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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 들어서 즐겨보는 국내 TV 프로그램 둘 중에 하나다. 유투브에서 히든 싱어 방송분을 보고서 시즌 4부터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이번 주에는 신해철 편이었는데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
1.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 남중, 남고가 대부분이었던 그 시절에 여자(여중생, 여고생)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독서실 귀가 차량 안이었다. 센스 있는 귀가 차량 운전사 아저씨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곤 했는데, 신해철 음악이 많이 나왔지. 또한 이쁜 누나들이 교복 입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걸 보면서 참 동경하곤 했었는데, 그 누나들이 좋아했던 음악 또한 신해철이었었지. 그 정도로 그 당시 신해철 음악은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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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번화가나 대학가에 보면 카세트 테이프 판매 가게 말고 구루마에서 당시 유행하던 인기곡들만 모아서 팔던 게 있었다. 그거 사서 많이 듣곤 했지. 지금에야 MP3로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당시는 카세트 테이프로 듣던 시절인지라. 그렇게 파는 카세트 테이프는 테이프 질이 좋지 않아 자주 듣다 보면 테이프가 늘어나서 음이 늘어나곤 했었지.
나는 음악에 큰 취미가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유행곡만 모은 인기가요 테이프는 구매해서 듣곤 했는데, 신해철과 같은 경우는 신해철 테이프를 별도로 살 정도로 좋아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에 신해철이 있었다고 하면 비교가 될 듯. 물론 인기 있는 가수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생명력이 긴 가수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면서 성공적인 가수는 더더욱 드물었고.
3.
신해철 1집. 1990년. 무한궤도로 '그대에게'로 대학가요제 대상 받은 이후에 나온 첫 번째 앨범. 내가 주로 들었던 두 곡. '안녕',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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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2집. 1991년. 1집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노래들이었지만 당시 상당히 신선했고 인기를 끌었다. 남자들이라면 아마 당시 줄곧 따라부르던 게 굵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재즈 카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1집 '안녕'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의 '나에게 쓰는 편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2집의 대표곡이라고 하면 '내 마음 깊은 곳의 너'가 아니었을까 싶다. 수많은 여중, 여고생들이 좋아했던 곡.
유행곡 모음집이 아니라 신해철 2집을 사서 듣다 보니 알게 된 곡. 테이프 되감기가 귀찮아서 계속 듣다 보니 내겐 익숙했던 곡 '50년 후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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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니까 1992년이었다. 이 해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그냥 가요계를 싹 휩쓸어간다. 물론 신해철 팬들이야 당시 신해철이 보컬로 활동한 N.EX.T의 앨범을 들었겠지만, 1992년부터의 대세는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그렇다고 히트곡이 없었던 건 아니지. '인형의 기사 Part II', '도시인'이 있었으니.
5.
이후 대표곡들을 모아보면, N.EX.T 2집 수록된 '날아라 병아리'
공교롭게도 <히든 싱어 4> 신해철 편 방송하기 전 노래방에서 이 노래 불렀었다. 신해철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노래가 나올 지는 몰랐다. 나도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최신곡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옛날 노래만 찾게 되는 듯. 내가 어른들 보면 1960년대, 70년대 노래만 부르는 걸 보면서 구세대다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되어 가는 거 같다.
고등학교 때는 못 봤는데 중학교 때는 학교 앞 문방구에 병아리를 팔기도 했었다. 물론 그렇게 키워서 닭으로 키우는 친구들을 본 적 없으니 아마도 키우다 다 죽곤 했었지 않았나 싶다. 나는 키우지 않았지만. 동물이랑 그리 친하지 않은지라. 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다.
N.EX.T 3집에 수록된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싱글 앨범에 수록된 'Here I Stand For You' 이건 노래방에서도 꽤 불렀던 곡이다.
N.EX.T 4집에 수록된 '해에게서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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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런 음악을 듣그 위해 필요했던 건 워크맨. 소니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신흥 강자가 등장했으니 그게 아이와였다. 아이와 워크맨은 디자인적인 차별화를 두면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었고, 디자인도 다양해서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아이와 워크맨을 사용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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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유일하게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게 '고현정의 인기가요'였었다. 확실히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마치 나한테만 속삭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지.
8.
신해철 의료 사고 장본인인 강 모 원장. 병원 문 닫고 인근에 새로 병원 열었다고. 물론 신해철 죽음으로 인해 마녀 사냥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을 그냥 돈 벌이로 보는 대형 병원 의사들을 봐왔던 나인지라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나같으면 그 원장이 있는 병원에 안 간다. 그 사람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으니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방송 많이 나오는 의사라고 실력 좋다 생각하지 말란 얘기. 그게 방송인이지 의사야? 의사의 본분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있는 거다.
실제로 TV에 많이 나오는 의사 중에 보면 병원은 겨우 겨우 먹고 사는 그런 데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는 그런 걸로 수익 챙기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돈 벌고 병원은 폐업하는 경우도 있단 말이지. 서울대 출신에 뭐 대단히 똑똑한 척 하는데 알면 좆도 아니라는. 실명 거론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한다. 그런 걸 워낙 잘 알기에 스티코 매거진 의료 필진 선별할 때는 아무리 추천 받아도 이리 저리 뒷조사하고 알아본 다음에 섭외한다. 아무리 글에 대한 문제가 없어도 의사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안 되니까.
이제 1주년이 다 되었는데 아직 법정 공방 중인 모양이다. 의료 사고는 이렇게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정말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말이다. 신해철은 그래도 이슈화라도 되었지 그렇지 않은 경우들 얼마나 많겠냐고. 내 할머니도 내가 보기에는 의료 과실인 거 같은데, 잘 얘기를 안 해주니. 물론 내 성격상 그냥 넘어가는 성격 아니지만 어른들 계신데 내가 나서기가 뭐해서 그냥 집안 어른들께 맡겼을 뿐. 고로 병원은 싸다고 해서 나랑 지인이라 해서 가는 게 아니라 정말 잘 따져보고 가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나는 유명 병원들의 작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래도 의료계에 인맥들이 많다 보니 이리 저리 듣는 얘기들이 많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수많은 홍보글들로, 가격 할인으로 유인하는 그런 걸 보면 저기 위험한데 뭐 그런 생각 많이 든다. 스티코 매거진에 의료 관련된 정보 제공하게 된 계기도 거기에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의사는 절대 필진으로 모시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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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인 전현무는 정말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깐족대고 진지함이란 볼 수 없는. 뭐 내가 들었던 전현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사실이라면 이 새끼 쓰레긴데, 뭐 사실 확인이 안 되니 뭐라 말할 순 없고, MC는 재밌게 잘 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밉상 스타일인지라 MC가 교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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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단다. 뭘까 싶어서 유심히 살펴보니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 삼성에서 만든 뮤직 앱 MILK. 나는 삼성 불매론자기 때문에 삼성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지라 관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