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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큐

공부하는 인간 1부 - 오래된 욕망: 4개국의 서로 다른 공부법

 

#0 한국

입시 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대치동에서 촬영된 다큐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입시가 인생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학생의 본분으로 하기 싫은 공부 참고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훗날 큰 경험적 자산이 된다고 봐. 최근 유투브에서 유행하는 '가짜 사나이'에서 육체를 극한으로 몰아넣는 것과 매한가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꼭 그게 필요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다 달란트가 다른 법이니.

 

둘째, 과연 저게 교육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고. 공부라는 게 그렇다. 다른 데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있어도 공부 좀 하면 공부 쪽으로 진로를 잡는 게 현실 아닌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았던 나조차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수학 좀 한다고 이과를 갔지만 사실 나는 문과, 이과 성향 다 갖고 있는데. 누가 가르쳐주질 않아. 이런 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오직 시험에 점수 올리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 나는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이렇게 바라봤다. 그들이 과연 교육을 위해서 교대 나와서 학원 강사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하다가 돈 맛을 보고 그 직업을 갖게 된 것일까? 그래서 나는 학원 강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교대 출신이냐 아니냐였다.

 

물론 유투브를 보다 보면 자부심을 갖고 강의를 하면서 단순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소양을 길러주는 강사도 있다. 항상 그러하듯 not all. 부정적인 면만 보고 그것만 얘기하다 보니 전체가 마치 그런 듯 얘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이면도 분명 있기에 하는 소리지. 앞서 말했던 그런 경우가 많다 보니 그네들은 오직 돈을 내는 사람이 원하는 즉 입시 성적 올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1 중국

큰 소리로 읽는 거. 이거 충분히 효과가 있다. 꼭 암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려면 핵심은 반복인데, 단순히 많이 본다는 게 아니라 내가 표출하는 게 도움이 되거든. 예를 들어 써본다거나, 말로 한다거나. 그래서 강의를 해본 사람이면 알 거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게 되고 강의 때 말을 하면서 나는 복습이 되어 완전히 내 것이 된다는 걸.

 

중국의 경제 성장 정책이 특정 지역을 키워서 그 부를 배분하겠다고 했었지. 물론 실패했지만. 등소평의 말이 생각나네. 여튼. 빈부 격차가 심한 중국에서도 신분 상승의 욕구 때문인지 공부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한 듯 보인다. 사실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그것 밖에 할 게 없긴 하지. 게다가 그게 가장 쉽기도 하고.

 

#2 인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층이란 얼마나 많은 부를 갖고 있느냐지만, 인도는 좀 다른 면이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까지 신분 제도가 있단 말인지. 그래서 인도의 학생들은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신분 상승의 의미 이외에도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신분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욕구도 다분히 들어 있는 듯. 오직 공부만이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창구로 생각하는 듯 싶다.

 

#3 이스라엘

유태인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바가 많긴 하지만, 20살 즈음에 유태인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했었다. 물론 책을 통해서. 여튼 그런 유태인들의 교육은 지금까지 언급한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토론 위주의 교육. 도서관인데도 토론하느라 시끄러운. 특이하다. 이런 부분은 본받아야할 부분이라 본다. 서로 간의 사고를 나누는 거. 매우 중요하다. 그 속에서 사고력이 향상되고 시야가 넓어지니까.

 

#4

다큐는 의도를 갖고 제작하기 마련이다. 이 다큐는 우리나라 입시 교육의 잘못 이런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왜 인간은 공부하는가? 라는 관점에서 여러 편을 제작한 건데, 그러다 보니 뭐랄까. 실질적인 얘기보다는 수박 겉핥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공부를 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한다? 미스코리아가 World Peace 외치는 거랑 매한가지다. 

 

그네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성공하기 위해서다. 성공이라는 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게 핵심이다. 아직 청소년이니까, 또 그런 의미로 공부한다고 하면 좀 그러니까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는 것일 뿐. 근데 참 재밌는 건, 그럼 왜 금융교육은 안 할까? 내가 바라보는 목표가 그렇다면 금융교육은 필수일 텐데 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말이지. 

 

글쎄. 다큐 속에서는 금융 교육은 전혀 안 나와 있는 거 같던데. 그런 걸 가르쳐줘야 정말 뭔가 달라지지. 그렇지 않으면 돈 놀이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물론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세상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유태인들은 알짜 정보는 지네들끼리만 공유하잖아.

 

#5

비록 4개국이지만 정말 사회에 나와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거에 대한 교육은 전혀 담겨져 있지 않아 아쉬운 다큐였다. 그런 거 보면 공부 문화가 어떠하건 내가 볼 때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이런 다큐를 청소년들이 보면 나 말고도 전세계에 내 또래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구나 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거 말고 다른 거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는 많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