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개봉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액션과 스토리 이외에 항상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바로 차다.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는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차 한대가 있었다. 디자인이야 새로 출시된 차라고 하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엠블럼을 봐도 도대체 저 차가 어디서 제작한 차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혹시 영화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차(마치 배트맨의 배트카처럼)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안 봐서 어떤 차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예고편을 보시라. 예고편만 봐도 무슨 차를 말하는지 알 수 있을테니.
하이퍼카 Hypercar
'슈퍼카'란 단어는 많이 들어봤겠지만, '하이퍼카'는 생소할 것이다. '하이퍼카'란 말이 나오게 된 건, 2005년 부가티 베이론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당시의 슈퍼카들에 비해서 한수 위의 성능을 보여준 덕분에 기존의 슈퍼카보다 월등하다는 의미에서 등장한 용어가 바로 '하이퍼카'였던 것. 얼마나 남달랐길래 신조어까지 등장했던 것일까? 부가티 베이론은 당시에 양산차(일반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차) 중에서 가장 빨라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던 차다. 최고 속도는 407km/h. 양산차 중에서 400km/h를 넘긴 최초의 차였다. 가격? 양산차 중에서 가장 비쌌다. 113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3억 4천만원 정도지만 수입하게 되면 20억이 훌쩍 넘는다.
'하이퍼카'를 먼저 얘기한 이유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빌딩 사이를 날라다니던 그 차가 '하이퍼카'기 때문이다. 과연 어디서 만든 차일까? 엠블럼도 처음 보는 건데 말이다.
W Motors Manufacturer
제조사는 W Motors다. 로고를 보면 마치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이 떠오른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야 너무나 알려진 브랜드니 패스하고, 차 좀 좋아한다고 하면 알만한 코닉세그, 살린이란 브랜드도 아니고 W Motors라니. 무슨 동네 공업사같은 느낌을 주는 이 제조사는 아랍에미리트(UAE) 회사다. 석유 판매해서 부호들이 많다는 그 곳. 이건희 회장을 폰팔이라고 얘기하는 만수르가 있는 그 곳에서 남의 나라 차만 사서 타고 다니더니 우리가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모양이다. 근데 엔진을 자체 개발할 수 있었을까? 뭐 워낙 돈이 많으니 엔진 회사 인수하면 되긴 하겠네. 그럼 어느 정도 성능이길래 슈퍼카가 아닌 하이퍼카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제원 Specifications
엔진은 수평 6기통 3,746cc의 트윈 터보로, 포르쉐 튜너로 유명한 독일의 RUF사에서 개발했다. 이 엔진은 750마력을 뽐내며, 제로백(0km/h에서 100km/h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2.8초, 200km/h까지는 9.4초 걸린다고 한다. 최고 속도는 385km/h. 사실 필자가 기대한 만큼의 성능은 아니다. '하이퍼카'라고 하길래 부가티 베이론급 그러니까 1,000마력 이상을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 마력이면 람보르기니급이다. 근데 가격은 후덜덜이다. 34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7억원 정도다. 이 가격이면 부가티 베이론,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까지 한 대씩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물론 어느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라이칸 하이퍼스포트 Lykan Hypersport
라이칸 하이퍼스포트의 코치 도어 (왼쪽이 앞측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가격을 높게 한 것일까? 이 라이칸 하이퍼스포트(Lykan Hypersport, 이게 차 모델명이다)는 1년에 7대만 한정 생산한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중동의 부호들이 우리도 하이퍼카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만들었고, 돈 있는 놈만 사라 해서 그렇게 가격을 설정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몇몇 특징은 있다. 위 사진에서처럼 도어가 반대로 열리는 코치 도어다. (수어사이드 도어라고도 한다.) 또한 대시보드에는 홀로그래픽 화면을, LED 램프는 다이아몬드 코팅을, 시트에는 금실로 스티치했다.
구매자들에게 준다는 사이러스 클렙사이스 한정판
게다가 구매자에겐 20만 달러(2억 2천만원 정도) 상당의 사이러스 클렙사이스(Cyrus Klepcys) 시계를 준다. 이 또한 한정판이다. 라이칸 하이퍼스포트가 7대 생산되니 시계도 7개만 제작된다. 이런 걸 보고 나서 필자가 드는 생각은 석유 부호들은 차를 마치 장난감 취급하는 듯 여겨진다는 것. 실제로 두바이에 가본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슈퍼카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니 그네들에게는 값비싼(그러나 그네들에게는 그리 값비싸다 할 수 없는) 장난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W Motors 홈페이지에 가보니 라이칸 하이퍼스포트 말고 라이칸 슈퍼스포트 모델을 준비중인 듯 하던데, 이건 하이퍼스포트보다는 아래 모델인 듯 하다. 과연 이건 얼마의 가격표가 붙어서 나올라나?
- 이 글은 스티코 매거진(http://stiblish.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