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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건강

생활치료센터에서 여러 도시락을 먹다 보니

 

#0

생활치료센터에 있으면 항상 도시락을 배급해준다. 먹기 싫다고 해도 갖고 들어가야 되고, 안 먹는다 하더라도 갖고 들어가서 폐기물 처리 해야 한다. 여튼.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도시락을 먹게 되었고,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더라. 

 

#1

브랜드가 있었던 건 본도시락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브랜드가 없었던 도시락들. 아무래도 본도시락이 제일 비싸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격리자들이 많이 없어서 본도시락이 나왔다가 많아져서 단가 저렴한 일반 도시락으로 변경한 건지 아니면 계속 같은 도시락 먹다 보면 질리니까 바꾼 건지는 내막을 모르니 알 수가 없지만, 음식의 퀄리티가 다른 걸 보면 본도시락이 가장 비싸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2

근데 아무리 국가적 재난 상황인 코로나 사태라 하더라도 이런 거 국가에서 무상 지원해주는 거 보면 예산 엄청 들어갈 듯 싶은 생각이 드네. 뭐 그렇게 따지면 뻘짓에 돈 쓰지 않기만 해도 이런 예산은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아무리 그런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 예상 외로 뻘짓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생기니.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니 그냥 패스.

 

#3
나랑 음식 먹어본 사람은 알 거다. 까다롭다. 미식가? 아니다. 단지 까다롭다. 특히 육고기는 더더욱. 조금만 비려도 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냉동 오래 해두고 해동 제대로 안 한 고기들은 비려서 못 먹는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하는데, 왜 나는 코에서 비린내가 나는 걸까?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래서 도시락들 먹다 보니 대충 알겠더라. 어떤 재료로 요리했는지.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절대 미각 뭐 그런 것도 아니니 내 뇌피셜 밖에 안 되지만, 어떤 도시락은 오래 된 고기 처분하려고 제육볶음을 한 듯한 그런 식. 찬 가짓수도 그냥 구색 갖추기로 채워넣은 느낌 가득. 뭐 하나라도 제대로 먹을 만한 게 없는. 그런 도시락도 있었다. 포장 용기를 보면 한 업체인데 어느 업체인지 브랜드명이 노출 안 되어 있어서 알 수가 없네. 뭐랄까. 마치 작정하고 돈 벌려고 도시락 파는 듯한 느낌.

 

#4
가장 좋았던 건 본도시락이다. 가격 살펴보니 뭐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사 먹는 거에 비해서 조금 비싼 정도인데, 깔끔하다. 좋은 식재료를 썼다는 게 먹다보면 느껴져. 게다가 맘에 들었던 건, 그래도 친환경을 고려한 부분이 있다는 거. 제로 웨이스트, 뭐 그런 거에 대해서 관심 있다거나 하면 대번 눈치 챌 거라 본다. 

 

#5
가격을 따지고 비교한 가성비 개념이 아니라 그냥 가격 무시하고 비교하면 그렇다는 건데, 다른 도시락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돈 주고 사먹고 싶지는 않은 정도 수준이다. 아쉬운 건 브랜드 도시락은 본도시락 밖에 없어서 다른 브랜드 도시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는 점. 도시락 먹어보니 그래도 먹을 만 하다. 요즈음은 편의점 도시락도 잘 나온다는데 편의점 도시락도 괜찮을라나? 뭐 도시락 같은 걸 사먹어봤어야 알지.

 

#6
여튼 결론.

 

먹어본 것 중에선 본도시락이 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