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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7살.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 귀신

난 중학교 이후로 가위에 많이 눌렸었다. 사실 중학교 이후부터는 내가 공부에 푹 빠져서 살았기 때문에 몸이 많이 피로했었던 것 같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밤 12시 30분까지 공부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12시 30분이라는 것은 내가 다닌 독서실의 마지막 시간이 그러했고 거기는 고등학생보다는 중학생들이 많았던 소위 중학생 전용 독서실이었다.

방과 후에 집에 와서 잠깐 자곤 했지만 그런다 해도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지금보다도 더 적게 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입시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가 공부에 취미를 갖고 또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또 누군가에게 지는 것이 싫어서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생활의 반복 때문인지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가위에 눌렸었다. 처음에 가위에 눌렸을 때는 정말 놀라서 이거 죽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다음 날 어머님께 물어보니 피곤해서 그렇다고 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어머님도 자주 눌린다고 하시면서...

사람이라는 동물은 뭔가를 알게 되면 그것에 얽매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얽매이는 것이 많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좋게 해석하면 많이 모르기 때문에 얽매이는 것이 없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얽매일 것이 없으니 자신있게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맞는 지 안 맞는 지는 확인된 바 없다.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나 <세상에 이런 일이>등에서 한 번 다루어 봤으면 좋겠지만 TV 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서 그런지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이런 저런 얘기 중에 귀신 얘기가 나왔고 가위 눌리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자주 가위에 눌려봤던 나라서 귀가 솔깃했다.

다른 친구들이 얘기하는 가위 눌리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위에 눌리기 전에 항상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었다. 사람이 아무리 피곤해서 자려고 해도 머리 속에서는 뭔가를 생각하게 나름이다. 그 날의 일이라든지 아니면 단어를 외운다던지 공부한 것을 정리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면서 자는 도중에 점점 큰 소리로 한 단어가 반복된다. 그 날 누군가 대화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 대화의 한 마디가 점점 큰 소리로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눈도 안 떠진다. 점점 큰 소리로 들리기에 깨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강도가 약할 때 깨면 '오늘은 또 고생 좀 하겠구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그 날은 100% 가위에 눌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하우가 생겼는지 엎드려 자게 되면 덜했기에 엎드려 자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아직도 나이 먹도록 엎드려 자는 습관이 생긴 것은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된 버릇인 듯 하다.

한 마디이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 무서워서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 또한 몸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발악을 하게 된다. 사실 그 때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항상 그런 순간이 되면 그런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두려움에 눈을 떠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본능때문일까?

어쨌든 내가 가위에 눌렸을 때의 증상은 그랬다. 친구들과의 얘기 속에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었고 난 그 정보를 통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 가위 눌리는 것은 귀신이 자기를 위에서 누르는 것이다. 정말 별의별 상상이 다 되었다. 괜한 걱정도 들었다.

'다음에 가위 눌리면 어떻게 하지.', '정말 그런 것일까?' 사실 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정말 정말 순진했다. 어느 정도로 순진했냐면 남자 선생님들이 나중에 나이 들면 다 하게 된다하는 성적 표현도 난 이해를 못 했다. 정말 그럴까 하는 그런 순진한 생각만 했었을 만큼 순진했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라고 치부하고 말았지만 왠지 모르게 겁이 났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음 번에 가위가 눌렸을 때도 난 고군분투했다. 눈을 뜨려고 발악을 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가위 눌리는 것이 덜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 때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고 간이 배밖으로 나왔던 시절이었다. 공부도 뒷전으로 미루었던 시절이었고 중학교 때 무서워서 다니지 못했던 골목길만 골라서 다녔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고등학교 시절에 어느 날 가위가 눌렸던 것이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가위는 귀신이 누르는 거다.

그 때 사실 나는 아주 우스운 생각을 했다. 몇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적어본다. 어떤 생각인고 하니 우리 나라의 귀신이라 하면 대부분 여자 귀신이다. 아직 남자 귀신은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영화에서 보면 유령이라고 하면 여자라고 하기도 그렇고 남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내가 알던 귀신은 여자 귀신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귀신이 누른다 이거지.'
'그래 눌러봐라. 귀신이 여자면 덮치면 되지.'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때는 내가 나쁜 길로 들어섰을 때였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 시절이라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어느 누구나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세상을 살면서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대통령도 여러 번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나는 이러한 나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을 뿐이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하고 눈을 뜨려고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다. 근데 웃긴 일이 벌어졌다. 저절로 눈이 떠지더라는 것이다. 내 의지로 떠진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진 것이다. 그리고 뭔가가 보였다. 내가 자고 있는 방의 머리 반대편 벽에 뭔가가 보이는 것이다. 형체는 알 수 없다. 어렴풋이 사람 같다는 생각 밖에는...

그리고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마치 영화에서 보이는 유령과 같은 빛깔이었다. 내가 본 것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다른 사람들이 알 만한 것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밖에 설명 못 하겠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적고 있다는 것이다.

미치는 줄 알았다. 배짱 좋았던 나도 그 순간만큼은 미치는 줄 알았다. 어떻게 했을까? 난 분명히 기억한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입도 열리지 않는다. 단지 눈만 저절로 떠지는 순간이었고 앞에 분명 뭔가가 있었다.

소름이 오싹 돋는다. 내 머리 속에서는 무조건 빌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게 다다. 무조건 빌었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머리 속에서 외친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눈을 감으려고 했다. 저절로 떠지는 눈을 감으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솔직히 내가 이런 말을 들으면 거짓말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난 겪었기에 상대가 거짓말로 치부해버려도 상관은 없지만 난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무조건 머리 속에서 잘못했다고 외치니 웃기게도 저절로 눈이 감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옆에 자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이건 꿈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너무나 내 의식이 또렷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동생을 껴안았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가끔씩 영에 대한 얘기나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를 TV 에서 보곤 했었다. 나 또한 뭔가를 겪었기에 호기심을 갖고 유심히 보곤 했었다. 그들의 얘기는 너무나 또렷하게 뭔가를 보고 형체 또한 정확하게 묘사하는 데에 사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재수할 때 친구였던 놈의 일화를 얘기하자면 자기는 눈을 떠보니 할머니가 자신의 배 위에 앉아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더 소름 끼치는 소리다. 상상해 보라. 가위에 눌려서 눈을 떳는데 어떤 할머니가 자신의 배 위에 앉아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솔직히 나와는 다른 경우라 그 얘기는 거짓말로 나도 치부했었다.

아마 내 이야기를 믿든 안 믿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믿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나조차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에 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거짓말로 치부할 것이다. 재수 때 내 친구가 나한테 얘기했던 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것 처럼 말이다.

지금 나이가 들어 많은 지식들이 내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지금이지만 귀신이나 영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본다. 성경에서 나오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 일체에서 말하는 성령. 기철학에서 얘기하는 기. 과학에서 얘기하는 유체이탈. 나름대로 짜맞추자면 이리 저리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는 지금이라도 난 그 때의 기억을 해석할 수는 없다.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만 믿는다. 그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진리라고 생각하는 시대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잘 안다. 나 조차도 그렇기 때문이다. 사후 세계나 귀신의 존재, 영적인 존재등은 사실 논해봤자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현실 세계에서 살기도 빠듯한 지금에 그런 생각은 어찌보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름대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는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아직 많은 부분을 해석하지 못한 영역이다. 이런 뇌가 하는 역할 중에서 어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이러한 것들을 사람의 눈이라는 것을 통해서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인간의 뇌라는 것에서 우리의 의식이나 믿음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작 중요한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고 과학으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제 3의 다른 것을 갖고 와서 해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연구를 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