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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삼국지(95부작): 이제 다 봤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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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부작 <삼국지>를 다 봤다. 헐. 이거 언제 다 보나 싶었는데 결국 다 봤다. 예전에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대망)을 완독했을 때의 느낌이다. 중간 중간에 드는 생각은 별도로 적긴 했지만, 이번 것도 그런 맥락에서 끄적끄적.

#1
95부작 <삼국지>가 삼국지연의를 기본으로 해서 스토리를 만들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삼국지연의와 똑같지는 않다. 짬뽕이란 얘기. 다만 기본이 삼국지연의기 때문에 재미는 있다. 그러니까 영웅을 만들기 위해 실제 있었던 일을 과대 포장하거나, 허구로 그려내고,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가기 위해 영웅들끼리 대결을 펼친다. 일기토가 가장 부합하는 예라 하겠다.

#2
유비의 오호상장이 살아 있을 때는 장수들 간의 대결이 주였다면, 관우, 장비가 죽어나가면서 책사들끼리의 지략 대결이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무장끼리의 싸움보다는 책사끼리의 지략 대결이 흥미진진했는데, 여기도 뻥이 많아. 뭐 장수끼리의 대결에는 무기부터 일기토 등등이 대부분 뻥인 반면, 지략 대결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술수를 부린다거나 신도 아닌데 상대의 책략을 간파한다거나 하는 등의 뻥이 심하다. 

#3
삼국지연의나 95부작 <삼국지>에서도 유비 사후에는 북벌을 추진한 제갈량과 위의 사마의의 지략 대결이 펼쳐지는데, 사실 사마의가 뛰어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부분도 적잖다. 게다가 제갈량은 너무 과대 포장되어 있고. 그러나 제갈량이 뛰어났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삼국지연의에서 보이듯 그렇지는 않았다는 거. 그도 인간이다.

#4
사마의와 제갈량의 지략 대결을 보면 둘은 천재를 너머 마치 신인 듯 상대의 술수를 읽어내는데, 아무리 뛰어난 지략가라고 하더라도 저런 거까지 간파할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 부분들이 꽤 있더라. 그래도 소설이니까. 재밌으니까. 그럼 된 걸로.

#5
제갈량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는데 그거 때문에 패하기도 한다. 마속이란 인물을 그렇게 쓴 건 참 어찌 적벽대전에서 동풍을 불러온(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제갈량이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드니 삼국지연의도 뻥을 정도껏 쳐야지 너무 쎄게 치다 보니 이런 부분도 생길 수 밖에 없다 본다.

#6
개인적으로 사마의와 제갈량 둘을 놓고 봤을 때, 제갈량을 선호하는데, 이유는 사마의같이 그렇게 인내하면서 나중에 대업을 달성하는 그런 스타일이 나랑은 안 맞아서다. 대망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그러하고, 삼국지에서 유비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매한가지고. 그러나 그런 류와 사마의는 좀 다른 게. 사마의는 실력은 있었거든. 워낙 시기 질투를 받아서 그런 거지만, 그런 걸 인내하고 때를 기다린다는 게 참. 

#7
근데 95부작 <삼국지>에서 보면 사마의는 연기자가 못생긴 아저씨인 반면, 제갈량은 잘 생긴 훈남이다. 근데 웃긴 건 실제 둘의 나이 차이는 2살 밖에 안 난다는 것. 제갈량이 2살 어리다. 그래서 <삼국지>를 보면 사마의는 나이 든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아마 보다 보면 이런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관우 죽어, 장비 죽어, 황충 죽어, 유비 죽어, 마초 죽어 그런데 사마의는 안 죽어. 처음 나올 때 다른 캐릭들보다도 더 늙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ㅋ 

#8
<삼국지>에 워낙 인물들이 많다 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보면 배우들 중에 어라 저 배우는 위나라 누구 밑에 있던 장수인데 이제 촉나라에 있네. 뭐 그런 경우들이 종종 보이더라고. 쌍둥이를 기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 있다가 저 나라에 있다가 계속 나와. ㅋㅋ 그런 연기자 있어. 잘 보면 알 듯. 유독 한 명이 눈에 띄던데. 원래 마초 밑에 있던 장수였는데, 오나라의 장수로도 나오고, 촉나라의 장수로도 나왔다가 위나라의 장수로도 나와. 헐~ 대신 유명한 그러니까 이름 있는 장수 역할을 못 맡았을 뿐. 그랬으면 다른 이들이 진작 눈치채고 헷갈릴 수도 있으니.

#9
아. <삼국지>에 등장하는 당대 최고라 불리는 미녀들. 물론 그에 걸맞게 캐스팅을 했겠지만 다른 이들은 뭐 이해하겠다만 대교와 소교는 좀 아니더라. 둘은 성형 티가 팍 나~ 대교나 소교라는 인물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둘 중 대교는 뭐 그리 자주 나오지도 않지만 소교는 주유 부인이라 조금 나왔던 편인데 영 그렇더라고. 내츄럴하면서 이뻐야지. 무조건 이쁘다고 코 높게 세우고 그런다고 이쁜 거 아니다. 그런 기준에 벗어난 애들을 난 싼티 난다고 표현한다. 돈 써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먹는. 뭐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잘못해서 그걸 또 발란스 잡다 보니 다른 데도 건드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쩝. 그래서 의술은 보수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거다. 

나는 성형하고 안 하고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형해도 내츄럴하게 이쁜 애들 있어. 난 그런 애들은 참 성형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성형한 티 팍 나면서 싼티나는 애들 있거든. 그런 애들은 영...

#10
여튼 참 재밌게 봤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 40 넘어서 보는 삼국지는 또 다른 맛이더라. <삼국지>는 다 봤으니 이제부터는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다. 이건 49부작인 듯 하던데. 그래도 삼국지보다는 반 정도 밖에 안 되네. ㅋ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다 보면 <초한지> 봐야지. <초한지>보니까 항우 맡은 배우가 <삼국지>의 여포더라. 이건 80부작. 요즈음 미드 볼 게 점점 줄어들다 보니 이런 거 찾게 되네. 근데 더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