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봉할 듯 싶었는데 개봉하진 않은 영국 영화 <블랙 씨>는 주드 로 주연의 잠수함 영화다. 참고로 주드 로는 영국 출신 배우로 머리가 많이 벗겨져서 지금은 많은 여성팬들을 잃은 배우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생각나서 정리해봤는데 그리 많지 않더라는. 생각해보면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채롭게 그리기는 쉽지 않아서인 듯 싶다. 잠수함 영화의 클리셰라 하면, 항상 한계 수심까지 내려간다는 점. 어뢰를 맞든지 고장나든지 해서 말이다. <블랙 씨>에서도 그렇다. 이런 걸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데 스쿠버를 한 이후부터는 난 그게 실감나더라. 그만큼 바다의 무서움을 알게 되면서 달리 느껴진다는 얘기. 개인 통산 3,48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수심 90m에선 공기의 압력이 10배
<블랙 씨>란 제목은 잠수함명이 아니라 잠수함의 목적지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에서 독일 유보트에 실려서 보내던 금괴를 찾으러 흑해로 가는데, 영화에서는 수심 90m까지 내려가더라. 스쿠버 다이빙에서 오픈 워터가 18m,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가 40m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더 들어가는 걸 연습하는 딥 다이빙 스페셜티 코스가 있긴 하지만. 참고로 세월호 침몰 깊이가 30m 정도 된다. 그래서 다이버들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여튼 90m라고 하면, 지상보다 기압이 10배 정도 크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일반 슈트가 아니라 철제 슈트 입고 나갔던 거 같고.비록 철제 슈트를 입고 나갔다 하더라도 그 정도 수심에서는 빛이 닿지 않아 암흑일텐데 그러니까 플래쉬를 비추는 곳만 보이고 눈만 돌려도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얘기. 그러다 갑자기 뭐가 툭 튀어나오면 얼마나 놀랄까. <블랙 씨>에서도 갑자기 나온 시체 때문에 소스라치는데 난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 게다가 지상에서처럼 몸이 자유롭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러면 더욱 그렇겠지. 이렇듯 사람이라는 게 경험을 해보면 그만큼 또 보이는 게 다른 법인 듯 싶다.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게 보이다 보니 말이다.
이해 안 가던 잠수함 탈출
근데 나중에 잠수함 침몰할 때 탈출복 입고 올라오던데, 이게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잠수함 탈출복은 250ft(76m) 이상에서는 소용없기 때문. 물론 영화에서는 수심 몇 m라고는 안 나오는데, 정황으로 봐서는 많이 내려갔으니 내부 계기판 깨지고 그런 거 아니겠냐고. 금괴 운반하던 깊이가 90m였고 그 때는 잠수함에 전혀 무리가 없었는데 그렇다면 그보다 더 깊은 데란 말인데 거기서 어떻게 잠수함 탈출복을 입고 탈출할 수 있느냔 얘기. 뭐 따지는 건 아니고 그렇더란 얘기다.
새로 알게 된 두 가지
영화 보다가 새로 알게 된 게 있어서 정리한다.
① 흑해의 깊은 곳에는 산소가 없다. 산소가 없으니 부패가 안 되어 로마 유물도 완벽히 보존되었던 것.
② 러시아인들은 잠수함에 숫총각이 승선하는 걸 꺼려한다. 미신 때문. 여자가 승선하면 부정탄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숫총각을 꺼려한다는 건 처음 들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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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영화 흔치 않으니 예전에 잠수함 영화 괜찮게 봤던 사람들이면 볼만하다 하겠다. 개인적으로 잠수함 영화 중에 최고라고 하면 숀 코네리 주연의 <붉은 10월>이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올리는 리뷰는 별로 중요치 않은 작품들 중심으로만 간단하게 올린다. 중요한 작품들 리뷰는 스티코 매거진에 올릴 생각이다. 그래서 블로그의 리뷰는 성의 없을 수 있다. 그만큼 성의를 들여 적을 리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거다. 대신 스티코 매거진은 블로그에 올렸던 리뷰보다 훨씬 더 성의를 들여서 적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