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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다큐

바다의 제국 3부 - 뒤바뀐 운명: 대영제국 산업혁명을 이끈 면직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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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대항해 시대의 후발 주자인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 얘기다. 시대로 보면 17세기 정도로 세 국가 모두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면서(영국 1600년, 네델란드 1602년, 프랑스 1604년) 대항해 시대는 끝을 향하게 되는데, 3부에서 보면 영국 중심으로 얘기가 펼쳐진다. 네델란드 얘기도 조금 나오긴 하지만 프랑스 얘기는 거의 안 나와. 왜냐면 영국과 네델란드는 무역에 중점을 뒀던 반면, 프랑스는 식민지 개척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방향이 좀 달랐지. 여튼 이번 편에서의 키워드는 육두구, 면직물, 동인도회사, 캘리코 , 산업혁명 정도 되겠다.

 

#1 육두구

 

인도로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 이후로 공급이 많아진 후추의 가격은 떨어지고, 고급 향신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는데, 그게 바로 육두구다. 껍질은 노랗고, 씨는 붉은 껍질로 쌓여 있는데, 붉은 껍질이 마치 고무와 같은 느낌이다. 육두구는 갈색의 씨앗을 갈아서 만든 향신료인데, 붉은 껍질을 갈아서 만든 향신료도 있다. 그게 메이스(mace). 이게 처음에는 육두구보다 더 인기가 좋았다고.

 

여튼 육두구를 사용하면 누린내나 비린내를 잡아줘서 육류를 많이 소비했던 유럽인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향신료였다. 당시에는 육두구가 인도네시아에서만 재배되었기에 이를 확보하고 막대한 이윤을 챙긴 게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였다. 근데 후추를 통해서 배운 게 있어서 공급을 조절해 비싼 가격을 맞췄다는 것.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고, 가격이 높으면 생산량을 늘리고. 

 

영국도 가만히 있진 않았겠지. 그래서 영국과 네델란드가 싸움이 일어나긴 하는데, 이 싸움에서 네델란드가 승리한다.

 

#2 면직물

네델란드에게 패한 영국은 인도의 면직물에 눈을 돌린다. 당시 영국은 양모를 기반으로 한 모직물이 주를 이뤘는데, 인도산 면직물은 가볍고, 저렴하고, 세탁도 용이해서 좋았거든. 당시의 인도산 면직물 방직, 방적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게다가 칼람카리(면 위에 붓으로 그린 그림)의 수작업은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이었고. 이를 유럽에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아니 면이라고 하면 목화로부터 얻는데 유럽에서도 목화를 기르면 되잖아. 그러나 목화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었단 게 문제였다. 여튼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모직물의 인기가 떨어지게 되고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시위하면서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캘리코 금지법이 제정된다. 여기서 캘리코(Calico)란 인도 남서부 캘리컷(Calicut) 지방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옷감이란 뜻으로 당시의 인도산 면직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다큐에 재밌는 게 하나 나오는데 영국의 테일러 샵에서 양복을 맞추는 장면이다. 가격이 나오는데, 영국 내에서는 4,000파운드(600만원), 한국으로 배송하면 5,000파운드(800만원). 흐흐흐. 

 

그러나 아무리 금지를 해도 수입하면 돈이 된다는 걸 알기에 불법으로 유통되기 시작한다. 대세란 얘기.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는 법이다. 한미 FTA가 생각나네 그려. 문제는 면직물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영국의 은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른 바 국부 유출. 그래서 영국은 어떻게 하면 돈을 안 들이고 면직물을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날강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거 보면 영국이 정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어떻고 귀족, 왕족들의 문화가 어떻고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런 이면도 알아둬야하지 않을까 싶다는.

 

#3 플라시 전투(1757)

플라시 전투는 갠지스강 하류 비옥한 삼각지역인 벵골지역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전투였다. 당시 영국은 3천명, 프랑스는 5만명. 그런데 숫적 열세를 극복하고 영국이 이긴다. 어떻게? 뇌물을 먹였거든. 그래서 프랑스군 장교들이 배신을 했어. 난 이런 거 보면서 참. 뭐랄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돈이면 단가? 하는 생각 많이 든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런 이들이 보면 잘 살더라는 거, 그렇다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거. 쩝.

 

앞서도 언급했듯 프랑스는 무역보다는 식민지 개척에 중점을 뒀는데, 이 지역을 영국에게 내주면서 이 지역의 세금을 영국이 거둬가게 되었고, 영국은 이제 자국의 은의 소모하지 않고도 식민지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면직물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쉽게 얘기하면 꽁으로 가져오게 되었단 얘기.

 

#4 면직산업

그러다 영국은 자기네들이 면직물을 생산하려고 했고, 석탄의 발견과 더불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바로 증기기관의 등장이다. 산업혁명의 시발이었다. 이로 인해 면직산업이 수공업이 아닌 대량생산체제로 바뀌면서 면직물의 가격을 떨어뜨리게 되었고, 이는 인도의 면직물보다 더 저렴했기에 인도에 역수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그런다 해도 오랜 역사의 인도 면직물 생산에는 기계가 따라잡지 못하는 장인들이 있었지. 수공예, 핸드 메이드의 맛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영국은 이 장인들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방직 기계를 부수고, 장인들이 일을 못하게 손가락을 자르는 등. 하. 참.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말이지. 신사의 나라는 개뿔. 그 때부터 인도에서는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 저가 면직물만 만들게 되었다 한다. 음.

 

#5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인다고 보통 얘기한다. 우리가 학창 시절 세계사를 배울 때는 이런 얘기 안 해주잖아. 우리 때는 주입식 교육이었기 때문에 영국, 산업혁명, 18C 뭐 이런 식으로 외우기만 하고 말이지. 다큐를 보면서 씁쓸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도 그렇지만 이래야만 하는가. 인간의 이기심은 본성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해야만 하는가.

 

당시 인도의 GDP는 전세계의 24.5%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했던 나라지만,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시점에는 3.8%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왜? 면직물 최대 수출국이었던 인도가 영국 때문에 면직물을 위한 원료를 영국에 제공하는 국가로 전락해서다. 그 원료를 기반으로 면직물을 생산해서 판 영국. 자기네들이 뭔가를 개발하고 노력해서 얻은 공이라기 보다 식민지 착취로 얻은 이익을 성장했단 얘기다.

 

#6
생각해보자. 산업혁명의 의의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더불어 발전할 수는 없었을까? 꼭 그렇게 자기네들만 이익을 챙기면서 발전해야만 했을까? 지금 세상은 그 때와 같지는 않지만, 그 때의 유산이 고스란히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거 아닌가? 마치 친일파들이 아직까지 이 땅에서 배불리 사는 거 처럼 말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역사를 통해서 배운다고는 하지만, 이런 거 보면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가 있을까 싶다. 왜?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 그 때와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일들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식을 얻으려고 봤던 다큐인데, 정말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