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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20-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자존감 회복 도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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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독서를 하던 때에는 이런 류의 책을 읽지 않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책을 읽는 목적이 바뀌어서 읽고 싶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지식 습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꼭 지식 습득을 위한 책,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책,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책만이 아니라 에세이나 이런 말랑말랑한 도서도 읽게 된 것.

그게 왜냐면 난 살면서 내가 자존감을 다소 잃었던 적이 그리 없었다. 물론 때와 상황에 따라 자신감을 잃기도 하곤 했지만, 내가 자신감 빼면 시체인 녀석인지라 지인들이라도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던 나였기에 자존감(자신감과 자존감은 다르다.)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었지. 그러나 그런 경험을 해보니 꼭 책이라는 게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목적만으로 읽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뀐 거다.

#1
20-30대 여성 타겟

일단 왜 타겟이 그렇냐면, 책 표지나 속지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상이다. 속지가 핑크색. 게다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상담한 사례가 종종 나오는데 대부분이 여성이다. 그만큼 여성은 감성적이어서 자존감을 잃기 쉬운 경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여성 정신과 전문의다 보니 여성 상담자가 많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2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 책을 읽다 보니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란 책이 떠오르더라. 책을 덮고 나면 배우는 게 비슷해. 그러나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은 많이 틀리지. 그래서 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보다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추천한다. 얻는 게 비슷한데 읽기도 쉽고 술술 읽히니 더 낫지. 왜 어렵게 책을 읽어야 되냐고. 보면 꼭 어려운 책을 읽어야 책을 읽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독서하는 초보자들 중에는 많은 거 같은데 어느 정도 경험해보면 안다. 그게 더 시간 손해라는 걸. 지식 습득을 위한 거면 또 얘기가 틀릴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런다 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좋아. 어렵게 쓰여진 책은 저자가 오만하거나(지적 허영심이 가득하거나)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일 뿐.

#3
자존감

자존감.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  그러니까 '나는 왜 이럴까?' 뭐 그런 생각하면 이미 자존감 상실 단계라는 얘기. 정도의 차이겠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살면서 그런 적 없었을까? 최근 슬럼프 때에는 좀 많이 무너져서 차이가 크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거지. 

책에서는 자존감을 상실하는 다양한 패턴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어떤 이론을 체계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담을 많이 해본 저자가 나름 분류화를 시킨 듯 싶다. 그렇다고 분류화를 지으려고 지었다기 보다는 그냥 적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한 그런 느낌?

#4
이기적일 필요 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씩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곤 했다. 입바른 소리는 개나 소나 다 하지. 다들 성인 군자도 아니고 말이지. 불완전한 인간인데 완벽한 인간인 듯, 마치 자신은 성인 군자인 듯 척하는 코스프레를 연출하더라. 그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런 듯. 항상 얘기하듯 소셜은 화장한 얼굴로 상대를 대하는 거라니까. 나란 실체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게 아니라 떡이 되도록 짙은 화장을 하고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하는.

책 속에 이런 표현이 있다. '불편한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아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쉽게 타협하던' 왜 그래야 되는데? 나는 워낙 내가 까칠해서 아니다 싶으면 아니다고 얘기를 하는데 단지 표현이 과할 따름이지.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직설적이라 문제가 되긴 하지만 나 또한 마음이 여린 구석이 있어서 그럴 때도 있다. 책에서도 그러하듯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래놓고 손해보면 남탓하게 되지. 나도 그랬고. 원래 패자들이 변명이 많아.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게 이 놈의 세상이 하도 잘못되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거지. 저자는 그런 다각도적인 고찰이나 그런 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책이지만 깊이는 없지.

#5
자기 침묵

읽다 보면 이런 걸 이런 용어로 표현하는구나 하는 게 종종 보이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자기 침묵이다. 이게 뭐냐면, 중요한 사람과 친밀감을 위해 당장의 불편한 감정을 참는 행위.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이렇게 얻은 가짜 평화는 감정을 담보로 얻은 것이기에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뭐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자기 침묵도 때로는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깊이를 바래서는 안 된다. 철저히 상담자의 편에서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희망찬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시크릿'과 같이 믿으라 그러면 이루어지리라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기에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 가볍게. 게다가 빨리 읽을 수 있으니. 

#6
책에 나오는 유형들을 보다 보면 아마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즈음은 겪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기에 공감대 형성은 충분히 될 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항상 정이 있으면 반이 있는 법. 그렇지만 아무리 사람이 이성적으로 이게 이렇다 저렇다 하더라도 감성에 좌우되는 면이 많기 때문에 무너진 상황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한 번 무너져 보니 왜 사람들은 쓸데없는 책을 읽거나, 쓸데없는 상담을 하는 지 이해가 가더라. 예전의 나는 이해를 못 했거든. 뭐든 경험을 해봐야 또 느끼는 게 다른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