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나는 오래 전부터 안철수 대단하다 생각해본 적 없다

#0
요즈음 안철수에 대해서 실망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안철수가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예전부터 대단하다 생각해본 적 없다. 안철수가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 내 기억으로는 시골의사 박경철도 안철수를 지지했었던 걸로 아는데, 나는 솔직히 왜 박경철이 안철수를 지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던 사람이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안철수란 인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깨끗한 사람이 아닐 거라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이 말은 안철수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안철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지 좀 더 나은 인간은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1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냐 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면서 깨끗하게 해서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물론 지금에야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고 해도 내가 겪어온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내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그렇게 단정지을 순 없는 노릇이지만, 여러 방송에서 안철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글쎄...'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성공한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듣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게 자기 미화된 면이 많았거든. 물론 스스로에 대해서 얘기할 때, 실수라고 할 수 있는 면을 들춰낼 사람 없을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는 공명정대한 사람인 양 보이는 건 미화라 본다.

#2
원래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서 고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복하게 사는 이들과 같은 경우는 경험이 없으니까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생해서 뭔가를 일군 사람이라 하여 꼭 열정과 노력만으로 일군 건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그리고 특히나 투자를 받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최선과 차선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 중에서의 선택과 같이) 그런 과정 속에서 아무리 공명정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세상이라는 게 이렇구나 해서 타협을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란 생각에 가치 지향적이기 보다는 물질 지향적으로 바뀌는 경우 많다.

그걸 잘못되었다고 보느냐? 아니. 잘못된 건 아니지만 바람직하진 않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대부분 그런 상황에 놓이면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거다. 만약 나라고 하면? 그건 겪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살면서 그런 유혹에 넘어가본 적은 없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생각이 달라져서 그런지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게 세상 사는 요령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 지는 나도 장담 못 하겠지만.

#3
옳다 그르다의 이분법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어느 누구든 옳은 면도 있고 그른 면도 있는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안철수라는 인물은 그리 대단한 인물은 아니다. 성공한 인물이긴 하지만 인간의 됨됨이나 그릇이 우리가 생각했던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지. 어쩌면 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또 그만큼 고생했으니 이제는 보상을 받아야겠다 해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남들이 하듯 자신의 부를 축적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걸 두고 나는 그리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걸 탓하는 사람치고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이는 정말 드물다고 본다. 10에 1명 정도?

그런 10에 1명 정도가 난 사람이고 나머지 9는 평범한 사람인 거다. 나머지 9는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게 일반적이란 얘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우리네가 사는 세상이다. 아무리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외쳐도 어느 누구든 자기 손해나는 행위 하려고 하는 이들 없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먹고 사는 게 궁핍해서 힘든 상황이라면 이해할 만 하지만 그게 아닌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걸 매우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니 이런 현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봐.

#4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해봤고 내 삶 속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서 느낀 바, 너무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게 현실적으로는 많은 힘듦을 각오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듯이 완벽한 도덕적, 윤리적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현실의 평균 수준보다는 한 템포 정도만 앞선 가치를 얘기하는 게 나는 적당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가치 지향적인 삶이라고 본다. 최근에 바뀐 내 생각이 이렇다. 아무리 어떻다 떠들어댄들 사람들은 자기 일 아니면 관심 없고, 남일에 이렇다 저렇다 얘기는 쉽게 하는지라.

#5
안철수에 대해서 실망했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 요즈음인데, 실망할 필요 없다. 단지 짝눈으로 안철수를 바라봤고, 안철수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이 되어 있었던 탓이다. 두 눈으로 보면 안철수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건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겠거니. 안철수는 내 눈에는 기업 운영해서 성공적으로 돈을 벌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한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번 사람이라면 일단 달리 보는 게 일반적인지라(성공한 데에는 뭔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에) 그렇게 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