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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건강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어 있으니,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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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치료센터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된 듯 하다. 나야 코로나 음성 판정 받았지만, 아들 혼자 생활치료센터 보내기 좀 그래서 같이 들어온 거다. 고등학교 1학년이면 다 컸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아들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내가 보호자 자격으로 같이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온 거고.

 

#1
내가 있는 곳은 경기도 제4호 생활치료센터. 일산 설문동에 있는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다. 들어오기 전에 기사 검색해보니 경기도에서 확진자 급증하면서 격리 시설 모자라서 삼성에서 지원한 시설. 요즈음 들어서 많이 드는 생각이지만 일단 돈은 많고 봐야 한다.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다.

 

#2
맨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이 마치 군대 훈련소 들어가는 것처럼 뭔가 통제되고 갑갑한 느낌. 문을 열고 복도를 걸어다닐 수도 없고(난 음성 판정받은 사람이니 될 줄로 알았는데 보니까 CCTV도 있고 예외 없더라.), 햇볕 맞으면서 산책할 수도 없다. 문을 열 때라고는 도시락 가져갈 때, 쓰레기통 내놓을 때(하루에 한 번씩 폐기물통에 밀봉하여 내놓는다.), 새로운 쓰레기통 가져갈 때 외에는 없다.

 

창문도 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감시하기가 쉽지 않을 듯. 객실 창문 쪽으로 CCTV를 두기는 그렇잖아? 여튼 가끔씩 바깥 공기 쐬고 싶어서 열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나중에 센터 내 방송으로 열지 말라고 하더라. 

 

#3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또 있던 사람들이 나가는 모양이다. 매일 반복되는 방송. 새로운 입소자들에게 주의해야할 사항들. 도시락 가져가려고 하다가 문이 저절로 잠겨서 못 들어가는 경우 종종 생긴다. 그러면 방송으로 키를 안에 놔두고 왔다면 오른손을 들고 그게 아닌 다른 문제라면 왼손을 들라고 한다. 그리고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방호복 입은 사람들이 가서 처리해주는 식.

 

마치 인간을 두고 실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우주복과 같은 느낌의 방호복을 입은 이들 밖에 없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4
제한된 구역에 갇혀 있다는 것 자체가 겪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많이 답답하다. 감옥 생활의 간접 체험을 하는 듯. 이런 갑갑함은 집에서 자가 격리하는 사람도 그럴 거라 본다. 다만 집에서 자가 격리하는 사람들은 담배라도 필 수 있지.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서 격리하는 사람은 금연이니 금단 증상도 견뎌내야 한다. 물론 나도 3~4일 동안은 담배 생각 많이 나더라. 좀 지나니 괜찮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나가면 바로 담배 사서 피우고 싶다. 나름은 금연해야 한다는 거 알고 들어왔고, 이왕 그렇게 된 거 끊어볼 수 있으면 끊어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끊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갑갑하니까 더 피고 싶은. 물론 담배를 안 피니까 일어날 때 피로감이 덜 하고, 가래 안 끓는 장점은 있긴 하다만, 아직 끊고 싶은 생각은 없네.

 

#5
9월 6일 나가는 걸로 오늘 확정 통보 받았다. 아들이 무증상 확진자인데, 무증상 확진자가 무증상이 지속될 경우엔 확진 판정 받은 날로부터 11일째 격리 해제된다.

 

#6

여기 있으면서 정말 행정 처리나 지침들 보면서 할 말 많다만,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생활치료센터 아무리 얘기해봐야 해결되는 거 하나 없다. 나중에 내가 블로그에다가 적을 지 모르겠지만(예전같으면 잘 적었겠지만 요즈음에는 그런 거 적어봤자 뭐하냐는 생각 밖에 안 들어서 안 적는 거다.) 분명 이건 아니다 싶은 게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일하는 실무자들 중에도 공감하는 부분이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부분인데, 윗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얘기해도 지침이 그러하니 지침에 따라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고. 내가 블로그에는 정말 좋게 쓰는 거다. 이거 쓰면서도 정말 욕 밖에 안 나오거든.

 

#7

걸리지 않는 게 좋다. 걸리면 본인이 고생하는 거야 본인이 걸렸으니 그렇다 쳐도 주변 사람들 엄청난 민폐다. 역학조사관이 만났던 사람들 일일이 다 전화하지, 가족들은 밀접촉자라 다 자가 격리해야 되지. 엄청난 민폐니까 안 걸리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