가는 이런 점이 유리하지. 이런 내용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보면 된다. 책 리뷰라고 해서 나는 책에 있는 내용을 적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적다 보니 마치 이런 내용이 이 책의 전부라 생각할 지도 몰라 덧붙이자면 다양한 사례로 우리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걸 보여주고 있단 얘기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생각 그 자체에 집중해야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다 하여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현명한 판단은 단순히 책을 읽어서 되는 게 아니라 생각 그 자체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정보만 많은 게 아니라 우리 눈을 현혹시키는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에 집중할 여지를 주지 않는 거 같다. 최근에는 지하철을 타본 적 없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에는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뭐랄까?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정보를 소비하고 배설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현명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책에 나온 내용 중에 일부를 인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에서 직원들의 컴퓨터 활동을 2,000시간 이상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사용자가 이메일 알림에 주의를 빼앗기면 전과 같은 수준의 집중력을 회복하기까지 평균 22분이 걸린다고 한다. 조사 사례 중 애초에 하고 있던 작업으로 돌아오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 경우도 27퍼센트나 됐다.
한 가지 생각해볼 부분: 페이스북 이용
내가 이 책을 택한 것도 그렇지만, 나는 원래부터 뇌, 생각, 사고 이런 류의 것에 관심을 많이 뒀었다. 그래서 유명 저자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서 읽었던 것인데, 다른 건 뭐 이미 다 이해하고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만했던 건, 페이스북 이용에 대해서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고 친해지려는 경향이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많은 뉴스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람들이 접하는 뉴스는 자기 성향에 맞는 뉴스만 접하게 된다는 거다. 이렇게 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는 거다. 그룹싱크(GroupThink)가 되기 쉽다는 거다. 물론 스스로 변명하자면, 성향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게, 의식 있는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니까 어느 정도 필터링이 된 뉴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저자의 얘기에 생각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깊이 있게 하지 않고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말이다.
1년 만의 독서, 즐거웠던 시간
한동안 이 즐거움을 잊고 살았던 거 같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적어도 독서를 하는 동안에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게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 즐거움을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듯. 내년이면 내 나이도 40.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요즈음 참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나 너무 책 안 읽는 거 같다는. 한 때는 책 정말 좋아했었는데 말이지. 40대부터는 다시 책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오랜만에 읽게 된 책이라 그런지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한 번 즈음 보길 바란다. 이미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이라고 한다면 이 책 내용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순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양한 얘기를 통해서 한 번 즈음 정리해볼 수는 있으리라 본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
+ 책 속
후배측 내섬엽(dorso-posterior insula): 육체적인 고통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 실연의 고통과 거부 반응을 느낄 때도 활성화.
+ 저자의 TED 강연
http://tvcast.naver.com/v/35434 (하필 네이버야. 네이버 정말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