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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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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2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요즈음 외국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데, 비행기에서 봤는 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만 여튼 비행기 자주 타는 와중에 이 영화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길래 찾아보니 영화 내용 대부분이 실화인 듯.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감동을 주는 영화 소재를 잘 발굴하는 감독이다.

#1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대조가 된다. 세월호는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인간들, 자기만 생각하는 인간들 때문에 구할 수 없었지만, 이건 배도 아니고 비행기가 강에 불시착하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 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2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건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우선 내가 알기로 파이럿들은 보통 이착륙 때나 수동으로 하지 대부분의 경우는 자동 비행 모드로 한다고 알고 있다. 두 개의 엔진이 작동 불가 상태가 되었으니 파이럿이 수동으로 비행했겠지. 그거야 뭐 파일럿이니까 그렇다고 쳐. 그러나 착륙을 땅에 하는 게 아니라 강에 한다는 거는 쉽지 않았을 듯. 아무리 베테랑 파일럿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영화에서도 그렇게 나오지만 실제로도 바퀴는 내리지 않고 불시착한 것으로 나온다.

이착륙 시에는 각도가 상당히 중요한데, 두 개의 엔진이 꺼진 상황에서 적절한 각도로 강에 불시착하는 게 쉬운 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제대로 했으니 또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겠지? 만약 제대로 착륙하지 못했다면 뒤집히거나 충격으로 인해서 기체 파손이 생겼을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불시착하고 난 다음에도 일사분란하게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안내하는 모습, 주변에서 이를 알고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쓴 이들을 보니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는 너무나도 대조된다.

#3
영화 속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인적 요소(human factor)를 고려하지 않은 시뮬레이션. 원래 공부만 한 애들이 이런 짓 잘 한다. 이해를 못해. 뭘? 상황을.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경험을 꼭 해봐야 아는 건 아니지.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해볼 줄 아느냐의 차이지. 결국 똑똑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봐. 

게다가 나는 좀 이해가 안 갔던 게 따질 건 따지고 보자는 건 이해하겠다만, 누가 자기도 죽으려고 목숨 걸고 위험을 감수하겠냐고. 그런 상황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목숨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데 말이지. 그렇게 해서 또 희생자가 생겼다면 몰라. 희생자가 생긴 것도 아니고 전원 구조되었는데 말이지. 물론 따질 건 따져야 하겠지만 태도가 영 아니라는 거야. 어떻게 해서든 흠집 잡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

#4
NTSB(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서 한 조사를 보고 있노라면, 요즈음 재미나게 보고 있는 국정조사가 떠오른다. 성격은 좀 다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경우에 일반적인 편견으로 몰아가기 식도 다분히 있을 수 있다는 거. 그걸 잘 가려 봐야한다. 물론 증인들 자체가 워낙 잘못된 인간들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증인에게 묻는 질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순 없으니. 의혹이고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데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 

그러나 증인들 대부분이 모르쇠, 입맞춤을 한 상황이니 걔네들 말은 무조건 안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보긴 한다. 실제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어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하던가. 그러니까 걔네들은 이미 다 계산을 해본 거다. 숨기려는 게 많다 보니 일부 들통나도 끝까지 숨기려고 해야 적게 벌받는다는 셈을 이미 해본 거지. 그게 우리나라다. 그래도 이번 국정조사 보면서 세상 많이 바뀌었네 하는 생각은 들더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이지.

#5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파일럿들은 비슷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책임 소재 때문에 공항으로 가지는 않았을까? 스스로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도 생겼던 거겠지. 나는 대통령만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그 밑에 수많은 관료들도 이해 못 한다. 나같으면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어떻게 해서든 내 권한을 활용해서 살려냈겠다 싶던데 말이지. 세월호 참사 보면서 들었던 생각. 우리나라 공무원의 수준은 이렇다는 거. 책임 소재 회피. 가늘고 길게. 꼭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공무원들만이 아니라 내가 겪어본 공무원들 대부분이 그래. 내 수준에서는 아르바이트생 수준.

혹여나 능동적인 사고를 하는 파일럿이 있어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자. 전원 구조될 수 있었을까? 왜 내가 이 나라 대한민국을 싫어하는데. 변한다고 해도 그들의 씨를 말리지 않는 이상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변하려면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얘기. 고로 나는 이 나라 떠날 거다. 언젠가는 말이다. 내 죽기 전에 완벽하지는 않아도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이 되리라고 나는 보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