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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23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참 재밌게 본 영화다. 보통의 킬러라고 하면 사람 죽이는 기술만 좋다. 싸움을 잘 한다거나, 사격을 잘 한다거나. 그런데 벤 에플렉이 분한 킬러는 그 외에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그것도 천재성을 보이는. 그래서 나는 이 캐릭터 상당히 매력적이더라고. 뭐 따지고 보면 <트랜스포터>에서 제이슨 스타뎀도 싸움도 잘 하지만 운전도 잘 하지. 그러나 그건 지식이라고 볼 순 없잖아.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는 개인 성향상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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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지식을 갖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캐릭터가 보이는 특징이 있다.
① 협업하지 않는다. 혼자서 일처리한다.
②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에고가 강하다.
어찌보면 외톨이처럼 보이긴 하지만 글쎄 나랑 공통 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나는 이런 캐릭터가 끌려.
#2
그래도 범죄자라고 생각하나? 영화니까 그게 용납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도 그런 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시켜서 하는 일(첩보 활동)이라고 하면 그것이 합법이라고 할 수가 있나? 대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다? 대의라는 것이 한 국가의 이익은 아닐 터인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무엇이 범죄이고 아닌지는 단순히 법에 명시해서가 아니라고 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도 느끼는 바, 권력을 가진 이들은 법을 자기 입맛대로 다루는데, 서민들은 정해진 법에 따라야 한다. 거 참 웃기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란 얘기야. 그래서 나는 법을 어긴다는 거 그러니까 불법이라는 거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산 지 오래다. 법이라는 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었을 때에 효력을 발휘한다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이 어긴다고 나도 어기면 똑같은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보다 강한 이들에게는 강하게, 약한 이들에게는 약하게라는 개념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거다. 법을 어기면서 남보고는 법 지키라는 새끼들한테는 법을 어기면서도 대항하고, 법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나도 그 테두리 내에서 대하고. 나는 그렇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단, 배로 돌려줘야.
#3
나는 희한하게 요즈음 이런 영화 보면 꽂혀. 뭐랄까. 나도 저리 살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니까. 힘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게임을 하고 싶지가 않아. 뭔가 다른 게임을 하고 싶다고. 그런데 내가 에고가 강해서 그런 지 혼자 일하고 혼자 노는 스타일이다 보니 꼭 영화와 같지는 않아도 그와 같은 삶을 살려고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자를 안 사귀는 이유도 그렇다. 감당을 할 여자 없다는 생각에 민폐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생각을 초월해서 내가 올인을 할 만한 여자라면 모르겠는데 그런 여자는 안 보이니까. 항상 상냥하고 잘 해주길 바라는 게 여자인지라 나는 그렇게 못 해주거든. 해줄 때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추억이 될 정도로 잘 해주지만 신경 안 쓸 때는 아예 신경을 안 써. 나는 그래도 떳떳했던 게 그게 바람 피거나 해서가 아니라 내가 뭔가에 꽂혀서 그런 거거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 오히려 나는 이해 못했다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에 느꼈지. 아. 나란 녀석은 여자를 사귀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안 사귀는 거다.
최근에도 부산에서 함께 술자리를 했던 바 여사장(내 친구랑 오빠 동생할 정도로 친한 사이)이 나더러 그런다. 오빠는 여자에 관심이 없는 거 같다. 그러면서 붙이는 말. 나 괜찮은 여잔데. 음. 술자리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해보니 산전수전 겪으면서도 참 생각이 바른 애긴 하더라. 인간적으로는 정말 괜찮은 녀석인 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 그러나 그게 사랑과는 다르잖아. 사랑이라는 감정, 셀레임 이런 거 느껴본 적 참 오래된 듯.
#4
요즈음에는 영화 잘 안 보는데 외국 왔다 갔다 하면서 공항에서 기다리면서, 기내에서 영화본다. 최근에 본 영화가 대부분 그렇다. 내가 요즈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이라 그런 지 <어카운턴트> 상당히 동경하면서 봤다. ㅋ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을 지 없을 지 모르겠다만 나는 기억에 꽤나 오래 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