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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헌법 제21조

0.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곤 한다. 한동안은 배설하듯 육두문자 섞어가며 끄적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게 됐다. 이유는 그렇게 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 하는 생각에. 그래서 그런지 똑똑하고 존경받는 비즈니스 맨들은 그런 얘기 안 한다. 그냥 타협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당시 그런 이들을 나는 '영혼 없는 돈벌이'하는 이들, '지네 가족들 챙기기만 급급한 소인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다. 세상이라는 게 각양각색의 사람이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안주한다기 보다는 현실에 급급하게 살다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 아니겠는가. 다만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목소리를 부르짖는 이들에게 도움이나마 되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있는 것들은 보면 항상 지네 가족들만 챙기더라. 그래서 자식들한테는 존경받는 부모가 되고, 부하들한테는 능력 있는 상사가 될 지언정 스스로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 본다.


1.

내 어렸을 적에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었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 배우지 않고 한 세트로 배운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있는 자들의 논리를 보면 권력자들에 맞대응해서는 손해니까 맞춰주면서 간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지만 돈은 영원하다.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나는 임기가 없다. 내가 볼 때는 졸부에 지나지 않는다. 왜 돈 버는 데에는 그렇게 머리를 쓰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머리를 안 쓰는지 모를 일이다. 그냥 쉽게 돈 벌려고 머리 쓰다 보니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2.

문득 오늘 어릴 때 배웠던 집회, 결사의 자유가 떠올랐다. 이게 어디에 명시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헌법 제21조 제1항에 명시되어 있더라.


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헌법에 명시된 걸 위배하면서 법치주의, 준법정신을 얘기할 수 있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자기네들은 지키지 않으면서 약자들한테만 강요하는 게 법이란 말인가? 내가 대한민국을 싫어하는 이유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권력층, 기득권층이 싫다.


3.

페북에는 가끔씩 별 관심도 없으면서 마인드 있는 얘기를 하는 듯 보이는 그런 허세 끼 가득한 이들도 보인다. 나는 그런 버러지들도 싫다. 그냥 하던 돈 벌이나 해라. 말만 돈보다 사람이라고 하지만 과연 니 인생 레코드에 자신의 이익에 반한 행동을 한 적이 있기나 한 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익을 다 포기한 경우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의 이익에 반하여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 본 적은 내 한 손에 꼽힌다. 확률적으로 그런 얘기 하는 이들 중에 1명이라도 있기 힘들다고 본다. 한때는 그런 거 때문에 페북을 접으려고도 했다만, 지금은 그런 사람들의 글은 타임라인에 안 나오게 했다. 그러니 편하더라. 안 보면 그만이거든.


4.

이런 얘기를 하면 뭐하나. 세상 사람들은 돈 있고 잘 나가면 그 사람의 말을 더 크게 듣는데 말이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앤디 워홀의 명언이 자꾸 생각난다니까.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런 얘기도 내가 돈이 많고 잘 나가야 먹히는 법. 그 전에는 그래봤자 개소리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요즈음은 뼈저리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