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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식스빌로우 vs 와일드

#0
식스빌로우는 나의 3,936번째 영화이고 개인 평점은 6점, 와일드는 나의 3,935번째 영화이고 개인 평점은 7점이다. 둘 다 지난 주말에 본 영화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내용인지라 평점 8점이 아니지만 그냥 끄적댄다.

#1
둘 다 실화

둘 다 실화다. 식스빌로우는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에릭 리마크(Eric LeMarque)가 스노우 보드 타러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에 올랐다가 유래 없는 폭설로 인해 산 속에 갇히면서 일주일 동안 생존을 위해 벌인 사투(?)를 다루고 있고, 와일드는 세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란 여성이 불우한 가정에 태어나 방황하는 인생을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간 다음에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The Pacific Crest Trail)을 하이킹하면서 겪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하이킹 거리가 무려 4,300km 정도 된다고 하니,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450km라고 하면)의 10배 정도니 왕복 5번 정도 하는 거리다. 

#2
힘들 땐

식스빌로우는 자의에 의해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아니고, 와일드는 자의에 의해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차이는 분명 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고생하면서 보이는 현상들은 공통적이다. 힘들 땐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는 거. 힘들어본 경험은 누구나 다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겪는 그런 류의 경험들은 쉽게 잊혀지곤 한다. 그래서 뭔가 일이 잘 풀릴 때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단 한 번도 고생한 적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 셈. 그래서 극한의 경험은 때로는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법이다. 결코 그 경험을 잊지 않는 법이니.

식스빌로우는 비록 자의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어찌보면 와일드의 그녀보다 더 극한의 고통을 겪었다고 본다. 영화의 부제에도 잘 나타나듯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그런 상황 속에서 혼자서 일주일을 견딘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 단순히 그가 전직 아이스하키 선수(과한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렇게 될 거라기 보다는 살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없으면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반면 와일드의 그녀는 충분히 포기할 수도 있는 여정이지만 혼자서 끝까지 해냈다는 거 또한 강한 의지 없이는 불가했겠지. 이렇듯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의지가 강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런 강한 의지로 뭔가를 해냈다는 경험이다. 그 경험을 통해서 사람은 무엇이든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 그러나 나는 그런 강한 의지가 필수 요건이라고는 생각해도 그게 전부라는 건 착각이라 생각한다만.

여튼 그런 경험을 통해서 둘은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왔을 때, 마약을 끊었다. 뭐 나는 해보지 않아서 중독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만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미루어 짐작해본다면 끊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그러나 그런 강렬한 경험을 통해 결국 마약까지 끊을 수 있었다는 걸 보면 그들의 그런 경험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힘들다고 해서 그게 결코 나쁜 게 아니다. 그런 경험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얻었느냐가 중요하지.

#3
많은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꽃길만 걷고 싶다. 그러나 정작 꽃길이라고 누가 명명한 길은 없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게 꽃길일 수도 있고 가시밭길일 수도 있는 법이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기에 꽃길만 걷고 싶다는 이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꽃길만 걷고 싶다면, 가시밭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렇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