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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중국 만리장성(팔달령 장성) 구경

#0
2호선 지수이탄역에서 팔달령 장성 가는 877번 버스는 종점이 팔달령 장성 입구인지라 편했다. 그래서 밤새고 온 나는 버스 안에서 잤다는. 근데 잠자리 불편. 이유는 버스가 좁아. 우리나라 시외버스(우등버스 말고) 크기인데 한 줄에 자리가 5자리여. 2좌석 시트가 있고 3좌석 시트가 있는데, 3좌석 시트는 비좁을 거 같아서 2좌석 시트에 앉았지. 그나마 나는 내가 탄 버스에서 일찍 탑승한 편이어서 내가 자리를 고를 수 있었거든. 뒷문 바로 뒤에 있는 2좌석 시트에 앉았는데, 2좌석인데도 비좁아. 옆에 앉은 아재가 덩치가 큰 것도 아닌데 말이지. 차라리 창가쪽 자리가 아니면 옆에 빈 공간이 있으니 발이라도 편했을 것을. 창가쪽에 앉았으니 다리 벌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모아서 있어야 했던. 그래도 잠은 잘 잤다.

중간에 시끄러워서 깼는데, 보니까 창 밖으로 만리장성이 보이더라. 버스에 있던 가이드(?)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하더라고. 미니 확성기 갖고 말이지. 중국말로.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 않고. 여튼 그러다 도착. 뒷문은 안 열어주대. 어쩔 수 없이 앞문으로 이동해서 내렸다. 근데 아까 버스에 있던 여자 가이드(?)가 안내해주더라고. 버스에 탄 사람들을 데리고 표 사는 데까지 가서 말이지. 877번 버스의 서비슨가? 여튼 나는 중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무리에서 이탈해서 눈치껏 표 샀다.

#1
티켓 구매

여기서 말이다. 표 살 때 보니까 한국인 애들 3명 있던데(한국말 해서 알아들었지. 그런데 걔네들은 중국말 할 줄 알더라고.) 난 모른 척. 난 외국 나가면 한국 사람들이랑 아는 척 잘 안 해. 근데 나중에 만리장성에서 돌아올 때 보니까 내 블로그에 덧글이 달렸더라고. 877번 버스 안에서 실시간 포스팅을 했는데 자신도 그 버스 안이라며! 걔네들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고딩들 같이 보이던데...

만리장성 입장권이랑 슬라이딩 카 티켓을 샀는데, 옆에는 오디오 가이드도 제공하던데 판매는 안 하더라. 판매를 하면 구매할 생각 있었는데 말이지. 물론 한국어 서비스야 없겠지? 영어 서비스만이라도 된다면 구매했을 듯. 아무래도 이런 문화유적지를 구경하는 건 알고 보는 거랑 모르고 보는 거랑은 천지 차이인지라 가이드가 있으면 가이드 설명 들으면서 구경하는 게 좋고, 가이드가 없으면 오디오 가이드와 같은 그런 걸 이용하는 게 낫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지. 그러나 제공 안 하니 뭐 패스.

#2
슬라이딩 카 티켓 편도? 왕복?

위쪽에 있는 게 슬라이딩 카 왕복권이다. 편도는 80위안, 왕복은 100위안. 그래서 100위안 짜리 샀지. 사실 슬라이딩 카 안 타고 올라가면 얼마나 걸릴 지 감이 안 와서 산 거다. 여기서 만리장성 올라가려면 또 걸어야 되거든. 걷는 거야 뭐 상관없다지만 시간 아깝다는 거지. 남산 타워에 가려는데 남산을 걸어올라간다고 생각해봐. 그거랑 매한가지야. 그것도 가을이라면 몰라 겨울이잖아.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욘 없지. 그래서 왕복권을 구매한 건데, 나는 올라갈 때만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이용 안 했다. 걸어서 내려왔거든. 내가 둘러본 코스대로 간다면 편도 끊기를. 이용도 안 하는데 20위안을 더 쓸 필욘 없잖아? 만리장성 입장권은 35위안이다.

표 사니까 버스에서 봤던 여자 가이드(?)가 와서 뭐라 뭐라 한다. "I don't know Chinese" 내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그렇게 하니 바디 랭귀지로 설명하던데, 눈치 보니 왕복 티켓은 왼쪽 오른쪽 올라갔다 내려오는 거니 뭐 버리면 안 된다 그런 뜻이었던 듯. 슬라이딩 카 티켓 왼쪽 편 절취선 가리키면서 "up", 오른쪽 편 절취선 가리키면서 "down" 하고 "right?" 하니까 고개를 끄덕거린다. 비즈니스 상의 대화가 아닌 이상 어디를 가든 단어랑 바디 랭귀지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은 다 하게 되어 있어.

#3

슬라이딩 카를 타러 가는 길. 여기 왼쪽편에는 도로가 있던데 그 쪽으로 걸어서 올라가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여튼 여기 들어가면 곰 볼 수 있다. 곰한테 먹이주는 게 5위안이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 들어갈 때 입장권 같은 거 필요 없으니 들어가서 보고 싶으면 봐도 될 듯. 이쪽으로 들어가서 만리장성 올라갈 수도 있더라. 내가 나중에 슬라이딩 카 안 타고 걸어서 내려오다 보니 여기로 통하더라고.

곰이다. 한 우리에 몇 마리씩 키우던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는 않는 듯 싶더라는. 애새끼들이 꾀죄죄해. 여튼 사람들이 먹이 던져줄까 싶어서 보는 듯 싶더라고.

#4
슬라이딩 카 탑승

가다 보면 슬라이딩 카 입구가 나온다.

안에 들어가면 표 확인하고 한쪽만 절취한 다음에 입장.

이런 거 타고 올라간다. 졸라 허접.

자리에 이렇게 다리 쭉 펴고 앉으면 놀이기구 탈 때 안전바 같은 거 내려준다. 근데 잠금이 안 돼. 들어서 올리면 열려. 그렇다고 위험하진 않아. 게다가 천천히 올라가.

굴 지나서 야외. 그러나 만리장성을 보기는 힘들고. 오래 탈 줄 알았더니 그리 오래 타지도 않더라.

#5
만리장성 도착

드디어 도착. 첫 느낌? 별 감흥 없다. 이게 만리장성이구나. 그래도 만리장성 왔구나. 뭐 그런 생각 밖에는 안 들더라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느낌의 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기에 멋지다거나 하는 건 전혀 모르겠고. 겨울철이라서 그런 지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지 않았던 거 같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타워에 넘버링되어 있던데, 대부분 사진에서 보이는 제일 높은 타워(8번째 타워)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식인 듯 싶더라. 나는 좀 더 걸어갔기에 돌아오기는 힘들고 해서 슬라이딩 카 안 타고 걸어서 내려온 거였지.

아래쪽 내려다 보니 이렇더라. 멋진가? 멋진 건 전혀 모르겠던디.

#6
만리장성 걷기

걷다가 찍은 컷. 이렇게 계속 이어진 걸 다 걸을 순 없고, 어디까지 걸어야할까 했는데, 일단 사람들이 많이 가는 9번째 성까지는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날씨가 나쁘지 않았던 것. 날씨 안 좋을 때는 정말 시야가 몇 m 정도 밖에 안 되는 날도 있는데 다행. 또 비도 안 왔고 말이지.

그래도 만리장성에는 혼자 온 사람도 있긴 하더라. 사진 찍으러 온 듯 싶던데, 카메라 기종을 보니 전문가급은 아닌 듯. 한 때는 묵직한 DSLR 들고 다니는 사람 많이 봤는데 요즈음에는 폰카로 찍는 사람만 넘쳐나는 듯. 뭐 낮에는 폰카도 사진 잘 나오니. 밤이 문제지. 그래도 이번에 중국 나갔다 오면서 느낀 바, 내가 들고 다니는 소니 A7도 이젠 안 들고 다닐 생각이다. 무거워. 귀찮아. 캐논에서 갈아탄 것도 가벼워서였는데, 이젠 이것도 무거워. 똑딱이 들고 다닐 생각이다.

헐. 문화 유적지에 이게 무슨 짓거리람. 아무리 공공 질서 개념이 없는 중국이라도 이건 아니다 싶더라. 한국인이지만 공공 질서 개념은 중국인 수준인 나도 만리장성 내에서는 담배도 안 폈는데. 진짜 대단한 중궈인이다.

내가 출발한 타워는 4번째 타워. 이제 5번째 타워다. 타워 내는 뭐 볼 거 없다. 

첫번째 목표로 삼았던 8번째 타워. 저기까지는 가야 돼.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아래를 구경하고 있길래 보니 고양이들이 잔뜩.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음. 여기가 케이블카 타고 내리는 쪽이다. 뭐 먹을 거 없나 싶었는데 없어서 패스. 중국애들은 구운 옥수수 좋아하더라. 

케이블 카. 별다른 건 없는 듯. 케이블 카 타고 올라오는 코스를 보니 뷰가 그리 멋지다거나 그런 것도 모르겠고. 케이블 카를 타든 슬라이딩 카를 타든 뭐 알아서 선택하면 될 듯 싶다.

높은 타워 쪽이다 보니 가는 길도 경사가 좀 되더라. 뭐 올라가는 거야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좀 미끄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손잡고 가라고 봉이 설치되어 있다. 올라갈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내려올 때는 비오거나 눈오면 상당히 미끄럽겠더라.

힘든 건 계단. 돌 높이가 낮은 거는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높은 게 있다. 그런 게 누적되다 보면 나중에 올라가는 게 버거워져. 계단 경사가 60도 이상 되는 계단을 여러 개 걷다 보면 허벅지 뻐근.

드디어 8번째 타워 도착. 여기서 사진 찍는 사람들 많더라고. 여기까지 왔다가 왔던 길 돌아가든가 아니면 계속 걸어가든가 해야 하는데 나는 계속 걸어갔다. 여기 와서야 내가 호텔에서 들고왔던 생수 꺼내서 한 모금 축였다. 중간에 마시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가서 다 마셔야지 하고 참았거든.

8번째 타워에서 바라본 만리장성.

8번째 타워까지 내가 걸어왔던 만리장성.

왔던 길 돌아가지 않고 다른 길을 향해. 내리막길이라 걷기는 수월했는데, 가다 보면 8번째 타워까지 올 때 만났던 계단들보다 더 가파른 계단 나오더라. 내리막길은 좀 미끄러웠음.

내리막길이긴 하지만 경사가 좀 되는 길인지라 조심. 만리장성 걷다가 허벅지 뻐근할 경우, 내리막길 내려오다 다리 풀려버릴 수도 있다.

8번째 타워에서 내려오는 내리막길 경사도. 사진으로는 감이 안 올 듯 싶네. 그래도 경사도만 치면 금강산보다는 낫다. 금강산은 뭐 떨어지면 사망이니.

이제 다시 걸어가야 할 길. 사진에서 보이는 길은 다 걸어간 길이다.

걷다 보니 저쪽에 가파른 계단 발견. 멀리서 봐도 좀 가파르더라. 근데 계단 바로 앞에서 보니 상당히 가파르던.

이게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본 계단이다. ㅋㅋ 근데 이 가파른 계단 타고 올라가면 또 이만큼 가파른 계단 타고 내려와야 돼. 내가 만리장성 팔달령 장성 4번째 타워에서 11번째 타워까지 걸었는데, 그 길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 이런 계단을 만났다면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걷다가 만난 계단인지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경사도가 가장 가파른 건 사실.

계단 올라가서 내려다본 사진.

다시 가야할 길. 

그렇게 걸어 11번째 타워까지 왔다. 여기까지 걷고 그만둔 이유는 일단 이 타워 부근에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점과 이 타워 부근에 내가 걸어왔던 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가 있었기 때문. 11번째 타워를 지나 좀만 더 가니 조금 가파른 계단이 보이고 거기에 올라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워가 4번째 타워 중간 즈음에 가장 높이 있는 타워가 8번째 타워.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곳이 11번째 타워 좀 더 지나서.


사진 찍고 난 다음에 반대편을 봤다. 더 갈 수야 있지만 더 가봤자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뷰와 비슷한 느낌 때문. 대부분 4번째 타워에서 8번째 타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데 나는 11번째 타워까지 왔으니 내 나름 노력한 거다. 내가 이래서 무톈위 장성을 가든 팔달령 장성은 가든 뷰는 매한가지라 생각하는 거고.

#7

이게 기본 코스라 생각하면 되겠다. 오른쪽 아래 보면 슬라이딩 카를 타고 올라가는 표시가 있다. 슬라이딩 카 타고 올라가면 4번째 타워에서부터 출발한다. 4번째 타워에서 8번째 타워까지 갔다가 거기서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와도 될 듯 싶은데, 만리장성 쪽에서 케이블 카 티켓을 파는지, 또 케이블 카가 도착지에서의 버스 편은 나도 모르겠다. 슬라이딩 카 왕복권을 구매한 경우에는 8번째 타워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타고 내려가면 될 듯.

이건 내가 이용한 코스다. 슬라이딩 카를 타고 4번째 타워까지 가서 8번째 타워를 거쳐 11번째 타워까지 갔다가 거기서 내려왔다는. 한 바퀴 빙 둘러서 구경하고 내려온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내려오는 슬라이딩 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내려왔는데 11번째 타워 근처에 내려오는 데가 있다. 거기서 걸어 내려오면 877번 버스 정류장까지 그리 멀지 않더라고.

#8
글쎄. 만리장성이라 해서 뭐 대단한 게 있을 거라 생각치는 않았다면 중국의 대부분 건물들이 그러하듯 웅장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가보니 그런 것조차 못 느끼겠더라. 상하이 게스트 하우스에 묵을 때, 게스트 하우스에서 알게 된 빅토리아가 베이징 가면 꼭 만리장성을 가봐라, 걸어가는 건 힘들지만 가서 보면 경치가 죽인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그래도 워낙 유명한 세계문화유산에 가봤다는 거에 의의를 둔다. 다시 가라고 하면 글쎄 별로 가보고 싶지는 않네 그려.

#9
돌아오는 버스도 877번을 이용했다. 이 또한 올 때마냥 운행 시간이 있으니 참고.

① 4월 1일부터 11월 15일: 10시 30분부터 17시까지
② 11월 16일부터 3월 31일: 11시부터 16:30분까지

밤새고 만리장성 가는 버스 안에서 잠깐 잔 거 외에는 자지 않아서 그런지 돌아갈 때는 그냥 정신없이 잔 듯 싶다. 자고 일어나니 도착했더라고.

#10
아이폰으로 셀카를 몇 장 찍기도 했다. 기념으로. 그 중에 하나만.

원래 이런 느낌 아니거든? 근데 찍다 보니 이렇게 나온 사진이 있더라고. 흐린 날씨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이번에 셀카 찍어보면서 느낀 거지만, 나도 많이 늙었다. 주름이 많더라고. 흰 머리도 많고 말이다. ㅠ

#11


이 날 내가 얼마나 계단을 많이 올랐는지 재미삼아 확인해봤다. 아이폰에 건강이란 어플에 보면 나와. 99층. ㅋㅋ 이런 데이터는 처음 본다. 걷기와 달리기를 더 많이 한 경우는 있어도 계단 오르기가 99층인 경우는 처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