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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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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나. 요즈음은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먹고 살기 바쁘다. ㅠ 사실 주변에서는 나보다 영화 많이 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왓챠 가니까 있더라. 헐. 세상은 역시나 넓다.

 

#1
이번 오스카상은 <기생충>이 6개 부문 노미네이트되며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그 전에 깐느를 시작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파란을 일으켰기에 더욱더 그러했겠고, 이미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의 인터뷰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었기에 과연 아카데미까지라는 기대감도 증폭되었겠지.

 

#2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아카데미 후보작들을 보면서, 예상되는 수상작들을 꼽았었다. 맞춘 건 다음 부문들.

 

작품상: 기생충

각본상: 기생충

국제장편영화상: 기생충

감독상: 기생충

남우주연상: 조커

촬영상: 1917

 

물론 모든 부문의 후보작들을 본 게 아니라서 주요 부문 제외하고는 수상작을 예상할 수 없었지만 2개 정도 틀리고 다 맞았다.

 

#3
내가 영화를 보기 시작한 어린 시절에 영화는 보고 싶은데 딱히 볼 영화가 없는 경우에는 아카데미 수상작을 훑어봤었다. 깐느도 가끔씩 봤지만 포기. 깐느는 어려워. 보면 깐느는 대중 예술인 영화를 두고 예술 관점에서 바라보고, 아카데미는 대중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 아무래도 나는 아카데미 수상작이 잘 맞았던 듯. 

 

그런다 해도 아카데미가 백인들을 위한 축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봉준호 감독이 아주 재치있게 로컬 축제라고 표현했지만)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게, 미국 본토에서 나오는 얘기들, 연일 계속되는 <기생충>의 수상 소식들이 하나의 분위기가 되어 아카데미도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거라 봤기 때문이다.

 

외국어영화상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명칭을 바꿨다는 것 자체도 이미 그런 분위기를 인지했다는 의미겠지만, 그렇게 하고서 국제장편영화상만 주고 나머지는 안 줄 거다 생각할 수도 있었다. 지금껏 아카데미 역사가 그러했듯. 그러나 왠지 모르게 이번은 다를 거 같았다. 느낌에.

 

#4
작품상 후보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6편인데, <포드 V 페라리>는 미국에게나 의미 있는 스토리고, <아이리시맨> 또한 그러하다. <아이리시맨>을 보면 딱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다. 나오는 배우나 서사적인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사실 이번 <아이리시맨>은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게 개인 평. 

 

<조커>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빨이 전부인 영화이고, <1917>은 만약 <기생충>이 없었다면 줄 만했던 영화라고 본다. 그러나 촬영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던 이유는 롱테이크 씬이 상당히 인상 깊었기 때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또한 미국에게나 특히 헐리우드에서나 좋아할 만한 그들만의 이야기인 경향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쿠엔틴 감독의 영화는 나랑 그닥 잘 안 맞아.


내가 뭐 맞췄다고 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이 그랬다. 나는 충분히 <기생충>이 받을 만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위의 작품들과는 궤가 달라. 신선하지. 그렇다고 해서 메시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냐.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회적 문제를(봉준호 감독 사회학과 출신이다.) 유머러스하게 잘 녹여내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니 깐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거지만, 황금종려상 받은 영화가 오스카를 타기는 쉽지 않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게 쉽지 않으니. 그러나 될 거 같았어. 이번에는.

 

#5
내 기억에 깐느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보니 있긴 있네. 딱 한 번. 흐미. 여러 모로 참 의미 있는 상이었고, 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줬던 듯. 겸손. 배려. 그런 부분이 말이다. 궁금해서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살펴보니 배울 만한 부분이 많았던 듯 싶다. 그래서 더 이번 수상이 의미있게 느껴지는 듯 싶기도 하고.

 

#6
요즈음에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 보고 싶다. 후보작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결혼이야기>. 한 번 보고 싶네. 왠지 모르게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을 듯 싶은. 조만간 봐야겠다.

 

#7
공교롭게도 아버지께서 즐겨보는 채널이 TV 조선인데,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 하길래 작품상 받을 때만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는. 거 참. 요즈음 블로그에 글 참 안 적는데,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은 적고 싶더라. 사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블로그에다가 이런 저런 얘기 많이 하고 싶긴 한데, 마음의 여유가 없다. 물론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라 생각하지만, 글쎄.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요즈음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