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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작 다큐멘터리라 1부만 보고서 뭐라 하기는 그렇다만, 1부만 놓고 보면 참 답답하더라. 어쩌면 1부다 보니 이런 부분을 보여주고 즉 문제 제기를 하고, 개선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라. 아들을 통해서 요즈음 학교 교육이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긴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네.
#1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 법이지만, 그래도 좋은 취지로 그런 거니 피드백을 받으면서 개선을 해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주입식 교육보다 자기 주도형 학습, 참여형 학습이라는 말 그 자체에 너무 집중했던 건 아니었나 싶다. 본질을 생각해야지. 왜 교육을 하는데? 예를 들어 역사라면 왜 우리는 역사를 가르치느냐는 거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2
1895년 을미사변을 외우는 게 주입식 교육이라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과거의 일을 통해서 우리는 뭘 배워야 하는가를 잘 전달하는 게 교육 아닐까? 그런 걸 참여형 학습이라는 미명 하에 활동 수업으로 그림을 그려서 정리하라고 하니, 나는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림 수업이지, 역사 수업이라고 할 수 있냐는 생각에. 이건 내가 마인드 맵 관련 교육 과정 같은 거 보면서도 들었던 생각과도 같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마인드 맵이라는 걸 활용하는 건데, 그걸 그림으로 직접 그려서 정리하는 교육이 있더라. 게다가 색칠까지 해. 도대체 그걸 하는 목적이 뭐지? 그림 그리고 색칠하는 교육인가? 집에서 하라고 하면 못하니까 돈까지 내고 그 자리에 와서 해라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걸 돈 주고 참여해서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신기해했었지. 별의별 사람들 다 있구나 해서.
#3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수학의 극한에서 영감을 얻어 그걸 영상으로 만들어서 제출하는 거. 헐. 수학의 극한을 배우는 이유가 뭔데. 사실 수학이라는 건 정답이 있는 학문이기에 그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배우는 거다. 극한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법칙에 따라 특정값에 가까워지는 걸 말하는데, 그걸 어떤 기호로 정의를 했고(만국 공통어), 어떤 공식으로 정리했던 거다.
사실 그런 거 자체는 내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몰라도 된다. 누가 콩나물 살 때 극한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사칙연산만 잘 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그게 필요한 학문들이 있다. 특히 공대 쪽은 그래. 게다가 꼭 공대를 갈 게 아니라 하더라도 그걸 배우면서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계속 연습하니까 의미가 있는 거다.
#4
자율성이라는 거. 좋은 말이다. 그러나 방식이 잘못되었다. 자율성을 갖게 하려면 동기 부여가 필요한 거다. 즉 왜 그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걸 깨닫지 않으면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하라니까 어거지로 하게 되는 거지. 게다가 집체 교육과 같은 경우는 1:1 과외가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이들에게 그런 걸 맞춰줄 수가 없고. 맞춰주면 시간이 부족하고, 그러기에는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5
10부작 중에 1부만 본 거라 더 봐야겠지만, 그런 면만 보여줘서 그런지 좀 놀라웠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피드백 받으면서 개선해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내는 날이 올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그럼 마루타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세상 어떤 게 완벽한 게 있을까?
그런 반문을 하는 이들은 본인이 하는 일은 완벽하게 다 갖추고 하는 모양이지? 그럼 그런 얘기를 하면서 비판하기 보다는 그럼 대안이 뭔지를 제시하고, 그걸 안 받아준다고 하면 다른 학교를 찾아보고, 대한민국 교육은 싫다면 이민을 가야지. 요즈음에는 이렇듯 비생산적인 얘기를 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진 거 같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적어도 나는 마루타가 되기 싫다는 거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지.
#6
여튼 1부 보면서 좀 놀라웠다. 좋은 의도로 교육 방식을 바꾸려고 한 건 잘 알겠는데, 어떻게 이렇게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