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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서부 전선 이상없다(1930): 반전 영화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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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590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1931년 제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30년도 작품이니 당연히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되겠다. 당연히! 반전 영화다. 흑백 영화이긴 하지만 나같이 스토리에 충실해서 영화를 보는 걸 즐기는 이들에게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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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반전 영화라고 하면 떠올릴 만한 작품 중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광의 길>이란 작품이 있는데, 비교해보면 <영광의 길>보다는 <서부 전선 이상없다>가 조금 더 낫다. 재미나 그런 거보다는 스토리를 봤을 때 말이다. <영광의 길>은 반전 영화라고는 하지만 사실 지위욕에 빠진 한 인간을 전시라는 상황에 맞게 스토리로 그런 것이라 꼭 반전 영화라고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러니까 꼭 전쟁이라는 배경을 하지 않아도 그런 스토리는 만들어질 수 있단 얘기.

참고로 나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스탠리 큐브릭을 천재 감독이라 칭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내 기준에서는 천재가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감독으로 분류한다. 남들이 나를 두고 너 스스로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이라고 얘기하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인 거다. 그걸 두고 내가 뭐가 어떠니 저떠니 떠드는 게 더 우스울 꼴이 되니까. 그런가부다 하고 그냥 넘기면 될 일. 원래 대중적인 거 그러니까 공부 안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엔 개나 소나 떠드는 이들이 많은 법.

#2
나 또한 전쟁 세대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전쟁, 죽음 이런 거는 사실 경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가슴으로 그 실상을 느끼기는 힘들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대의를 위해, 국가를 위해 참전하겠다고는 해도 막상 가보면 참전할 때의 숭고한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 듯. 만약 전쟁이 난다면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거 아니다. 군인 정신이 투철한 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고 선뜻 얘기하긴 하던데 나는 사실 국가가 안 불러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걸 두고 사상이 잘못됐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죽음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겪어보지 않았다 해서 함부로 그러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목숨과도 바꿀 뭐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절친을 두고도 목숨과도 바꿀 친구라고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다면 생각해볼 만한 친구라고 하지. 그렇게 사람의 죽음을 쉽게 얘기하는 거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전쟁이 나면 글쎄 내 머리를 굴려서 어떻게 해서든 참전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일제 치하에 독립 운동이라고 하면 얘기가 틀리다. 비슷한 듯 보여도 틀리다.

#3
어린 학생들에게 참전해라고 부추키는 교사의 말에 동화되어 참전한 독일 학도병들을 중심으로 스토리는 전개되는데, 이건 교사가 아니라고 본다. 바른 길로 인도를 해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물론 자신은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지가 참전하든가. 아니면 지 자식부터 먼저 보내든가. 모범을 보여야지. 

가끔씩 교사가 직업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사실 요즈음은 교권이 땅에 떨어진 거 같아서 안쓰러운 경우가 더 많다고 보지만. 맞을 놈들은 때려야 되는데 요즈음에는 참.) 교육자가 아니라 직업을 교사로 하고 있는 사람. 내 아들 초등학교의 교감이 그렇다. 여자 교감인데, 내가 보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교장 한 번 되보려고 발악을 하는 사람 같다. 말 함부로 하다 내가 교장실에서 크게 뭐라 한 적이 있다. 말이야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러나 그 교감은 실수라기 보다는 원래 그런 사람 그러니까 지위욕에 사로잡힌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4
물론 경험으로 배우는 교육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걸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중요한 법.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꼭 전쟁을 겪어보지 않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될 것을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분위기를 몰아가다니. 근데 꼭 전쟁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이런 경우 많다. 내가 즐겨봤던 판타스틱 듀오란 음악 프로그램도 그렇거든. 좋은 얘기만 칭찬만 일색인. 거기서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왕따 당하는 그런 분위기. 난 그런 거 정말 싫어한다. 뭐랄까. 좋은 게 좋은 거다는 거? 그런 이들은 자신에게 잘 해주고 친하면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도 두둔하기 마련이다. 강남에 보면 무리 지어서 어울리는 (소위 말해 그들은 그들을 패밀리라 칭하는 무리) 이들 보면 그런 경향이 강하다.

#5
재밌는 건 참전한 학도병 중에 한 명이 부상으로 인한 휴가를 받고 모교에서 참전하라고 설득하는 교사 앞에서 한 얘기랑, 후방에서 탁상공론을 펼치는 어른들의 얘기다.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둘러앉아서 전쟁이 어떻니 이래야 하느니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도병은 결국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전우들에게로 돌아간다. 내 생각하기에도 전우는 그 의미가 남다를 듯하다. 나는 친구라는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면 얼마나 기억에 남을 경험을 같이 공유하느냐로 보기 때문. 그래서 목숨을 담보로 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인 전우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본다.

#6
작품상 받을 만하다. 나는 사실 이런 영화가 좋다. 스토리에 충실한 영화. 어느 누가 봐도 뭔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어줍잖은 기교나 부리고 메타포만 가득 넣어서 어렵게 영화를 만들어서 이게 뭐게? 맞춰봐라 식의 영화는 정말 싫어한다. 왜냐면 역으로 얘기하자면, 그럼 내가 한 마디 할테니 내가 무슨 의미로 얘기했는지 니가 맞춰봐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니까. 뒤집어서 생각하면 매한가지란 거다. 왜 내가 스탠리 큐브릭을 좋아하지 않는지는 충분히 이걸로도 설명이 된 거 같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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