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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책이었다. 간만에 서점에 가서 몇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중 하나.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왜냐면 지식을 넓혀주는 류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을 산 이유는, 나도 최근 중국과 같은 경우는 혼자서 들쑤시고 다녔는데 혼자 여행하기 전에 선경험자의 얘기를 한 번은 들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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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7살에 최초로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보다는 조금 빠르다. 예전에 후배와 함께 태국 갈 때, 같은 비행기에 탄 예쁜 외국인 여성을 봤었다. 나중에 태국에서 살고 있던 후배 녀석이 카오산 로드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 알고 지내게 되었다는데, 19살인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전세계를 혼자서 여행하는 중이었단다. 여자 혼자서. 전세계를.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러기에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진강이나 그렇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 진강이는 워낙 나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말이지. 책 읽기 전에 그 여자애가 떠오르더라. 이쁘니까 기억하고 있는 거거든. ㅋㅋ
#2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저자가 혼자 여행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혼자 밥먹냐는 거다. 저자의 얘기는 책을 참조해보고, 나랑은 그리 맞지 않는 부분도 있더라. 혼밥. 많이 해봤지. 혼자 밥 먹으면 장점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거. 단점은 사람 많은 시간에 들어가기는 좀 그렇더라는 거. 물론 그게 대수냐고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나는 공공질서는 잘 안 지켜도 그런 거는 좀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식사 때 조금 지나쳐서 들어간다. 물론 혼밥이 가능한 음식점(일본에 많아.)에서야 상관없지만.
저자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추천 메뉴를 시켜서 먹어보곤 한다는데, 글쎄 나는 입맛이 워낙 저렴한 서민 입맛인지라 그런 데 남이 가면 같이 갔지 나 혼자 가지는 않거든. 그렇다고 혼자서 그럼 내가 좋아라하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느냐? 일드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보니까 그 친구는 혼자서 잘 구워먹더만. 음식을 음미하면서 말이지. 근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해봤다. 글쎄. 해볼 엄두가 안 나던데. 오래 전에 어떤 고기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소주 한 잔 기울이던 여자를 보긴 했었지. 남들의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지. 대단.
아마 아들이라면 가능할 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지하철 타고 나가서 혼자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지. 수차례. 이걸 나는 가출이라고 부르는데(항상 파출소에서 1시 넘으면 연락왔거든. 동두천, 인천, 분당...) 그 때 혼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서 고르곤졸라 피자랑 봉골레 스파게티 시켜 먹었더라고. 영수증 보니까 테이블에 인원 1명. 그것도 초등학생 1명이. 거기다가 시킨 메뉴는 혼자서 다 먹기에는 좀 양이 많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 상황이 이해가 안 가. 여튼 아들은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러했으니 배고프면 혼자서 밥 먹는 거 잘 할 거다. 얘는 좀 그래.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는 혼자서 먹는 걸 즐긴다고 하는데, 글쎄 나는 혼자 다닐 때 가장 불편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일본과 같이 혼밥족을 위한 공간이 대부분 마련이 되어 있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뭐 대학교 때부터 혼자 밥 먹는 건 익숙해져서 혼자 밥 먹는 거 자체는 상관없지만, 식사 시간 때 사람 붐비는 곳은 되도록 피하다 보니 그런 게 좀 불편했지.
#3
여행 많이 가려면
뭐 이건 내가 나중에 글로도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결론만 얘기하자면, 비행기표 일단 예약해라. 그러면 가게 되어 있다. 뭘 완벽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잡고 하다 보면 지쳐서 못 가고 그러는 경우도 많을 거라 본다. 6개월이면 6개월 뒤에 비행기표 예약해둬. 그럼 무조건 나가게 되어 있어. 해외 여행 돈 많이 든다? 대부분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판매되는 숙소가 5성급 호텔, 리조트라 그렇지 싼 데도 많아. 왜 여행사들이 그런 것만 팔게? 이유는 단 하나. 그게 같은 노동력으로 이문이 더 많으니까. 다른 이유 없다. 그래서 싼 데는 추천을 안 하는 거야. 숙소를 잘못 선택해서 고생을 했다고 해도 그게 다 경험이고 그게 나중에는 어디를 가든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게 삶의 재미라고 봐. 당신의 경험에 투자를 해라. 물질적인 거에 투자하지 말고.
#4
추천할 만한 책인가? 글쎄. 모르겠다. 읽은 지도 좀 되서 말이다. 그냥 가볍게 읽었는데, 읽다가 이건 나랑 안 맞는 책이네 해서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만 얘기한다.
#5
혼자 여행하면서 관광지를 가면, 연인들이 많아. 그런데 나는 연인들 그리 부러워해본 적은 없다. 물론 오우 저 커플은 좀 멋진데 하는 경우라면 몰라.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갈 때 유럽인 같던데 배낭여행 온 거 같더라고. 그 커플은 좀 부럽더라. 나는 어렸을 적에 왜 저렇게 여친이랑 배낭여행 같은 거 안 해봤을까 싶은. 사실 그 때만 해도 뭐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배낭여행이 지금과 같이 일반적이진 않았긴 하지만... 여튼 연인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적은 없지만 좋은 경험을 하면서 이걸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 그게 좀 아쉬워. 누군가는 그렇게 얘기를 하지. 화려한 싱글.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 세상 어떤 화려한 싱글도 그 어떤 초라한 커플에 비할 바는 안 된다고 봐. 다만 나는 지난 번에 사귀다가 헤어지고 나서는 여자 자체를 사귀지 않았었는데 그게 벌써 4년 정도 되는 거 같다. 회수로. 그러나 올해부터는 좀 생각이 달라졌지. 사실 작년에 참 많이 생각이 바뀌었거든. 내가 살아온 과정을 복기하다 보니 말이지. 그래서 올해는 좀 달라질 거 같다. 내가 내 스스로 그렇게 벽을 쌓아서 그렇지 내가 생각이 바뀌면 달라지기 마련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