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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만춘: 결혼하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영화 (1949)


처음 봤을 때, 어라?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등장하는 배우가 <동경 이야기>와 똑같았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 감독이 바로 <동경 이야기>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다. 비단 주연 배우들만 그런 게 아니다. 그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 또한 <동경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는 <동경 이야기>나 <만춘>이나 가족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듯. 둘 다 가족에 대해서 다루고는 있지만 감독의 메시지는 다르다. <만춘>에서는 시집가지 않는 딸을 시집보내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작품.




<동경 이야기> vs <만춘>



<동경 이야기>에서 착한 며느리로 나왔던 하라 세츠코는 <만춘>에서는 딸로 나온다. 이렇게 역할만 바뀌었을 뿐 캐릭터는 거의 흡사하다. <동경 이야기>에서는 며느리지만 딸보다 더 딸 같은 며느리로 나왔었고, <만춘>에서는 딸이지만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딸이다. 딸이 왜 시집을 안 가는가? 그건 어머니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혼자 남아 있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다. 아버지와 둘이 사는 게 행복하다는 딸. 자신이 없으면 이건 어떻게 하고 저건 어떻게 하겠냐고 하면서 아버지랑 둘이서 살고 싶다고 하는 딸. <동경 이야기>의 며느리와 너무 닮았다. 그리고 그런 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배우. 하라 세츠코다.



<동경 이야기>에서 아버지로 나왔던 류 치슈는 <만춘>에서도 역시 아버지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역할만 바뀌었지 캐릭터는 거의 흡사하다.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모의 상이고, 그런 부모의 마음은 <동경 이야기>에서와 같이 핵심 대사로 잘 전달된다. 늙은 자신과 함께 사는 게 행복하다는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 무슨 거짓말. 나도 이제 재혼해야 하고 상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도 니 행복을 위해서 결혼해라는. 그러면서 딸과의 마지막 여행에서 결혼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 가르침을 준다.



그 외에 <동경 이야기>에서 딸(둘째)로 나왔던 스기무라 하루코란 배우는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딸에게는 고모로 나온다. 그러나 <만춘>에서 고모의 역할은 크게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닌지라 패스.




아버지의 마음이 잘 담긴 대사


그래도 역시 아들이 좋아. 여자아인 너무 섭섭해. 

다 키워놓으면 가버리니 말이야.

안 가면 안 가는대로 또 걱정되고 말이야.

그렇다고 보내는 것도 마음이 울적하고.


이 대사는 아버지가 아버지의 친구와 같이 나눈 대사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결혼과 행복


아버지는 벌써 56세야. 아버지의 인생은 끝이야. 

하지만 너희들은 지금부터야. 지금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말하자면 사타케(남편 될 사람)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거야. 

아버지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란다. 

이것이 인간 역사의 순리라는 것이야. 

사실 결혼하자마자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 

행복해진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르지. 

행복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너희들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란다. 

결혼 자체가 행복이 아니란다. 

새로운 사람들이 만나서 새로운 삶을 엮어가는 것이 그게 바로 행복이란다. 

그건 몇 년이 걸릴거야. 아마 5년이나 10년이 걸릴 지도 모르지. 

행복은 노력 끝에 오는 거야. 그리고 나서야 부부가 됐다고 할 수 있지. 

너네 엄마도 결혼할 때부터 행복한 건 아니었단다. 

긴 세월동안 힘든 일이 훨씬 많았었지. 

부엌 한 구석에서 우는 너네 엄마 모습을 몇 번이고 보았지. 

잘 참아주었어. 서로 믿고 서로 애정을 갖는 것이야. 

네가 지금까지 아버지한테 보여준 애정을 이제는 사타케한테 주는 거야. 

알겠니? 거기에 너의 정말 행복한 모습이 나타나는 거란다.


이건 결혼식 전날 짐을 챙기면서 아버지와 딸이 나눈 대화에서 나온 대사다. 결혼식 전날에 딸은 아버지더러 시집간다고 해도 아버지랑 사는 것 이상 행복하지는 않을 거 같다는 딸의 얘기에 아버지가 딸에게 가르쳐준 결혼과 행복의 의미. 



재밌던 장면



이건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서 대화 나누는 장면이다. 아버지의 친구는 재혼을 했는데, 딸이 이런 얘기를 한다. "불결해요" ㅋㅋ 불결하단다. 근데 얼굴 표정이 저래. <만춘>에서 보면 딸은 항상 이런 표정으로 대사를 하는 걸 알 수 있다. 항상 긍정적이고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재혼한 게 불결하다고 하는 얘기를 하는데도 저 표정이야~ 저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밉지가 않네 그려. 그게 어찌보면 하라 세츠코란 배우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캐릭터로 나온 딸이 아버지가 재혼을 한다고 하니 얼마나 아버지가 불결하게 느껴졌을까? 그래서 새초롬하니 말도 안 하고 항상 웃고 다니던 그 얼굴이 무표정으로 바뀐다. 



짠한 장면



이건 딸이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인사하는 장면이다. 그 때의 대사.


아버지. 그동안 보살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고개 숙여서 절하고 행복하면서도 가슴 짠한 장면.



마지막 장면



딸을 시집 보내고 돌아와서 혼자 남은 아버지. 혼자서 의자에 앉아 과일을 깎다가 멈추고 고개를 떨군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행복하고 좋은 아내가 되라고 했던 아버지. 이제 혼자가 되자 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듯. 



영상


예고편 영상은 없어서 일부 편집된 영상을 가져왔다.



나의 3,45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