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브레인 스토리>에서 발췌하여 정리
신경 가스
아세틸콜린의 분비량을 늘리는 약물은 꿈을 꾸는 수면의 특징인 빠르고 급격한 뇌파를 유발한다. 이런 약물들은, 수용체와 결합한 시냅스의 아세틸콜린을 제거하는 화학물질을 방해한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라고 하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 화학 물질은 효소, 곧 인체의 복잡한 생화학에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단백질이다.
한편,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신경가스가 치명적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아세틸콜린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이지만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수용체와 수용체의 이온 통로가 일종의 분자 정체 상태가 되어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파를 통제하는 근육마저 마비되어 질식 상태로 갑자기 죽게 되는 것이다.
세로토닌(serotonin)
통각, 수면, 기분 등을 포함해 다양한 기능과 관계하는 신경전달 물질. 프로작과 엑스터시는 세로토닌의 효과를 증대해 준다. 정신 작용에 많은 종류에 관련되어 있는데 두 가지가 중요한 것이 고통과 수면이다. 약물로 인해 세로토닌이 고갈되면 고통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세로토닌의 수원이 파괴돼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반대로 세로토닌의 수원을 자극하거나 척수에 세로토닌을 직접 주사하면 고통이 줄어든다. 세로토닌 수원이 손상되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동물의 뇌에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꿈을 꾸지 않는 '느린 뇌파'의 수면이 유도된다. 세로토닌은 고통 및 수면과 관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분을 고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감마아미노낙산(GABA)
표적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 불안장애 및 간질에 관계한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GABA가 30%에 이르는 뇌 시냅스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LSD와 엑스터시
LSD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달라붙어 활동 전위의 생성을 억제한다. 달리 말해 세로토닌의 효과를 차단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엑스터시라는 약물 또한 세로토닌계에 작용한다. 그러나 그 기제는 정반대이다. 엑스터시는 세로토닌의 폭발적 방출을 유도해 일시적으로 뇌에 이 신경전달 물질을 범람시킨다.
세로토닌이 그렇게 많이 방출되면 중요한 생리적 제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체온 조절과 수분 균형을 관리하는 콩팥의 기능이 정지된다. 그리하여 위험한 고열 상태와 탈수 증상이 일어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엑스터시가 세로토닌을 사용하는 뉴런에 영구적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노라드레날린(noradrenaline)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로, 공포, 스트레스, 흥분 상황에서 몸을 경계 태세에 돌입시켜 비상 사태에 대응토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노라드레날린은 유사한 화학물질 아드레날린과 함께 혈류를 타고 순환하면서 호르몬으로도 작용한다. 일부 항우울제뿐만 아니라 코카인, 암페타민 같은 마약은 노라드레날린 수치를 증대해 효과를 발휘한다.
마취와 의식의 관계
우리가 마취될 때 기능이 정지되는 뇌 부위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마취제의 효과는 전반적으로 활동 전위를 억누름으로써 뇌 전체를 둔화시켰다. 그러나 이런 둔화 과정은 즉각적이지 않다. 네 가지 마취 단계가 확인되었다. 무통각, 흥분, 외과적 마취, 호흡 중추의 기능 저하가 그 네 단계이다. 이 단계들을 통과해 가면서 점차로 의식을 잃는다. 조명을 어둡게 하는 스위치를 돌려 끄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