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삼국지: 자기 팔자대로 가는 듯

#0
최근 삼국지 가열차게 봤었다. KBS에서 방영했던 삼국지 말이다. 보니까 중국에서 이보다 십수년 전에 만든 또다른 삼국지 대작이 있던데(이건 <삼국연의>더라.)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만 봐도 최근 삼국지가 훨씬 더 낫다는 걸 느낄 수 있다. 

http://www.kbs.co.kr/end_program/2tv/enter/threekingdoms/vod/index,1,list1,10.html

#1
개인적으로 삼국지연의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그 이유야 여러 차례 밝혔다.(역사 소설에 대한 내 생각이 그러하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게 왜 나관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거짓되고 과장되게 표현했느냐는 부분이다. 뭐 일기토와 같은 경우야 이해한다. 사실 당시 전투에서 일기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삼국지연의에서 보듯이 대군들이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장수들이 나와서 싸움을 벌이는 그런 거는 다 허구다. 고로 그에 관련된 대부분의 얘기들 또한 허구란 얘기지만 내가 이해하는 건 그래도 소설이기에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스토리에 빠지게 하는 데에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삼국지연의는 문학 작품이지 역사 그 자체가 아니니까. 역사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2
95부작 중에서 현재 80화를 넘게 봤는데 70화 이후부터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간다.

72화: 관우의 죽음
73화: 조조의 죽음
77화: 장비의 죽음
80화: 황충의 죽음

물론 그 이전에 주요 인물 중에 죽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삼국지연의가 촉나라 유비를 중심으로 기술되고, 유비와 대치되는 인물로 조조가 대표적이다 보니 그런 것이지. 삼국지연의를 보면 오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소 저평가되어 있는 듯 보인다.

근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알고 있는 얘기를 죽 보는데 느낌이 틀리다. 조조와 황충은 그렇다 쳐도 관우나 장비의 죽음의 경우에는 결국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기에 그런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 그러니까 지 팔자대로 살다 이름을 떨치다 간 거란 얘기다. 그걸 보면서 과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후에 일이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내 사주로 진단해봤을 때는 곧 때가 시작된다.) 나도 그렇게 내 팔자대로 운을 다할 것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지.

#3
개인적으로 유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인의군자인 듯이 나오지만 인간이 그럴 수는 없다. 결코. 그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란 누구나 똑같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래서 내가 보는 유비는 어느 것에도 뛰어나지 않은 그런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유비의 리더십을 보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거 리더십 얘기는 리더의 뜻도 모르는 애들이 강의할 때 써먹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니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내 항상 얘기하듯 리더가 어때야 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리더와 함께 하는 이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 거는 얘기하는 사람이 없지. 왜냐? 모르니까. 리더십 관련 책에서는 리더 한 개인에만 초점을 맞춰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떤 게 더 나아 보이는 지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거든. 난 그런 사탕 발림과 같은 교육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리더를 마치 틀에 맞추려고 하는 듯한 그런 느낌. 답이 없는데 답을 내리는 느낌.

여튼 그래서 나는 유비를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거느린 리더라고 평하기 보다는 좆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남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본다. 운이 좋아 또 만났던 사람들이 좋아 그렇게 되었을 뿐. 유비가 조조와 같이 똑똑했다면 결코 그런 인간이 될 수 없었을 거다. 그런 유비라도 후에는 자만심에 빠져 대패하지. 병법에 대해서 좆도 모르는 게 아는 척 하다가 결국 육손한테 당한다. 그래서 나는 유비를 별로 매력이 없다 보는 사람이다.

뭐 배울 게 있어야지. 좆도 아는 게 없어. 한 가지. 인내는 배울 만한데, 난 이런 스타일 별로. <대망>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오다 노부나가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니거든. 결국 끝까지 살아남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건 도쿠가와 이에야스지만 나는 이런 인간에 전혀 매력을 못 느낀다. 마치 공무원인 듯한 느낌. 가늘고 길게. 자기 주장 제대로 못 하면서 끝까지 참고 말이지. 그런 인간들이 권력을 쥐면 자기 맘대로 또 한다니까. 왜? 거스를 게 없으니까. 지보다 강한 사람이 있으면 찍 소리도 못 하는 게 상황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해. 그래서 나는 이런 인간들에게 매력을 전혀 못 느낀다. 배울 거? 나는 배우고 싶지가 않다.

#4
이제 십수 편만 남았는데, 어렸을 때 보던 삼국지와 나이 들어서 보는 삼국지는 그 맛이 틀린 듯. 다른 게 보이니 말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삼국지연의와 정사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서 잘 나와 있지 않았지만 요즈음에는 인터넷만 뒤적거려도 다 나오니. 정리하는 셈 치고 보면 또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도 있다. 다음은 내가 삼국지 드라마 보면서 참조하고 있는 글들이다. 책으로 나온 거 같은데 내용이 다 공개되어 있는 듯.

http://terms.naver.com/list.nhn?cid=42991&categoryId=42991

#5
여튼 이번에 보면서 팔자라는 걸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정작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많은 이들이 사주를 보면 그것을 맹신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난데(그렇다 해도 좋은 얘기는 귀에 담아둔다.) 사주는 그렇게 보는 게 아니거든. 공부를 좀 해봐서 그 핵심이 뭔지를 잘 이해하는데, 큰 흐름을 봐야하는 것이지 어떤 특이한 경우에 이렇게 하면 된다는 그런 건 없다. 나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요즈음이라 준비만 하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일이 풀리고,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 지에 대해서는 나도 사뭇 궁금한 지라. 삼국지 드라마에서는 이런 걸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 극 중에서. "하늘의 뜻이다." 자기 운이 다 했을 때 하는 표현이다. 그 전에는 모른다. 될 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결국 그게 화근이 되어 죽음을 당하면 그렇게 얘기하곤 하지. 과연 하늘의 뜻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