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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타임 패러독스: 흥미로운 타임 슬립 영화,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듯한 영화라 본다. 타임 슬립 영화인데, 좀 독특하긴 해. 근데 이게 말이 되냐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면 별로라고 할 거고, 그게 아니면 괜찮다고 할 듯. 내용을 잘 언급하지는 않는 나지만 이 영화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없을 듯 하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 안 본 사람이면 보지 말길.



사람도 자웅동체가 있더구나


<타임 패러독스>의 주인공은 자웅동체다. 영화다 보니 이거 픽션이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정말? 싶은 생각에 찾아보니 진짜 있다! 어떤 정보는 2000명 중에 1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거 생각보다는 많잖아?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출처가 만화더라는. 그 만화 못 봐서 내가 모르겠지만 글쎄 나는 못 믿겠네. 확실한 근거가 아닌 이상은 그런 얘기가 있다 카더라~ 정도. 그리고 보니까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양성구유라는 말이 있는데 양성구유는 남자와 여자의 피지컬한 특징 그러니까 음... 거시기. 거 있잖아 왜. 거기. ^^; 그런 피지컬한 특징이 아니라 성정체성을 다 갖고 있는 걸 말한다. 그렇다면 바이섹슈얼? 응?


근데 <타임 패러독스>에서 나온 주인공은 양성구유가 아니라 자웅동체거든. 그걸 뜻하는 용어가 따로 있더라고. 헤르마프로디테(Hermaphrodite). 그리스 신화의 남성의 상징인 헤르메스(Hermes)와 여성의 상징인 아프로디테(Aphrodite)를 합쳐서 만든 용어. 우리말로는 남녀추니라고 부르는데, 순우리말이 재밌다. 뭐라 부르냐? 어지자지. ㅋㅋ 불씹장이. ㅋㅋ 둘 다 순우리말이다. 여튼 실제 있다는 거. 어떻게 생기느냐? 찾아봐. 다 나와. 여기까아~~~지.



이 영화가 골때리는 점=흥미로운 점


영화를 보고 정리하면 이렇다.


①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나야. (주인공은 자웅동체)

② 내가 낳은 자식이 나야. (이게 말이 돼? ㅠㅠ)

③ 남자로 바뀐 주인공이 현재 시점에서 대화하고 있는 상대도 나야. 

    (미래에서 온 나인데, 화상을 입고 성형 수술을 해서 얼굴이 바뀌었다는)

④ 내가 타임 머신을 타고 죽이려고 쫓아다닌 폭파범도 나야.

⑤ 결국 폭파범이 나라는 걸 알고 총을 쏴서 죽이는 것도 미래에서 온 나야.


골때리지 않나? 이걸 흥미롭게 볼 수도 있겠지. 처음에 시작은 두 사람이 나와.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간 나(이게 에단 호크)와 그 시점에서 여자였다가 외과적 수술로 남자가 된 나가 얘기를 하게 되거든. 처음에는 이거 스토리 속에 스토리가 있는 구존가 싶었지. 예고편에서는 그런 게 전혀 안 나오거든. 그래서 얘기가 길어지니 어라? 싶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두 남자의 대화가 이 영화의 발단에 해당되지만 그 속에 많은 걸 담고 있는 식이더라고. 그래서 골때리긴 하지만 기분 나쁘진 않아.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나야? 그런 순간 이거 이상하게 돌아가네 느끼기 시작하고. 그렇게 사랑해서 낳은 자식이 또 나야? 하는 순간 이게 말이 돼? 하지. 그러다 미래에서 온 남자가 내가 화상 입어서 성형해서 바뀐 얼굴의 나라는 걸 알게 되면 이제 이거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하면서 퍼즐을 맞추게 되지. 그러다 마지막에 폭파범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미래에서 온 내가 자신을 쏴죽이면서 다시 이게 말이 돼? 생각하고 영화는 끝나. 나름 영화를 보는 순간 동안은 골때리기도 하면서 이리 저리 생각해본다고 흥미롭게는 봤거든. 그래서 다 보고 나서 이런 영화가 다 있어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보는 동안은 좀 즐거웠다 할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거지. 뭘 어떻게 평하든 나는 영화 보는 동안은 그래도 즐겁게 봤다고~ 



닭이 먼저야? 달걀이 먼저야?


<타임 패러독스>에서 미래에서 온 나(에단 호크)가 여자로 살다가 남자로 바뀐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이게 이 <타임 패러독스>란 영화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원제를 보면 Predestination(숙명, 운명)이란 뜻인데, 나는 원제보다 오히려 국내 제목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타임 패러독스>란 영화 속 대사 중에 '타임 패러독스'라고 하는 대사가 있긴 해. 그런 걸 보면 이 <타임 패러독스>란 영화의 내용이 말이 되냐? 아니냐?는 관점을 차지하고라도 이리 저리 생각해보면서 패러독스에 대해서 잘 보여줘서 내 기준에서는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수많은 타임 슬립 영화들이 있지만 이런 류는 또 처음 보잖아. 보통은 한 시점에서 동일한 두 사람이 있는데 둘 다 나인 경우에 한 사람을 죽이면 내가 사라지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잖아? 그런데 이 <타임 패러독스>는 그런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걸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어서 좋았다는 게지. 생각해봐. 어린 시절의 내가 없으면, 현재의 내가 없어. 그런데 그 어린 시절의 나는 먼 미래에서 온 내가 타임 머신으로 데리고 온 나거든. 뭔 말인지 모르겠지? 영화를 봐바. ㅋㅋ 그래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결론은 닭이 먼저라고 할 수도 없고 달걀이 먼저라고 할 수도 없는 순환 논리가 된다는 거거든. 



예고편



나의 3,44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