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인적으로 뇌는 흥미로운 대상이다. 그래서 관련 책도 많이 봤고 말이다. 그렇다고 쉽게 읽히고 재미난 심리학 책만 읽은 게 아니라, 뇌과학이나 이와 관련된 철학서도 좀 읽었지. 과학과 철학은 뿌리는 같으나(아니 철학이 형이라고 볼 수 있겠다만) 요즈음은 과학 맹신론자들도 많아져서 철학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격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학문의 역사를 봐라.
#1
나는 심리 실험이나, 사회 실험 뭐 그런 거 보면 일반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미 그 실험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거나(책이나 다큐를 통해 다 알게 된 거라) 실험의 의도부터 파악하다 보니 그런 거라, 나는 오히려 돌발 변수를 만드려고 하지. 즉 실험의 주최자들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려고 머리를 굴린다는 거다. 그게 재밌지 않나?
#2
이번 주부터 본 다큐는 EBS 다큐멘터리의 <뇌로 보는 인간>이다. 5부작인 거 같던데 현재 2부까지 본 상황. 그러다 끄적거리고 싶어서 끄적거리는 건데, 1부에 나온 실험을 보고 본인이 각각 갑과 을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보길.(이런 걸 독재자 게임이라고 한다.)
#3
내 여기서 좀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는데,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표현한다. 아 그런 걸 합리적이라고 즉 이치에 합당하다고 하는 거구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 대부분이(다큐에서 보면 72% 정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그럼 합리적인가? 만약 본인이 돈의 분배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입장이 아니라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그걸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4
철학적 사고라는 게 필요한 이유
쉽게 생각해보자. 저 실험을 하기 이전에 누가 돈의 분배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도출해봐라. 그럼 내가 선택권을 못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아마 5:5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게 바로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언급한 '무지의 장막'(the veil of ignorance)이다. 이게 정의에만 국한된 얘기일까? 합리에서 말하는 이치라는 게 뭔데?
#5
나는 다큐 보면서 10:0을 선택한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너네들은 돈 있는 자들의 갑질에 대해서 비판할 자격이 없다. 왜냐면 너네들이 돈이 있으면 그네들과 똑같아질테니까. 나는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 그 사람의 가치관을 읽는다. 그래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나는 별로 친해지지 않는다.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어도 그네들이 그러하듯 나도 그네들을 대할 때는 그네들의 논리대로 대해줄 뿐.
#6
인문학이 밥 먹여주냐고 할 지 몰라도 적어도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만들어줄 수는 있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