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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용쟁호투: 전설의 시작 - 이소룡(브루스 리)의 실제 얘기? 실제랑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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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829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일반적인 평점이 그리 높지 않은 건 아마도 이소룡 팬들이 이소룡이 지다니(?) 뭐 그런 의미에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소룡이란 인물에 대해서 남달리 생각하는 지라 재밌게 봤다. 이소룡을 단순한 무비 스타라고 보기 보다는 좀 다른 구석이 있는 이라 생각해서 말이다. 그건 이소룡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이지. 원래 그런 다큐가 우상화시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보면서 일반적으로 운동하거나 무술하는 사람은 나름 도를 닦는다고 하지만 좀 무식한 구석이 있는데 이소룡은 좀 다른 면이 많아서 달리 보게 된 거였다.

#1
아마 이소룡의 팬들이라면 그럴 거다. 이소룡이 이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게다가 이소룡의 와이프가 한 인터뷰를 보면 3분 내에 이소룡의 완승한 걸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가 사실과 틀리다고 생각해서 평점을 안 좋게 줄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래서 평점이 안 좋은 듯. 

영화에선 이소룡 와이프가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1965년도에 일어난 일이고, 1965년은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태어난 해다. 그리고 여러 다른 자료를 봐도 실제로 본 건 맞는 거 같애. 그러니 이 얘기가 신빙성이 있을 수 있지. 그리고 그녀가 적은 책에서도 이에 대해서 밝힌 바이고. 

#2
그러나 사람의 기억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 그걸 봤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기억이라는 건 해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건 엄연한 의미에서 사실이라고 할 수가 없지. 특히나 이소룡의 와이프라고 하면 이소룡의 입장에서 해석하기 쉽지 않겠냐고. 그래서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용쟁호투: 전설의 시작>은 내가 볼 때 이소룡 측의 얘기가 아니라 상대인 황택민 측의 얘기에 좀 더 무게를 두고 내용을 전개한 게 아닌가 한다. 적어도 둘의 대결에 있어서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측의 얘기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순 없다만, 그 중에 들어볼 만한 얘기라고 하면,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오듯 이소룡은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된다는 자세로 대결에 임했고, 상대측 즉 황택민은 그 날을 기억하길 이소룡은 정말 자신을 죽일 듯했다고 한다. 원래 이소룡이 길거리 싸움꾼에서 쿵푸를 배웠기에 대결에 임하는 자세가 좀 다를 순 있었겠지. 게다가 황택민은 룰을 정하자 했고, 이소룡은 무규칙으로 하자고 했던 것도 영화 속에 나온 그대로다. 

이소룡의 부인은 그녀의 저서에서 황택민과의 대결을 그렇게 묘사했지만(위의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황택민은 Chinese Pacific Weekly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인들 상대로 발간하는 신문에 그 대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게재한다. 그것도 1면에. 그리고 그 기사에는 만약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한 게 맘에 안 들면 공개적으로 대결을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후 둘의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3
여러 자료를 보면서 나는 둘의 대결을 어떻게 해석하냐면, 황택민이 졌다고 본다. 왜냐면 영화에서처럼 황택민이 소림사에서 파견한 건 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접시 닦이나 하면서 수양하던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그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극권이나 소림 무술을 가르치던 사람이었고, 그는 가르치는 대상이 중국인들이었다. 그러니까 차이나 타운에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무술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던 반면, 이소룡은 중국인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무술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즉 내가 보기에 영화는 철저히 황택민의 입장에서 극을 유리하게 전개시키고 있다는 거다. 실화라고 하더라도 해석의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다소 치우친 면이 다분히 있다는 얘기. 왜 그렇게 설정을 해서 딴지 걸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사실에 입각하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키든지 하지. 그래서 평점이 낮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여튼 황택민과 이소룡의 대결에 대해서는 영화 속 내용에 허구도 분명 들어 있을 거라 보는데(3층 높이에서 가뿐히 뛰어내린다던지 하는 그런 부분) 결론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황택민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고 본다.

아무리 왜곡되게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소룡이 했던 말을 거짓으로 꾸며낼 순 없다. "포기할래?" 아니면 "이 정도면 충분하냐?"는 이소룡의 말에 "포기한다." 아니면 "충분하다."는 말을 한 게 황택민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영화에 나오지가 않는다. 분명 이소룡도 그 날의 대결 이후 자신만의 무술인 절권도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시기적으로는 그렇게 봐도 무방할 듯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 전개를 그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 게지.

#4
그럼 황택민이 게재한 기사에 맘에 안 들면 다시 붙자고 한 거에 대해서 응수하지 않은 이소룡의 입장은 무엇일까? 나는 이소룡의 입장을 생각해보기에 앞서 기사 원문을 보고 싶다. 그거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황택민은 어떤 조건을 달았겠지. 예를 들어 종합격투기 선수한테 권투 룰로 붙자고 하는 식? 나는 메이웨더랑 코너 맥그리거의 대결은 보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안 봤냐? 뻔한 게임이거든. 아니 룰 자체가 권투 룰이면 당연히 그것만 해서 먹고 산 메이웨더가 이기지 코너 맥그리거가 이기겠냐고. 뻔한 결과를 두고 어떻게 해서든 흥행하게 하려고 하는 걸 보면서 나는 우습더라고.

남들이 UFC를 모를 때 나는 UFC  1회 대회 때부터 봤던 사람이다. 브라질의 발레투도 경기도 찾아서 봤던 사람이고. UFC 1회 때는 규칙이 거의 없었다. 그 때 우승했던 사람이 바로 호이스 그레이시다. 그 때문에 주짓수가 많이 주목받게 되었지. 호이스 그레이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형은 나보다 몇 배 더 강하다 했지. 그게 바로 힉슨 그레이시다. 무패의 전설. 찾아보면 힉슨 그레이시 경기 영상도 몇 개 있다. 그런데 이리 저리 비판을 받기도 하지. 왜냐 힉슨 그레이시는 무규칙 룰 아니면 잘 안 해. 즉 자신에게 유리한 룰이 아니면 경기를 안 한다는 얘기. 

어떤 룰이냐면 라운드당 10분인가 15분에 무제한 라운드 뭐 그런 식이다. 그만큼 힉슨 그레이시는 체력도 되고 또 시간을 들이면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이겨낼 자신이 있는 게지. 그런 것처럼 규칙이라는 게 어떠냐에 따라 승부는 달라질 수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보기에는 황택민이 다시 붙자고 했는데 이소룡이 피한 거라고 하기 보다는 황택민이 어떤 룰로 그렇게 제안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아마 자기 유리하게 룰을 제안했겠지. 이소룡이 그 기사를 안 본 건 결코 아니겠지만 그런 걸 보고 상종하고 싶지 않았겠지. 어차피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니까.

#5
요즈음 영화 보면서 관련 자료 잘 안 찾아본다. 예전에는 항상 찾아보곤 했는데 요즈음은 귀찮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 해서 리뷰를 적고 싶은 생각도 없고. 안 해보고 그런 게 아니라 하도 많이 해봐서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이건 좀 궁금하더라. 물론 우리나라에서 검색해도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긴 하겠지만 나는 일절 우리나라 즉 네이버에서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적은 글은 쳐다도 안 보기 때문에 구글에서 영문으로 검색해서 이런 저런 자료 찾아보고 적는 거다. 

영화는 다소 편파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고 보긴 하지만 그래도 용감하네. 이소룡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이소룡의 입장에서 극을 전개시켜 나갔으면 이소룡 팬들이 좋아했을 건데 말이지. 뭐 그렇게 따지면 그렇게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겠냐고. 이소룡 일대기도 아니고 말이지. 뭔가 핵심 야마가 부족하잖아. 그래서 이렇게 황택민의 입장에서 전개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절히 수용할 거 수용해야지 너무 치우치면 반발이 나올 수 밖에.

#6
그래도 간만에 좋아했던 인물에 대한 영화여서 재밌게 봤다. 그래서 평점이 높은 거지. 여기 스토리가 실화에 입각해서 만들었다고 평점을 좋게 준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