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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타워링: 1970년대 재난 영화, 1974년 최대 흥행작 (1974)


고전 명작 코너 세번째 영화는 <타워링>이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곧 개봉할 <샌 안드레아스>란 재난 영화 때문. 물론 재난 영화라고 하더라도 소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샌 안드레아스>와 같은 소재의 고전물이라고 하면 1974년작 <대지진>이란 영화가 있지만, 재난 영화라고 하면 손꼽는 고전물 중에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타워링>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1970년대에는 재난 영화가 참 많이 나왔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같은 경우도 1972년작.) <타워링>은 지금 봐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다.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어지간한 개봉작들에 보느니 <타워링> 한 편 보는 게 더 나을 정도. <타워링>을 소개하려다 보니 영화 내용 이전에 재밌는 사실들을 먼저 언급하는 게 낫겠다. 우선 포스터의 비밀이다.


* 환율의 경우, 1달러당 1,000원으로 계산했다.





포스터의 비밀 

the Secret of Poster




① 스티브 맥퀸 & 폴 뉴먼



1974년작이기에 지금은 둘 다 고인이 되었지만 스티브 맥퀸과 폴 뉴먼에 대해서 아는 이들도 꽤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배우를 지금의 무비 스타와 비교해본다면, 1930년생 스티브 맥퀸은 바이커이자 카레이서로 대역을 쓰지 않고 스턴트를 직접 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톰 크루즈와 닮았다. 덧붙여 당대 최고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점도 비슷. 반면 1925년생 폴 뉴먼은 터프한 매력을 뽐내는 연기를 선보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고, 조앤 우드워드를 만나 이혼하고 재혼하게 된 점 등을 볼 때, 브래드 피트와 닮았다. (브래드 피트도 제니퍼 애니스턴과 이혼하고, 안젤리나 졸리와 재혼한다. 동거만 하다 식은 나중에 올리지만.)


생각해보라. 한 영화에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동시에 출연한다면? 일단 출연료가 많이 드는 배우니 그만큼 제작비 상승은 기본일테고, 그만큼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제작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으니 괜찮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게다. 실제로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같이 출연한 영화가 있다. 그것도 둘 다 주연으로 말이다. 바로 1994년에 나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그렇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개봉 당일에만 3,600만불(360억 수준)을 벌어들이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영화다. 1974년의 <타워링>은 당시에 바로 그런 영화였다.


② 스티브 맥퀸 vs 폴 뉴먼


근데 재밌는 건 두 배우들의 신경전. 아무래도 서로의 프라이드가 있다 보니 사소한 거에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둘은 포스터에서 중요한 자리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올리고 싶어했다. 결국 포스터에는 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왼쪽에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오른쪽에 폴 뉴먼의 사진이 실렸다. (보통 중요한 경기에서도 앞쪽에 챔피언을 기입하는 것과 같은 식.) 그런데 왼쪽에 스티브 맥퀸이 있긴 하지만 좀 아래쪽에 배치했다. 즉 폴 뉴먼의 사진이 스티브 맥퀸 사진보다 위에 있다는 얘기. 이렇게 해서 두 배우의 신경전을 재치있게 반영하여 포스터를 만든 듯. 아래는 1974년 오리지널 포스터는 아니지만 이런 식이라는 걸 참고로 보라는 의미에서 올린다. 대부분의 다른 포스터들도 다 이런 식이다.





제목의 비밀 

the Secret of Title




① 20세기 폭스사 & 워너 브라더스사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지금도 메이저 영화사인 두 영화사가 합작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이 <타워링>이란 것. 왜 두 영화사가 합작으로 만들었을까? 판권 문제 때문이다. 뭐 쉽게 얘기하자면, '배트맨과 아이언맨'이란 영화가 나오려면 판권 문제가 해결되야만 가능한 것과 매한가지다. 배트맨은 DC 코믹스의 캐릭터, 아이언맨은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니까. 1970년대 당시에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영화화를 하곤 했었는데, 두 영화사에서 각각 '타워(The Tower, 1973)'와 '글래스 인페르노(Glass Inferno, 1974)'의 영화화 판권을 갖고 있었다.


② 더 타워 & 글래스 인페르노


두 영화사가 각각의 판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서로 경쟁하게 되니 그러지 말고 원작 두 개를 합쳐서 경쟁도 피하고, 제작비도 아끼고, 서로 아낀만큼 돈을 좀 더 써서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합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타워링>으로 불리지만, 원제는 (Inferno는 '지옥'이란 뜻)다. 





대연각 호텔 화재 

Daeyungak Hotel Fire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타워링>이 1971년 크리스마스에 충무로에 있는 대연각 호텔 화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대연각 호텔 화재가 1971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사고니 시기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타워링>은 두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그 두 소설이 대연각 호텔 화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면 모르겠지만, 그렇다는 얘기는 찾을 수 없었다. 고로 그렇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카더라 통신으로 생각할 수 밖에. 말이 나온 김에 그럼 대연각 호텔 화재가 어떤 화재인지 살펴보고 가자.


2001년 9월 11일 기억하는가? 당시 필자 또한 TV로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이게 과연 진짜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화재 사건이었다. 사망자는 163명이었는데, 그 중 38명이 화재를 피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죽었다. 이 광경 또한 당시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니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수상 및 성적 

Awards & Record




<타워링>은 이듬해인 1975년 제4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8개부문 노미네이트되고, 이 중 3개부문(주제가상, 촬영상, 편집상)을 수상한다. (그닥 중요한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중요한 상이라고 하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정도다.) 그러나 <타워링>은 또 다른 기록을 갖고 있는데, 당시 제작비 1,500만 달러(150억 수준)였는데, 개봉일 3,600만 달러(360억 수준)을 벌어들이고, 부가 판권 다 합쳐서 총 8,865만 달러(886.5억 수준)을 벌어들여 1974년 개봉작 중에서 가장 큰 흥행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타워링>은 1977년 개봉했는데, 1977년 개봉작 중 1위를 기록한다.





감상평 

Appreciation Review




1974년작이지만 러닝타임이 2시간 45분으로 꽤 길다. (참고로 최근 흥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2시간 21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두 가지다. 화재가 발생한 138층 타워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의 노력과 그런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심리가 그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2012년 개봉한 설경구 주연의 <타워>가 떠오른다. 그렇다. <타워>가 <타워링>을 많이 참조한 영화다. 그러나 그 맛이 다르다. <타워> 보다는 <타워링>이 더 낫다. 오래되고 유명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스토리 전개나 재미가 그렇다. 필자에게 <타워>는 평점 7점 정도, <타워링>은 8점 정도. 


<타워링>을 보고 재밌었다고 생각한다면, 1991년작 <분노의 역류> 추천한다. 필자 개인 평점으로는 8점으로 <타워링>과 점수는 똑같지만 <분노의 역류>가 훨씬 더 괜찮다. 불의 무서움을 아주 제대로 잘 전달해주는 영화다. 고전 영화라고 해서 재미없다, 식상하다는 편견은 버리길. 오히려 최신작 중에서 영화를 고르기보다는(물론 최신작 중에서도 기대작들의 경우는 얘기가 틀리지만) 고전 영화 중에서 이미 검증된 영화를 고르면 적어도 재미없다는 평을 내릴 확률이 적다. 그런 의미에서 <타워링>은 대중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영화라 하겠다.





예고편 

Trailer





- 이 글은 스티코 매거진(http://stiblish.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필자의 3,464번째 영화로, 개인 평점은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