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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93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오랜만에 적는 영화 감상평이다. 아마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재밌게 봤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던 영화. 어쩜 이리 상항이 비슷할까 싶은데, 엄밀히 얘기하면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건 못된다. 사고와 참사니까. 그러나 애든 어른이든 사람 목숨을 두고 무엇이 더 중하냐고 논할 순 없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다분히 다른 면이 있다.
#1
1인칭 vs 2인칭 vs 3인칭
진지한 얘기를 할 때 나는 이걸 언급한다. 스탈린이 이렇게 얘기했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 다분히 3인칭 시점의 발상이다. 물론 3인칭 시점의 발상이라고 하더라도 독특하다 못해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이지만. 2인칭 시점으로 바꿔보자. 그 백만 명의 죽음 가운데에 내 자식이 있다면? 1인칭 시점으로 바꿔보자. 그 백만 명의 죽음 가운데에 내가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영화나 세월호 참사나 3인칭 시점이 아니라 1인칭, 2인칭 시점에서라면 좀 더 감정이 몰입이 되지 않을까?
#2
사실은
그러나 이 영화 사실에 기반하여 만든 다큐성 영화는 아니다. 즉 픽션이란 얘기. 사실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온 게 없다. 물론 세월호 참사야 우리나라에서는 대국민 관심사였기 때문에 나 또한 이후 다큐도 다 챙겨보면서 진실에 근접하다 할 만한 내용을 알게 되기도 했지만(그렇다고 그게 진실이다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여러 근거가 그것이 진실이라는 걸 합리적으로 판단하게 해주니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쿠르스크 침몰 사건은 국내 이슈도 아니었으니 잘 모를 수 있지. 그 내막이 온전히 공개가 되었어도 내가 확인을 못한 것일 수 있으니.
그래서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찾아보니 그렇더라.(깊게 찾아보지는 않았다만.) 그리고 이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침몰한 쿠르스크 잠수함 내의 상황은 픽션일 수 밖에. 그래도 그런 내부 상황을 그렇게 묘사했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더 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긴 했지. 꼭 이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 때는 20살도 채 안 된 어린애들이었으니 얼마나 더 무섭고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참 가슴이 미어진다.
#3
이런 걸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힘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의 폭이 좁다는 거다. 물론 그런 이들 중에는 타고난 본성 자체가 나빠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경험이 짧아서 그런 경우도 많은 거 같다. 직장 생활하면서 승진하고 나이 들면서 점점 연봉 높아지는 이들과 같은 경우는 직장 내의 스트레스는 받을 지언정 경제적으로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 보니 본인이 잘 해서 그렇게 된 거라 착각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을 아래 위로 나누게 되는 경우들을 종종 보다 보니 그런 게 원래 인간인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내가 볼 때는 경험이 짧음에 의해서 생긴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여튼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오래 전에 TV에서 봤었던 '유보트'도 떠올리게 했던 영화였던 듯. 영화적 완성도는 그런 데에 집중해서 감상평 적는 이들의 글을 보길.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 즈음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