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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큐

소셜 딜레마: 소셜 미디어의 폐단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0

나는 언제부턴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게 됐다. 어떤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인들 중심으로만 관계를 형성했었는데, 꼴불견을 하도 많이 봐서다. 관계라고 쓰고 영업이라 일컫는 경우, 자신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물론 뭔가를 통해 깨달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그런 게 보여야지. 맥락이 없어.) 이미지 메이킹하는 경우 등을 보면서 역겹더라. 그래서 별로 그런 거 활용하고 싶지 않았다.

 

#1
이 넷플릭스 다큐는 소셜 미디어의 폐단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조금 신선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메리칸도 있구나. 그들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구나. 이 또한 선입견이겠지. 인문학이라고 하면 동양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했었던 나니까. 다큐에서는 사람을 상품이라고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현대인들의 관심을 활용하는 마약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듯.

 

#2

오래 전에 읽었던 <관심 경제학>이 생각난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할 것인가? 이러한 화두는 많은 데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그 결과 광고에서 과장은 기본이고, 거짓도 난무하는 세상이 된 게 현실이다. 내가 인포머셜 커머스를 지향했던 것도 그 때문인데, 회의적이다. 해보니 인텔리들에게나 먹히지 일반 대중들은 그런 거 별로 관심 없더라. ㅎ

 

#3

예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접목해서 이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걸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줘서 계속 붙잡고 있게 만드는. 거기에 광고를 삽입한다. 이게 과연 이용자들을 위한 것일까? 그들이 관심 있을 만한 것을 좀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는 뭔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을 때나 해당되는 얘기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심코 클릭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게 아닐까?

 

이 다큐는 바로 여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은 우리도 현재 목격하고 있다. 우파 채널을 보던 사람은 유투브 알고리듬 덕분에 비슷한 내용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음모론도 마찬가지고. 그러다 보니 그런 콘텐츠에 노출된 사람은 그게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거다. 물론 개개인이 의식 수준이 높아서 반대 의견도 찾아보고 판단을 내리면 좋겠지만 내 경험상 그런 사람 정말 드물다니까.

 

#4
이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나는 내 아들을 통해서 종교적으로 세뇌를 당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느껴본 지라,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고 본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더 판을 치게 되고. 물론 항상 반대급부는 있기 마련이다. 진실된 얘기를 전달하는 이들도 있으니. 그런데 말이지. 내 경험상 사람들은 실체적 진실을 원하기보다는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싶어하더라니까.

 

#5
결국 이 다큐에서 얘기하는 소셜 미디어의 폐단은 관심 있는 것을 보게 해준다는 알고리듬이 정보의 편향성만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그로 인해 현실 세계의 많은 문제(예, 극단적인 충돌 등)를 야기한다는 거다. 우리도 잘 느끼고 있는 바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다큐에서 인터뷰한 이들의 내놓은 방안도 매우 현실적이다.

 

보유한 데이터의 양만큼 세금을 물게 한다. 이른 바 데이터 보유세라고 해야 할까? 이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방향이다. 뭐든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반대급부가 생기기 마련이고, 또 그 과정에서는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인 법.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나아가지 않느냐는 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딱 들어봐도 부정적인 부분도 보이지. 그러나 그렇게 나아가야겠다고 한다면 그런 부분까지 다 고려해서 접목시켜보면서 개선을 시켜 나가면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방향, 해결책 그런 게 맞다고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서 좋았다는 거지.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잖아. 사기꾼을 없애는 방법? 사기쳐서 걸리면 그 배로 벌금을 물게 하고 끝까지 물게 한다. 그러면 된다. 사기쳐도 감방에서 몇 년 썩고 나오면 꿍쳐놓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게 현실 아닌가? 자본주의에서는 대부분의 범죄가 돈 때문이니 벌 또한 돈으로 물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얘기. 그런 의미에서 하는 얘기일 뿐이다.

 

#6

다큐가 재밌거나 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는 상당히 의미 있다 본다. 게다가 인터뷰한 당사자들이 그럼 단순히 책상 머리에 앉아서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 대부분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에서 중책을 맡거나, 경영을 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점에서 참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 많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그들은 돈 벌 거 다 벌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들이 돈을 버는 와중에 그런 문제 의식을 가졌다면 과연 돈 버는 걸 포기하고 바른 방향이 되는 쪽으로 행동했을까 하는 문제는 별개란 얘기다. 즉 그들은 그렇게 돈을 벌었고, 그 속에서 벗어나온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 자체는 높이 살만하다고 봐.