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가 원하는 건 정보를 정리하고, 비교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근데 이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보면 사람마다 정리하는 수준이 다르고, 비교하는 수준이 다르고, 해석하는 수준이 다르다. 사실 정리하고 비교하는 게 잘 되어야 그 다음부터 해석하는 수준의 차이를 두고 뭐라할 건데, 이건 뭐 정리하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하니 할 말이 없는 거다.
1.
신은 사람에게 평등하게 능력을 준 거 같다. 정리하고 비교하고 해석하는 걸 잘 하면 이걸 잘 표현하는 사람은 또 별개다. 그걸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글로 표현하는 거랑 이미지로 표현하는 거랑 틀리다. 나는 예전에는 이해를 못 했다. 바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겪으면 겪을수록 아 그게 아니구나, 대부분은 부분적으로만 할 줄 아는구나를 느낀다.
2.
그래도 이런 생각 때문에 아니 엄밀히 얘기하면 현실에 대한 인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줄긴 했다. 왜 이걸 이렇게 하지? 답답해죽겠더라고. 가르쳐줘도 그렇게 하고. 병신 새끼도 아니고. 말귀도 못 알아 듣고. 물론 개인 차는 분명 있기 마련이지만, 똑똑하다고 하는 애들이라도 나랑 같이 일해보면 언제 어디서 똑똑하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종종 있다. 다 자기 깜냥껏 하더라고.
3.
나같은 경우, 몇몇 부분은 극강이고, 나머지 부분은 밸런스가 좋다. 적어도 업무에 있어선 그렇다. 인간적인 단점이야 뭐 지인들은 잘 아는 바일 테고. 일적인 부분에서는 지금껏 잘 났다 하는 사람 만나도 글쎄 나는 저 사람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생각들었던 경우가 한 손가락에 꼽히지가 않는다. 4명 정도 되네. 지금까지 살면서 말이다. 같이 일로 맞부딪혀본 적은 없다. 단지 옆에서 봤을 때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지.
4.
그런데 왜 나는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까? 아니 내가 생각하는 만큼 뭔가를 달성하지 못했을까? 그게 작년 하반기부터 고민했던 과제였다. 40을 목전에 두고 말이다. 직원들한테 종종 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문제가 생겼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그럴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거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해결하누.
5.
결국 나는 나로부터 문제를 찾았고, 그걸 바꿔나가는 과정이다. 물론 사람이라는 게 바뀔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바뀌지 않는 영역도 있다. 그걸 잘 따져야지 그냥 노력만 한다고 해서 될 건 아니거든. 그나마 나의 최대 장점이라고 하면 밸런스인데, 이것 저것 다양한 것들을 수준급으로 할 줄 안다는 거. 그래서 팀이 해야할 일도 나는 혼자서 하고 속도도 빠르다. 한 사람이 하면 최적화를 시킬 수가 있으니까. 그건 살리되, 내 극강의 단점은 주변인들로 보강한다.
6.
지금 뭐 신경 더 쓴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되고 그러진 않는다. 길게 봐야지. 답답한 부분 많긴 하지만 나중에 좀 할 줄 아는 사람들과 뭘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같지는 않다. 그 때는 또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이겠고,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관리적인 리스크는 또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냥 맘 편하게 지금 현재 상태는 이렇구나 진단했으면 여기서 최적화를 시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천천히 가긴 할 거니까. 게다가 안 갈 것도 아니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