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하면 나는 어느 정도 믿고 보는 편이다. 물론 그의 역사 의식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의문을 갖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뭐랄까? 역사물이라 하여 꼭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영화인데? 뭐 그런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크나큰 문제만 없다면(예를 들어 역사를 왜곡한다거나 하는) 영화니까 즐기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다. 근데 나이가 들어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별 진전이 없고 비주얼에만 신경 쓰는 듯 느껴져서(적어도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경우엔) 좀 그렇네. 그러니까 액션 영화 보면 주인공은 절대 안 맞는 그런 영화 같단 말이지. 맞아도 별 탈이 없고 말이야. 꼭 그런 고전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모세와 람세스의 얘기다. 성경에서 출애굽기에 해당하는. 모세 역에는 크리스찬 베일이 람세스 역에는 조엘 에저튼(<워리어>에서 톰 하디의 형으로 나왔던 배우)이 맡았고, 람세스의 어머니 역으로 시고니 위버가 나온다. 몇 컷 안 나오더라. 그리고 여호수아 역으로 아론 폴(최근 <니드 포 스피드> 주연을 맡았고, <브레이킹 배드>란 미드를 봤다면 알 수 밖에 없는 배우)이 히브리인 눈 역으로는 벤 킹슬리가 맡았다. 이 정도면 꽤 등장 배우들이 화려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게다가 감독이 리들리 스콧 감독 아닌가? 예고편을 봐도 스케일이 크고, 볼거리를 제공해줄 거라 믿었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케일이 작다거나 볼거리가 없는 건 아냐~
고대 이집트 왕국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들과 의상, 소품들, 10가지 재앙과 홍해 장면 등은 충분히 볼 만했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에서도 느꼈던 바지만 개연성 부족. 뭐 예를 들면, 그 높은 파도를 맞고도 모세와 람세스는 살아 남아~ 전쟁 영화에서 주인공은 총을 피해 다녀,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은 한 대도 안 맞아~ 뭐 그런 느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서사극에는 그런 게 많이 보이더라고. 모든 영화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게다가 디테일 면에서도 영 아니었다. 그러니까 시각적인 부분의 디테일만 신경 쓰고 스토리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그닥 신경 쓰지 않는 듯. 모세의 친형이 갑자기 등장해서 아들더러 이렇게 얘기한다. "인사해라. 모세 삼촌이다." 헐~ 장남들 다 죽이라고 했는데 모세가 장남이 아니면 왜 도망시켰으며, 장남인 모세의 형은 죽었어야지 어떻게 살아남았을꼬.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재밌게 본 이들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나는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좋은 평점을 못 주겠더라고. 찰톤 헤스톤과 율 브린너 주연의 1956년작 <십계>(이거 주말의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무슨 날만 되면 보여주곤 했던 거 같은데)의 현대판이라 생각하고 CG와 함께 뭔가 볼거리를 제공해주겠거니 했는데, 좀 지루하기까지 했다. 보고 나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슬퍼서가 아니라 하품 나와서. 쩝. 이게 다 너무 비주얼에만 집중한 상업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더라는 거. 좀 많이 아쉬웠던 영화다. 나름 크리스찬 베일은 이 영화 찍으려고 모세에 대해서 열심히 조사하면서 캐릭터에 대해서 이해한 듯 하던데 말이지.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 얼마나 봤는지 싶어서 이 참에 정리해봤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이나 기획한 영화 말고 연출 그러니까 감독을 맡은 영화는 거의 다 봤네. 그만큼 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다 하면 믿고 보는 편이다. 어떤 영화들을 감독했는지 보면 대충 감이 올 듯.
1979년: 시고니 위버 주연의 SF 영화 <에이리언>
1982년: 해리슨 포드 주연의 SF 영화, SF 영화로 손꼽히는 영화 중 하나 <블레이드 러너>
1989년: 마이클 더글라스, 앤디 가르시아 주연의 범죄 영화 <블랙 레인>
1991년: 수잔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
1992년: 제라르 드빠르디유란 코 큰 프랑스 배우가 주인공인 역사극 <1492 콜럼버스>
1996년: 제프 브리지스 주연의 해양 드라마 <화이트 스콜>
1997년: 네이비 씰로 변신한 데미 무어의 액션 영화 <지.아이.제인>
2000년: 막시무스 러셀 크로우 주연의 역사극 <글래디에이터>
2001년: 똑똑한 사이코 연쇄살인마의 대명사 <한니발>
2001년: 리얼리티 전쟁 영화로 손꼽히는 <블랙 호크 다운>
2003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사기극 <매치스틱 맨>
2005년: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주연의 역사물 <킹덤 오브 헤븐>
2006년: 러셀 크로우,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멜로물인데 난 못 봤다. <어느 멋진 순간>
2007년: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 주연의 범죄물 <아메리칸 갱스터>
2008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 주연의 스릴러 <바디 오브 라이즈>
2010년: 러셀 크로우 주연의 역사물 <로빈 후드>
2012년: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SF 스릴러 <프로메테우스>
2013년: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범죄물 <카운슬러> 이것도 아직 못 봤네
그리고 2014년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까 러셀 크로우와 같이 작품을 많이 찍었네. 2015년에는 SF 영화인 <화성인>의 감독을 맡았다고.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도 좀 짧았으면 평점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좀 길다. 2시간 34분 러닝 타임. 길어도 재밌으면 모르겠는데 다소 지루한 감이...
예고편
나의 3,432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