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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나는 실망, 역시 마블 스토리는 유치 (스포 있음)

#0
나의 3,83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 실망했다. 실망한 이유는 아마 그만큼 기대치가 커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개봉일에 전날 시사회에 참여했던 유투버들의 노스포 리뷰를 보고 한층 더 보고 싶어졌었다. 그러나 정말 그 리뷰어들은 나랑은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른 거 같다. 단순히 강한 빌런이 아닌 뭔가 다른 빌런이 등장한다고 느껴서 상당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 

#1
참고로 나는 마블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유치하다. 그러나 영화는 본다. 재밌으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DC 히어로물을 좋아했다. 과거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볼만하지 않다. 재미도 없어. 그럼 내가 좋아하는 히어로물은 뭐냐? 최고로 꼽는 건 <왓치맨>이다. 그 다음이 <다크 나이트>. 이 둘은 내 평점 상 유일하게 9점 이상의 히어로물이다. 나머지는 아무리 재밌어도 재미 위주의 작품은 8점 정도를 준다. 물론 이러한 기준이 세워진 이후에는. 그 전에는 9점을 줬을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재밌다는 거랑 또 나이 들어서 재밌다는 거랑은 다를 수 있으니 지금 현재 상태에서 지금까지 본 그 수많은 영화의 평점을 다시 매길 순 없는 노릇 아닌가.

#2
재미? 생각보단 별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도 실망했었다. 왜냐? 어벤져스들끼리 둘로 나뉘어 싸운다는데 왜? 그런 궁금증을 갖고 봤는데, 어이없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내세우는 명분이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여서. 그러니까 스토리 작가들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봤던 게지. 그냥 만화 수준.(http://lsk.pe.kr/5511)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평점 8점 줬다. 재미는 있어.

그러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평점을 6점 줬다. 왜? 재미없어. 예전에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트릴로지를 기다리면서 극장에서 보던 게 생각난다. 그 때는 그래도 기대에 부응하더니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렇지 않아. 내가 마블 히어로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재미는 있기에 지금까지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모두 평점 8점이던 건데... 재미로 보는 영화로는 최고 평점. 그 이상의 감흥이 있어야 9점 이상을 나는 준다. 그러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재미가 없지는 않아. 근데 지루한 부분이 생각보다 길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만하지. 그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유투브 리뷰어들은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 캐릭터들의 비중 할당이 적절했다고. 그래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단점은 지루하다는 거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본 게 밤 10시 10분 거였는데도 불구하고 졸립더라. 물론 마블 세계관에 대한 탐구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블 영화 지금껏 거의 다 보긴 했다. 그런데 그렇더라.

#3
타노스가 멋져?

어이가 없었다. 뭔가 남다를 거라 생각했다. 단순히 강하다는 게 아니라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치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같이 악당이지만 매력적인 뭔가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크 나이트>를 왜 내가 8점 이상의 평점을 줬는가? 그게 바로 그 때문이다. 선과 악이 극명히 대조되도록 캐릭터가 구성되어 있지만, 과연 선이 선이라고 할 수 있고, 악이 악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선에서 악으로 넘어가는 투 페이스란 인물이 등장한다. 게다가 스토리 라인 정말 기똥차게 만들었지. 그런 게 9점짜리 영화다.

그럼 그 이상이라고 하는 <왓치맨>은 어떤가? (이것도 만화다. 근데 휴고상을 받은 만화지.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편'에도 실려 있다.) 히어로들 저마다 꿈꾸는 이상은 같다. 그러나 그 이상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제각각이다.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할 것이냐, 누굴 죽여야 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인간에게 없다고 할 것이냐와 같은 지극히 근원적인 질문들을 계속 하도록 만든다. 저마다 같은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달라 히어로들끼리 싸운다. 그러면서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정말 누가 옳고 그르다고 보기 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그 속에 나는 누구의 생각이 더 바람직하다고 편들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게 10점 짜리 영화다. 그렇게 캐릭터를 다양하게 구성하면서도 그런 스토리를 만드는 건 쉽지가 않다. <다크 나이트>가 9점인 이유도 선과 악의 대립 구도에서 선에서 악으로 넘어가는 투 페이스란 캐릭터를 등장시킨 반면, <왓치맨>은 모두 다 선의 편에 있는 히어로들이다. 얘기가 틀리지.

그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어떤가? 아... 참... 철학? 자기만의 세계? 좀 어이가 없었다. 만약 타노스가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다고 한 리뷰어들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스탈린도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사람이라고 칭해야할 것이다.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 개똥 철학이라고 부르는 거다. 우리가 한 사람을 죽여서 다른 사람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그런 극한 상황은 사유를 위한 예시인 거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나왔던 타노스의 사고 방식은 우리가 소위 말해서 일루미나티라고 불리는 이들의 사고 방식과 똑같다. 

더군다나 이 캐릭터가 얼마나 억지스럽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토리에 끼워맞추려고 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딸인 기모라를 망설임도 없이 죽이더니 딸을 사랑했단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린다. 인간이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다? 우리랑은 전혀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있어서? 

상식에 어긋나는 거다. 기모라가 타노스에게 잡히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던 걸 누구한테 부탁하는가? 사랑하는 연인, 스타로드다. 비전이 자신의 마인드 스톤을 파괴해달라며 즉 자신을 죽여달라며 누구에게 부탁하는가? 사랑하는 연인, 스칼렛 위치다. 이렇게 부탁하는 이유가 뭔가?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 가장 내가 믿는 당신의 손에 의해 죽고 싶다는 뜻이겠지. 그러나 사랑하면 아무리 대의가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기에 그렇게 쉽게 죽일 수가 없다. 스타로드도 그랬고, 스칼렛 위치도 그랬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게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타노스가 보여준 사랑은? 타노스가 지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아니 적어도 지구에서는 그런 걸 사랑이라 부르진 않는다. 

왜 내가 마블 히어로물들을 보면서 DC 히어로물보다 수준 낮다고 하느냐면 이런 데에 이유가 있다. 물론 동의한다. 최근의 DC 히어로물은 마블 히어로물보다 못하다. 재미까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예전부터도 나는 마블이나 DC나 세계관이니 뭐니 읊어대는 걸 보면서(나는 스타워즈 마저도 세계관 운운하면 그냥 인간의 역사나 더 살펴보시라고 한다.) 참 돈 벌려고 만든 스토리에 가치를 부여했는데 희한하게 거기에 사람들이 휘둘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타노스 캐릭터를 봐바.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정말 어이 없었다. 그렇게 이해 안 가는 캐릭터도 이해하는 것. 그게 팬덤이다. 우리나라 말로 광신자라는 게지. 이유가 없어. (그나마 제일 괜찮은 게 스타워즈라는 생각은 들지만, 팬덤은 싫어.)

#4
나는 영화를 오직 스토리 중심으로 본다. 그래서 캐릭터, 캐릭터의 관계, 그 속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요하게 본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다 보니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거고, 히어로물은 너무 뻔해서 식상하고, 공포 영화는 공포스럽지 않아서 안 본다. 그래도 마블 히어로물은 재미는 있었지. DC 히어로물은 재미없고. 적어도 그 정도의 재미를 줄 거라 생각했다만, 노스포 리뷰를 보고 타노스란 캐릭터랑 결말의 충격이 어떨 지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고 봤다만 역시 만화스럽다. 스토리를 전개해나갈 억지 설정이 눈에 거슬려서 반감이 되었다고 할까? 

#5
개인적으로는 실망 많이 해서 쿠키 영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거 보지도 않고 나왔다. 지금 죽었다는 히어로들이 과연 죽은 것일까? 타노스가 시간 스톤으로 마인드 스톤을 얻어낸 거 보면 방법이 있을 거라 본다. 게다가 닥터 스트레인지가 수많은 케이스 중에 이길 케이스 하나를 봤다고 한 거 보면 분명 뭔가가 있겠거니. 뻔하지 않겠어? 뭐 사람들의 예측을 빗나가게 예고편을 만들고, 충격적인 결말을 준 건 이미 다음 편까지 돈 벌어먹기 위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게 마블의 돈 버는 전략이지. 

이번에 흥행하면 다음 번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거든. 그러나 나는 적어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은 이유가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면서 싹 사라졌다. 물론 유투브 리뷰어들은 지금 떡밥이니 열심히 리뷰 영상 만들겠고, 또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조심스레 얘기하겠지. 게다가 다음 번 어벤져스 개봉 때도 똑같은 일 반복일테고. 그들에게 트래픽은 곧 수익과 직결되니 말이다.

정말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유투버가 있다면 그 유투브를 구독해라. 비록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리뷰가 맘에 안 든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분명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들어볼 말을 할테니. 영화 유투버 중에서 그래도 이름 있다는 유투버는 이렇게 상업적인 영화, 개봉하는 영화 위주로 리뷰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오겠다고 하더니 휴식 취하고 와서는 달라지기는 커녕 더 그러더라. 참. 어이가 없어서. 그게 왜 그럴까? 먹고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래. 이해한다만 폼 잡지는 말았다면 좋았을 텐데. 누가 뭐라 하나. 그냥 영화 리뷰하는 게 재밌고, 최신 영화 위주로 해야 그래도 트래픽이 나오니까 그러는 거 다 이해하지. 근데 왠 똥폼을 잡았냔 말이지. 나는 그런 유투버보다 예전 영화라도 숨어 있는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유투버가 더 맘에 든다.

괜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궁금해서 노스포 리뷰보다가 더 실망한 거 같다는. 노스포 리뷰라도 보지 말 걸 그랬다. 그랬으면 7점 정도 됐을라나? 중반부가 많이 지루해서 8점 정도는 주기 힘들었을 듯 싶다.

#6
나는 이런 생각에서 평점 6점이다라고 했는데 뭐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댓글은 달지 마라. 그냥 바로 삭제해버린다. 영화는 대중 문화라 누구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 보니 별의별 애들이 많아서 하는 소리다. 이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족한 거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별로였단 거고. 누구가 옳고 그르다는 게 없는 영화평에 뭐라 얘기하지 말고, 그런 거 얘기하고 싶으면 자기 블로그에나 페이스북에나 인스타그램에나 유투브에나 끄적거리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아무리 이 영화 별로다 비추다 해도 볼 사람들은 다 보게 되어 있고 디즈니는 돈 벌게 되어 있어. 게다가 나같은 사람보다 이 영화 역대 최고다, 마블 최고의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니 걱정마시라. 이미 생긴 팬덤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