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누미 라파스의 열연만큼은 인정

#0
나의 3,81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원제는 <What happend to Monday?>인데 국내 제목은 <월요일이 사라졌다>다. 먼데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하면 이게 뭔말이야 싶어서 그렇게 바꾼 게 아닌가 싶은데, 영화 제목에 나오는 Monday는 월요일이 아니라 사람 이름이다. 

#1
소재는 신선하다. 산아 제한법이 시행되어 한 가정에 한 명의 자녀 밖에 못 갖게 되는 상황에서 일곱 쌍둥이가 태어나고, 이런 경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냉동 수면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싫은 아버지는 일곱 쌍둥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어때? 신선하잖아. 여기서 일곱 쌍둥이 역을 맡은 게 누미 라파스다. 물론 영화가 전개되면서 한 명씩 죽어나가기는 하지만 1인 7역을 해야 했으니 참. 그래서 누미 라파스의 열연만큼은 인정한다는 얘기지. 태어난 순서대로 요일로 명명했기에 이름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있는 거다.

#2
아마도 대부분은 이런 생각 한 번 즈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내가 존재해서 회사 보내놓고 나는 놀고. 뭐 그런. 영화 속 일곱 쌍둥이가 비스무리하다. 물론 산아 제한법 때문에 집 밖에는 돌아다닐 수 없고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밖에 나갈 수 있으니 답답하긴 하겠지. 우리의 상상 속 그런 상황과는 좀 다른 면이 분명히 있긴 하지.

#3
결말은 뭐 그리 신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 그렇게 결말이 나지 않고서 어찌 스토리가 전개되겠는가 싶기도 하고. 근데 재밌는 건 카렛 셋맨(일곱 쌍둥이가 외부에 나갈 때 쓰는 공통된 이름)을 사랑한 남자가 과연 누구였냐는 거였지. 문득 궁금하더군. 똑같이 생겼는데 똑같이 입고 남자친구를 대하면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마 똑같이 생겼으니 그렇게 생각할 순 없겠지. 단지 오늘 좀 애 이상하네 정도로 생각할테고 말이다. 

쌍둥이를 만나본 경험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쌍둥이를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둘 중에 하나만 꼬셔도 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 예전에 부산에서 재수할 때였지? 그 때 길 가다가 여자 둘을 꼬셨는데 보니까 너무 비슷하게 닮은 거라. 그래서 진짜 둘이 닮았다고 그러니까 그러더라고. 쌍둥이라고. 근데 스타일이 너무 틀려. 한 명은 지적이고 곱상한 스타일이고 다른 한 명은 좀 꾸미는 스타일이고. 여튼 그 때 쌍둥이라는 얘기 듣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어차피 둘이 자매니까 서로 얘기할 거 아닌가배) 누굴 선택할 지 참 애매하더라고. 그 때 얘기하다 보면 대충 드러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 생긴 건 똑같으니. 

나는 결국 언니(지적이고 곱상한 스타일)을 선택해서 만났었는데, 만약 그 애를 만날 때 동생이 언니처럼 똑같이 하고 나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들더라. 물론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조금은 다른 면이 있기에(생김새에서 말이다.) 분명 알아차리겠지만...

#4
독특한 소재고 즐길 만한 영화는 된다. 그렇다고 추천할 정도는 아닌 듯 싶고. 그렇다고 내가 상당히 재밌게 본 영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그럭저럭 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