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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알겠지만 내가 국내 TV 프로그램 중에서 유일하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듀엣 가요제'다. 이번 추석 특집에 나오는 가수들 소개될 때마다 오~ 오~ 재밌겠다는 했는데, 그 중에 가장 기대되었던 건 단연 박남정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춤꾼하면 박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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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느냐면,(이제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내 친구 중에 하나가 춤을 정말 잘 추는 친구가 있었는데(초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박남정 춤을 똑같이 따라췄었다. 물론 따라 추는 거야 연습하면 되겠지만 확실히 춤에 있어서는 남다른 친구였기에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가 없었지. 그 친구랑 같이 라보라고 하는 영어 학원(?)같은 걸 다녔는데, 여름 방학 때면 외국 애들도 한국에 와서 교류하는 그런 걸 했었다. 2박 3일 정도?
그 때 그 친구가 무대에서 춤을 췄는데, 그거 보고 여자애들이 울 정도였던. 정말로. 그 정도였다. 실제 박남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박남정이란 존재는 우리 어린 시절에 그런 존재였다. 마치 미국인들 마이클 잭슨 보는 거처럼. 물론 마이클 잭슨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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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하니까 생각나는데, 그 시절에 같이 다녔던 친구 중에 순한 친구 하나 있었다. 그 때 우리가 장난으로 그 친구 장롱에 가두곤 했던 장난을 친 적도 있었는데, 그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가 눈을 마주하지 못할 친구가 되어있었다는. 감히 어린 시절 장난쳤던 관계라는 걸로 말 걸기조차 두려웠던 존재가 되었지. 한 학교의 짱이었는데, 듣기로는 아버지가 칠성파 부두목이었다나. 여튼 그런 얘기를 들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마주친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확실히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눈매가 달라지는 듯하다. 눈매가 너무 매서워서(나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날라리였는데) 쳐다보지를 못 하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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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박남정의 무대를 너무 오랜 만에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좋았다. 뭐랄까. 박남정이 나오면 사람들은 뭔가를 기대하는데, 그 기대를 딱 충족시켜줬던 무대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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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금껏 듀엣 가요제 보면서 2번째 나와서 1위하고서 1위 끝까지 유지하는 팀 본 적 없다. 물론 이후 팀들이 선곡에 좀 문제가 있었다고 보긴 하지만. 박남정은 자신의 장기를 살린 퍼포먼스 무대를 보여줬고 그게 방청객들에게 먹혔던 거였는데, 그걸 뛰어넘으려면 감동 코드여야 한다고 봐. 그러니까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재미난 영화보다는 울림이 있는 영화, 가슴을 뛰게 만드는 영화가 더 오래 기억되고 평점이 높은 거와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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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박남정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떠오르는 한 사람. 마이클 잭슨.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아마도 박남정 마이클 잭슨 매니아인 듯. 그의 춤이나 퍼포먼스가 다 마이클 잭슨 따라한 거라서 말이다. 그러니 둘을 비교한다는 게 그렇지만 마이클 잭슨은 박남정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사실 박남정은 댄스 가수기 때문에 노래는 그리 잘 하지 못한다. 반면 마이클 잭슨은 다르다. 화려한 퍼포먼스에 노래 실력과 작사, 작곡까지. 그는 정말 레전드다.
듀엣 가요제에서 보여준 박남정의 춤. Billy Jean에서 마이클 잭슨이 췄던 춤을 따라한 것이고, 무대에서 보여줬던 총 쏘고 은갈치 뒤집어 엎어버리는 퍼포먼스는 Dangerous에서 마이클 잭슨이 보여줬던 걸 따라한 것이다. 따라한 것만 봐도 이러는데 실제 마이클 잭슨이라면? 여튼 보니까 마이클 잭슨 많이 생각나더라. 마이클 잭슨 하니까 또 하나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We ar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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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the world
왜 이 노래가 생각나냐면, 이건 단순한 퍼포먼스라고 보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 공동 작사 작곡인 이 곡은 당대의 유명한 가수들 45명을 모아서 만들었다. 이게 말이 쉽지. 아무리 당대 최고라고 불리는 가수라고 하더라도 지가 부른다고 내가 가야 돼?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만. 여튼 이 노래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해서 만든 건데, 마이클 잭슨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단순히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이런 의미 있는 일도 하는 가수였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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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이 박남정 무대에 기대하는 모습 참 귀여웠다. 그래서 혹시 해서 검색해보니 동갑이네. 음. 역시. 동갑이라 나와 같이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